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보고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게임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 중반 무렵부터 미국에서 미시경제학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 가운데 게임이론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이론은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 영화에서 본 존 내쉬는 타고난 천재였다.
영화의 초반부에 존 내쉬가 동급생과 바둑을 두는 장면이 나온다. 바둑이 중반 이후에 접어들면서 내쉬는 유리했던 바둑을 한 순간의 잘못으로 대마가 전멸하여 패배한다. 그러자 화가 난 내쉬는 바둑판을 뒤엎고 상대방에게 속임수를 썼다고 소리치며, "나의 포석은 완벽했는데..."라며 혼자서 중얼거린다.
실제로 내쉬가 바둑을 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장면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화면에는 아주 잠깐이지만 상대방이 내쉬의 돌을 잡아 들어내는 장면이 나온다. 상대방은 되따기의 수법으로 내쉬의 대마를 잡아낸다. 이걸 보고 내쉬가 속임수를 썼다고 화를 낸 것이다. 바둑엔 "속임수"라는 건 없다. 내쉬가 당한 그 수는 웬만한 초보자라면 당하지 않을 그런 수에 당한 것이다. 상대방이 속임수를 쓴 것이 아니라, 내쉬 자신이 아주 초보적인 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배한 후에 "내 포석은 완벽했는데..."라며 한탄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잠깐 보이는 화면에서 돌이 놓인 상태를 보면, 내쉬나 그 상대방의 실력은 아무리 후하게 보더라도 7~8급에도 못 미치는 정도의 하수들이다. 그런 하수가 스스로의 포석을 완벽하다고 생각했다니, 정말 하수긴 하수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