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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1. 2021

드라마: 아마짱

북쪽 지방의 해녀 이야기

해녀는 그리 쉽게 발견되는 어로(漁撈) 방식은 아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해녀가 존재하는 곳은 중국의 동남쪽 해변 일부 지역, 그리고 우리나라 제주도 일대, 일본의 동북지방의 해안지대 정도라 한다. 고고학에서 선사시대 인류가 어떻게 이동하였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풍속과 기술의 이동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한 증거자료가 된다. 아주 독특한 풍속과 기술이 어떤 선을 따라 연결되고 있다면 그것은 그 루트로의 인류 이동의 유력한 증가가 되는 것이다. 해녀라는 특수한 어로법이 중국 동남쪽 해변과 제주도, 그리고 일본 동북지방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그 오랜 옛날 길로 따라 인류 이동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요한 증거라는 것이다. 

중국, 한국, 일본의 해녀

드라마 <아마짱>은 일본 동북지방의 해녀(海女)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아마짱>은 NHK의 아침 방송인 TV소설로서 방영된 드라마로서, 2012년 방영되었다. 해녀(海女)를 일본어로는 “아마”라고 읽는다. 이 드라마는 약 150회에 걸쳐 방영되었다. 필자가 처음으로 감상한 TV 소설로서, 잔잔한 스토리의 전개가 마음이 들어 이후 NHK TV소설의 팬이 되었다.  


<海女=아마>란 말이 나온 김에 수 백 년 된 일본어 퀴즈 하나, <海海海海海>을 어떻게 읽는가? 답은 <아이우에오>이다. 왜 일까?

海女=あま : 아마 - 해녀

海豚=いるか: 이루카 - 돌고래

海胆=うに: 우니 - 성게

海老=えび: 에비 - 새우

海髪=おご: 오고 – 강리(꼬시래기)


이 드라마는 일본 동북지방, 그러니까 혼슈의 거의 북쪽 끝에 있는 이와테현(岩手県) 산리쿠(三陸) 해안가에 있는 가공의 마을 기타산리쿠시(北三陸市)를 무대로 하고 있다. 주인공 <아마노 아키>의 엄마 <아마노 하루코>(天野春子)는 기타산리쿠 철도가 개통식이 있던 1984년 어느 날 엄마(아키의 외할머니)와 다투고 불유쾌한 기분으로 동경으로 가출을 한다. 노래에 소질이 있던 하루코는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나, 노래 실력에 비해 운이 없어 인기 탤런트인 스즈카 히로꼬(鈴鹿ひろ美 )의 노래 대역에 머물고 만다. 

동경에 사는 여고생 아키는 여름방학이 되어 엄마 하루코와 함께 엄마의 고향인 기타산리쿠를 찾아온다. 외할머니는 하루코 대신 손녀인 아키를 <북쪽의 해녀>(北の海女)로 키우려고 한다. 일본에서 해녀가 있는 곳은 오직 여기뿐이며, 게다가 이미 어로 수단으로써의 해녀는 없어지고, 관광자원의 하나로서 <관광 해녀>를 지향한다. <북쪽의 해녀>(北の海女)도 관광자원으로서, 성게를 채취하여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아키가 해녀 수업을 받던 중 학교 동급생인 유이와 친하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아키와 유이는 아이돌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아키와 유의는 지방 아이돌로서는 꽤 유명해지게 된다. 이들이 인기곡은 아키의 엄마 하루코가 불렀던 <밀물의 기억>(潮騒のメモリー)이다. 아키는 아이돌로서 활동하면서도 해녀로서의 생활에도 재미를 들이게 된다. 


주제가  <밀물의 기억>(潮騒のメモリー)   

https://youtu.be/lQOZwyMTHMA


지방에서 아이돌로서 인기를 얻은 아키는 동경에 올라와 본격적인 아이돌로의 길로 들어서려 한다. 17살이 된 아키는 동경의 우에노역(上野駅)에 내려 아이돌 육성 프로듀서에 들어간다. 아키가 가입한 GMT47은 인기 아이돌 그룹인 <아메요쿄 여학원 예능코스>의 2군인 셈으로, 멤버는 단 6명뿐이다. 아이돌 그룹 <아메요코 여학원 예능코스>는 아마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AKB48을 모델로 한 것 같다. 아키는 아이돌로서 성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진 않는다. 하지만 아키는 과거 엄마가 노래 대역을 맡았던 스즈카 히로미의 도움역(배우나 가수의 옆에서 잔 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하면서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결국 아이돌로서의 길은 실패하고 다시 기타산리쿠로 돌아온다. 

다시 아이돌로서 성공의 희망이 보이려던 어느 날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다. 키타산리쿠도 해일의 피해를 받아 온 마을이 엉망이 된다. 아키는 아이돌로서의 길이 열리는 것 같았으나, 기타산리쿠의 참상을 듣고, 연예생활을 포기하고 기타산리쿠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하여 피해 복구에 힘쓰며, 그동안 힘들게 만들었던 <해녀 카페>도 다시 부활시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끊겼던 키타산리쿠 철도도 복구되어 사람들은 밝은 미래를 향한 새희망에 가득 찬다.   


드라마 <아마짱>은 해녀 생활과 아이돌 가수로의 길, 그리고 여러 가지 집안 사정과 주위의 인간관계가 뒤섞여 다소 혼란스러운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드라마라면 주인공은 옛날의 전통을 지키려는 할머니, 그리고 그 뒤를 이으려는 손녀의 감동스러운 이야기로 드라마는 끝을 맺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 드라마는 외할머니의 해녀 생활에 그리 무거운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직업관, 그리고 거기에 적응해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러한 사람들에게 어떤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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