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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7. 2024

일본 청주(淸酒) 이야기(6, 끝)

인기 있는 청주들

일본에는 각 지역마다 청주 제조업체가 있어, 전국적으로 양조장 총수는 1,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많은 업체에서 저마다 브랜드를 내놓고, 또 그 가운데는 여러 개의 브랜드를 내놓는 업체도 많으므로 브랜드 총숫자는 아마 수천 개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에 설명한 바와 같이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차별화된 여러 제품이 있기 때문에 세부 제품 전체 숫자는 아마 1만 개도 넘을 것이다.


구보다 만쥬를 생산하는 아사히 주조(朝日酒造)의 경우 구보다(久保田) 시리즈, 아사히야마(朝日山) 시리즈, 츠구(継) 시리즈, 에치슈(越州) 시리즈, 센신(洗心) 시리즈가 있으며, 이 외에도 계절에 따라 특별히 출시하는 계절한정 브랜드가 있다. 각 시리즈 내에는 규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제품이 존재한다. 현재 일본에서 제일 큰 청주회사는 월계관(月桂冠)이다. 이 회사가 내놓은 청주 상품의 종류는 아마 수십 가지에 이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수많은 청주 제품이 있는데, 어떤 청주가 제일 좋을까? 물론 가격이 비싼 청주일수록 일반적으로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술이란 것은 기호품으로서,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많이 다르다. 그래서 반드시 비싼 술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 주위에서 보더라도 값비싼 위스키보다 값싼 소주가 더 좋다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참고로 현재 일본에서 제일 비싼 청주는 北雪大吟釀YK35雫酒チタンゴールド(호쿠세츠다이긴죠YK35시즈쿠자케 치탄골드)로서, 시판가격이 216,000엔, 즉 우리 돈 180만 원 정도라 한다. 그런데 이 술은 명칭에서 보듯이 쥰마이(純米)가 아니다. 고급술에도 얼마든지 식용알코올(주정)이 들어갈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비싼 청주

청주의 경우 고급제품일수록 정미보합이 낮다. 쌀은 표면에 가까울수록 단백질 함량이 많아 조금 역한 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고급품일수록 이 역한 맛을 없애기 위하여 쌀을 많이 깎아 정미보합을 낮춘다. 정미보합이 아주 낮은 제품의 경우 역한 맛은 완전히 제거되는 대신 그와 함께 쌀이 가지는 강한 향도 함께 사라진다고 한다. 이 강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미보합이 낮은 청주는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어떤 술이 좋은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제일 비싼 술인 호쿠세츠다이긴죠의 경우 정미보합이 35%이다. 이에 비해 가격이 그 1/10에 불과한 닷사이23의 경우 정미보합은 23%이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고급술이라 해서 반드시 정미보합이 낮은 것은 아니다.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청주의 인기 랭킹을 발표하는 곳이 많다. 주간 랭킹, 월간 랭킹, 분기 랭킹, 연간 랭킹 등을 발표하며, 또 지역별로도 인기랭킹을 발표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랭킹이라는 것이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왜냐하면 어떤 기준을 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순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판매수량이나 판매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아무래도 비싼 고급술은 수요가 적을 테니 고급술들이 빠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인기투표로 하더라도 최고급 술들은 아무래도 마셔본 사람이 적을 것이므로 이 역시 최고급 브랜드들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애주가들을 모아서 여러 술들을 마셔보고 인기투표를 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것은 비용도 너무 많아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국 인기 있는 술의 랭킹을 알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준으로 집계되어 발표되는 수많은 랭킹들을 종합하여 대체로 어떤 브랜드가 좋은지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은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이 마신 청주에 대해 품평하는 스마트폰 앱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집계되는 랭킹은 그래도 신뢰성이 높은 편이라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기있는 청주들

그러면 일본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어 상위 랭킹을 차지하는 청주 브랜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순위라는 것이 발표하는 사이트마다 다르고, 또 같은 사이트라 하더라도 순위가 수시로 바뀐다. 그렇지만 어떤 사이트에서도 대개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브랜드들이 보인다. 그들 브랜드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청주 웹미디어인 <일본주 라보>에서는 2023년의 추천 술 50개 순위를 발표하였다. 이 순위는 특정명칭주를 대상으로 사용된 쌀, 용량, 가격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정한 것이라 한다.


1. 新政(아라마사)

2. 十四代(쥬욘다이)

3. 風の森(가제노모리)

4. 作(사쿠)

5. 而今(지콘)

6. 鳳凰美田(호오비덴)

7. 仙禽(센킨)

8. 田酒(덴슈)

9. 赤武(아카부)

10. 鍋島(나베시마)


이상의 청주 가운데 내가 마셔본 술은 하나도 없다. 랭킹 50위 청주 가운데 내가 마셔본 것은 닷사이(獺祭, 12위), 핫카이잔(八海山, 37위), 구보다(久保田) 밖에 없다.


소비자 정보회사인 ㈜마이베스트 역시 매월 일본청주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서는 추천순위, 인기순위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순위를 발표한다. 여기서는 추천기준으로는 다음과 같은 청주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東洋美人(도요비진), 総乃寒菊(후사노칸기쿠), 十四代(쥬욘다이), 大嶺2粒 火入れ 山田錦(오미네2쯔부 히이레 야마다니시키), 真澄(마스미), 而今(지콘), 雪の茅舎(유키노보샤), 아베 시리즈, 獺祭(돗사이), 伯楽星(하쿠라쿠세이), 田中六五(다나카로쿠쥬고)

그렇지만 이 사이트에서 발표하는 순위도 인기순으로 하면 순위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사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술들이 있다. 十四代(쥬욘다이), 獺祭(닷사이), 久保田(구보다), 新政(아라마사), 鳳凰美田(호오비덴), 東洋美人(도요비진) 등은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대체로 어떤 조사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 같다.


일본청주 제조업체는 1,500개가 넘고 이들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렇다 보니 지역마다 주민들은 그 지역 청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청주를 권하면서 “우리 마을에서 생산되는 좋은 술이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리고 일본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할 때 자신의 고향을 자랑하면서 우리 고향엔 xx라는 좋은 술이 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렇다 보니 지역에 따라 인기 청주의 순위는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일본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때는 아무래도 전국시장을 커버하는 대기업 제품이 높은 순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일본 여행을 할 때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청주를 맛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의 하나일 것이다. 나도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꽤 많은 지방 청주를 마셔보았는데, 전국주에 못지않은 괜찮은 술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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