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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2. 2024

일본 청주(淸酒) 이야기(2)

청주의 종류: 보통주와 특정명칭주

술 깨나 하신다는 분들은 일본 청주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들 한 마디씩은 다 거든다. “사케는 뭐라 해도 ‘쥰마이’(純米)가 최고야”, “아냐, 다이긴죠(大吟釀)가 제일 맛있어”, “사케라면 뭐니 뭐니 해도 혼죠슈(本釀酒)지”, “사케는 역시 카라구찌(辛口)를 마셔야 해” 등등 이런 말 한 번 해본 적 없으신 분, 들어보지 못하신 분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쥰마이(純米), 다이긴죠(大吟釀), 혼죠슈(本釀酒), 카라구찌(辛口) 등은 무슨 말일까?


오늘은 일본 청주(이하 “청주”라 표기한다)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청주의 종류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청주의 제조법에 대한 간단한 지식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청주는 쌀과 코지(麹)라는 쌀누룩, 그리고 물을 섞어 발효시켜 만든다. 그렇지만 주정(酒精) 등 법에서 정하는 원료를 첨가하여도 무방하다.


발효된 청주를 바로 여과하여 병에 담아 판매하는 술을 생주(生酒, 나마자케)라 한다. 그리고 발효된 청주를 일시 저장을 한 후 여과하여 병에 넣어 판매하는 술을 “생저장주”라 한다. 마지막으로 발효된 청주를 불을 피워 덥힌 후 저장한 뒤, 어느 정도 숙성되면 병에 넣어 판매하는 술을 저장주라 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청주는 거의가 저장주이다.


청주는 기본적으로 쌀과 물을 원료로 하여 만든다. 그래서 청주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미의 표면을 깎아내는 정미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미는 매우 거친 맛을 내기 때문에 우리가 보통 밥을 짓는 쌀의 경우도 정미 과정을 거치면서 현미의 표면을 깎아낸다.


내가 어릴 때에는 우리나라에서 보통 현미의 표면을 8번 깎아내는 “8분도 쌀”이 일반적이었는데, 당시 식량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3번만 깎아내는 “3분도”를 적극 권장하였다. 3분도 쌀만 해도 아주 까칠하게 거친 맛이어서 먹기가 힘들었다. 약 40년 전에 당시 우리나라에 단 2개 존재하던 청주 제조업체인 백화주조와 백학주조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18분도 쌀을 원료로 사용한다고 하였다. 정말 뽀얀 쌀의 속살이었다.

특정명칭주들

청주를 제조하는 데 있어서 원료인 현미를 깎아내면 깎아낼수록 당연히 같은 무게라도 원료로 사용되는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신 현미의 표면을 깎아내면 깎아낼수록 쌀의 속살 만을 원료로 쓰기 때문에 술맛이 부드럽게 된다. 이때 원래의 현미의 무게에 대한 정미의 무게의 비율을 정미보합(精米步合), 줄여서 보합이라 한다. 쉬운 말로 하자면 정미 수율(收率)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밥을 지어먹는 쌀은 보통 보합이 90% 정도이다. 그렇지만 청주 원료로 들어가는 쌀은 이것보다 훨씬 많이 깎아 보합이 이것보다 현저히 낮아진다.


청주는 크게 (1) 보통주(普通酒)와 (2) 특정명칭주(特定名稱酒)로 나뉜다.


보통주는 법률에서 정하는 청주의 최소한의 제조요건을 갖춘 술로서, 그 요건을 충족하기만 한다면 규격에 대한 특별한 규제는 없다. 그러니까 값싼 청주는 대부분 보통주이다. 보통주의 경우에는 애주가들도 그 술의 브랜드에는 특별히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옛날 우리나라 포장마차 등에서 팔던 “막소주”를 생각한다면 될 것이다.


보통주는 일반적으로 보합(步合)이 73-75% 정도의 정미를 사용한다. 시중에 유통되어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은 대개 보통주이다. 슈퍼에서 구입한다면 됫병 기준 2천엔 이하, 비싸더라도 3천 엔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천 엔 이하 짜리도 많다.

보통주들

특정명칭주는 이른바 프리미엄급 청주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청주에 쥰마이, 다이긴죠 등 특별한 명칭이 붙는 술로서, 특정주, 특수주, 특별주라 하기도 한다. 이런 이름들을 붙이기 위해서는 법률에서 정한 원료나 제조방법에 관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특정명칭주는 됫병 기준 보통 3천엔 정도에서 시작하여 3만 엔 정도까지 있다. 물론 그보다 더 비싼 것도 있다. 그렇지만 4-5천엔 정도만 하더라도 상당히 괜찮다. 나는 됫병에 3천5백엔 정도 하는 핫카이잔(八海山)을 아주 좋아하는데, 꽤 괜찮은 술이다.


이전에는 특정명칭주라 하더라도 1만 엔이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청주 가격도 인플레가 되는지 아니면 점점 더 고급제품이 나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값이 자꾸 비싸지는 것 같다. 이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름만 듣고도 껌벅 죽던 구보다 만쥬(久保田 万寿)의 경우, 됫병 기준 만 엔 남짓 정도인데, 요즘 그 이상의 가격의 청주는 널리고 널렸다. 옛날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에 출장을 오면, 동경사무소 주재원들은 구보다 만쥬를 구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고 하던데, 지금은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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