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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6. 2024

일본 청주(淸酒) 이야기(5)

따뜻하게 마셔야 하나, 차갑게 마셔야 하나?

애주가들에 따라 일본청주의 좋아하는 온도도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사케는 역시 따뜻하게 덥혀 마셔야지”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더운 여름에 시원한 사케 한 잔이면 기분이 깔끔하지”하면서 차게 마시는 청주를 좋아한다. 그러면 어느 쪽이 좋을까?


청주는 따뜻하게도 차게도 마실 수 있는 술이므로 어느 쪽이 좋은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요즘은 차게 마시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고, 프리미엄급 청주인 특정명칭주의 경우에도 차게 마시는 것이 적합하다는 제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내놓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는 싼 술의 경우는 덥혀서 마시지만, 프리미엄급의 청주는 대개 차게 해서 마신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취향이므로 각자의 선호에 맡겨야 할 것이다. 여러분들 가운데 위스키를 덥혀 마셔본 분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위스키도 더운물에 섞어 마시면 그것대로 각별한 밧이 있다.


일본에서는 원래 덥힌 술을 칸(燗)이라 하였다. “칸”이란 한자는 데운다라는 뜻이며, 따뜻하게 에운 술을 “칸자케”(燗酒)라 하였는데, 이를 편하게 그냥 ‘칸’이라 하였던 것이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덥힌 술을 ‘아쯔칸’(熱燗)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차게 마시는 술을 ‘히야’(冷や)라고 한다. 이자카야에 가서 더운 청주를 마시고 싶으면 “아쯔칸”, 찬 청주를 마시고 싶으면 “히야”라고 주문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마다 기호에 따라 좋아하는 술의 온도도 다르다. 입안이 뜨거울 정도로 뜨끈뜨끈한 술을 줄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미지근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얼음같이 차가운 청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온 정도면 적당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술의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맛이 점차 카라구치로 변한다고 한다.


원래는 청주는 마시는 온도에 따라 계량적인 호칭이 있다. 가장 뜨거운 술이 “도비키리칸”(飛び切り燗, 졸라 뜨거운 칸)이며, 가장 차가운 술이 “유키히에”(雪冷え, 눈처럼 찬술)이다. 온도의 순서(마실 때의 온도)에 따른 청주의 호칭은 다음과 같다.


1. 도비키리칸(飛び切り燗): 55도 전후로서, 아주 극단적인 카라구치가 된다.

2. 아쯔칸(熱燗): 50도 전후로서, 산뜻한 맛이 카라구치가 되며, 향기도 아주 강하게 된다.

3. 죠칸(上燗): 45도 전후로서, 향이 배어 나온다.

4. 누르칸(ぬる燗): 40도 전후로서, 향이 개화되기 시작한다.

5. 히토하다칸(人肌燗): 37도 전후로서 쌀과 누룩의 향을 즐기기에 좋다.

6. 히나타칸(日向燗): 33도 전후로서 향이 나기 시작한다.

7. 히야(冷や): 상온의 청주이다. 글자 상으로는 “차다”는 뜻이지만, 이는 아쯔칸과 비교하여 온도가 낮다는 뜻으로, 냉각한 술은 아니다.

8. 스즈히에(涼冷え): 15도 전후로, 냉장고에서 꺼내 조금 시간이 경과한 상태로서 향기가 작다.

9. 하나히에(花冷え): 10도 전후로서 향기가 아주 약하다.

10. 유키히에(雪冷え): 5도 전후로서 향기가 거의 없어진다.


물론 청주가 온도에 따라 위와 같이 분류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구분하는 애주가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 일본 이자카야에 가서 “죠칸”, “하나히에”라고 주문을 한다면, 점원은 이 손님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른다. 현실 생활에서는 “무지 뜨겁게”, “적당히 따뜻하게”, “냉장고만큼 차갑게” 정도로 주문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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