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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8. 2024

파도바와 페라라를 거쳐 피렌체로

(2024-05-08 수) 서유럽 렌터카 여행(26)

오늘은 베네치아를 떠나 피렌체로 가는 날이다. 지금 이 숙소는 물놀이 공원의 방갈로이다. 어제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고 저녁 늦게까지 날씨가 흐렸던 탓에 습기가 많은데 방갈로라 그런지 습기를 제대로 못 잡아준다. 그래서 이부자리도 좀 눅눅한 느낌이 있었다. 그렇지만 가지고 온 전기 매트 덕에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도 전기매트 덕을 많이 본다. 좀 추운듯한 독일 호텔에서도 매트 덕에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숙소를 출발했다. 고속도로로 오르기 위해서는 그저께 그렇게 고생을 했던 큰 로터리를 통과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운전을 하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로터리이다. 그래도 몇 번 경험한 덕에 그다지 고생 않고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 오늘의 숙박지인 피렌체까지는 약 300킬로 정도 되는데, 중간에 2개의 도시에 들러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처음 들를 곳은 파도바(Padova)이다. 이곳은 르네상스의 중심도시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운 좋게 올드타운에 주차장을 찾아 주차한 후 나오니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듯한 르네상스풍의 상가가 나온다. 상가들엔 명품 샵들이 많이 입점해 있다. 거리를 지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은행, 우체국, 통신회사 등의 건물이 모두 고풍스러운 석조건물이다. 옛날 건물을 이들 업체들이 활용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들 기업이 사옥을 이렇게 고풍스럽게 지은 건지는 모르겠다.

파도바 거리 풍경

조금 걸으니 스크로베니 대예배당(Cappella degli Scrovegni)이 나온다. 파도바의 명소 가운데 하나이다. 14세기 초에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상당히 큰 건물이다. 그렇지만 독일에서 큰 성당 건물을 하도 많이 봤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에는 이젠 놀라지 않는다. 이 예배당은 파도바의 은행가였던 엔리코 스크로베니(Enrico Scrovegni)가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가족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성당 입구의 작은 정원은 소형 조각공원인 듯, 조각 소품들이 놓여져 있다. 성당 안의 빈 공간 역시 정원으로 꾸며져 있는데, 그리로 들어가려면 티켓을 사야 한단다. 포기. 성당 옆으로는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생각보다 넓은 예배당이다. 양쪽 벽과 천장은 벽화와 조각으로 치장되어 있다. 단순한 독일의 성당보다 이탈리아의 성당은 아주 정교한 장식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파도바를 대표하는 두 명소를 꼽으라면 단연 성 안토니오 성당과 파도바 대학을 들 수 있다. 성 안토니오 성당에 가볼까 하였으나, 도보로 왕복 거의 한 시간이 걸려 포기하였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관광객이 상당히 많다. 파도바의 올드타운은 그런대로 재미있는 거리이지만, 어제 베네치아를 봤기 때문에 그다지 감흥은 없다. 파도바 대학은 세계적 명문 가운데 하나라 한다.

성안토니오 성당 정원과 예배당

파도바 대학에 다니는 학생과 현재 세계 최고명문이라는 미국 하버드 대학 학생이 만난다면 아마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 가지 않을까?


하버드대생: 난 세계 최고 명문대학인 하버드에 다녀. 넌?

파도바대생: 난 이탈리아 작은 도시에 있는 파도바 대학에 다녀. 우리 학교도 꽤 괜찮아.

하버드대생: 우리 학교는 노벨상을 받은 사람만 해도 수십 명이고, 케네디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도 우리 학교 출신이야.

파도바대생: 와! 굉장하네! 우리 학교 출신으로 좀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라곤 몇 명 없어. 그냥 얼핏 생각나는 사람으로는 토마스 아퀴나스라는 선배가 있는데, 혹시 알아?

하버드대생: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 북 대표,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등도 모두 우리 학교 출신이야. 너네는?

파도바대생: 우리 학교 출신 과학자도 꽤 있어. 코페르니쿠스 형하고, 갈릴레오 형은 너도 잘 알지?


다음은 페라라이다. 파도바에서 약 80킬로 정도 떨어져 있어 한 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도착하였다. 이 도시 또한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하다. 올드타운 근처의 도로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다. 이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주차를 하고 주차권을 끊을 수 있다.


올드타운으로 들어가면 먼저 페라라 성이라고 부르는 에스텐스(Estense) 성이 나온다. 페라라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이 성은 중세시대에 요새로서 건설되었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되었다고 한다. 성문 앞 양쪽에는 작은 해자가 있다. 성은 해자와 높은 성벽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리 넓은 성은 아니지만 가히 철옹성이라 할만하다.


성 안에는 군데군데 돌로 된 공이 쌓여있다. 큰 것은 지름이 50센티도 넘는 것 같다. 아마 포탄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양의 전쟁에서 대포가 처음 사용되었을 때, 대포는 공포의 무기였다. 요즘같이 먼 곳에서 포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형을 짜고 공격해 들어오는 적의 바로 앞에서 직사로 대포알을 날렸다. 그러면 대포알 한 방에 한 열의 군사들이 싹 쓸려 날아갔다고 한다. 미국 드라마 <보르지아>(The Borgias)를 보면 르네상스 시대의 이러한 전투장면이 몇 번 등장한다. 대포알로서는 쇠보다는 돌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돌을 둥근 공으로 조각하여야 하였기 때문에 무척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독일에서 본 성들이 아름다운 과시형 성이었다면, 이 성은 실전용이었던 것 같다.

페라라는 16세기 초 체자레 보르지아에 의해 점령당하였다. 체자레 보르지아(Cesare Borgia)는 교황 알렉산드레 6세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힘이라는 배경과 스스로의 역량을 바탕으로 이태리 북부의 여러 지역과 멀리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정복하였다. 그는 페라라를 거점으로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등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는 마키아벨리를 집사로 두고 있었으며, 마키아벨리는 체자레를 가장 이상적인 군주상으로 보고, 그의 필생의 역작인 <군주론>을 썼다.


성을 나와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페라라 성당이 있다. 이 역시 페라라를 대표하는 명소인데, 특이하게도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예배당이라 보이는 건물은 나머지 두 건물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모두 아름다운 건물이다. 성당의 메인 건물의 1, 2층에는 상점들이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다. 페라라는 올드타운의 콤팩트한 지역에 아름다운 역사유물과 문화재가 한꺼번에 몰려있다. 아주 아름다운 거리이다. 북부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분에게는 꼭 추천할만한 도시이다.

이제 오늘의 숙소가 있는 피렌체로 직행한다. 그런데 고속도로의 모습이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고속도로는 마치 독일의 고속도로처럼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편도 3차선의 고속도로가 상처 하나 없이 마치 금방 건설되었는 듯 시원하게 뻗어있었다. 도로의 높이도 상당히 높아 주위의 경치를 즐기기도 어려웠다. 이에 비해 지금부터 시작되는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고속국도를 연상시킨다. 도로가 적당히 낡았고 높이도 그다지 높지 않다. 도로포장에 수선을 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이 고속도로는 주위 풍경을 여유 있게 감상하며 달릴 수 있다. 아주 이탈리아다운 고속도로이다.


오후 5시쯤 되어 피렌체의 호텔에 도착했다. 좀 낡고 수수한 호텔이다. 저녁으로 라면 1개에 물을 많이 붓고 소시지와 치즈를 듬뿍 넣어 끓여 열무김치를 반찬으로 먹었다. 집에서는 라면을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틀에 한 번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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