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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7. 2024

영화: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찾아보는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들

■ 안토니오 가우디에 대하여


안토니오 가우디는 1852년에 태어나 1926년에 사망한 스페인이 배출한 세계적 건축가이다. 그는 스페인 북동부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태어나 17세부터 건축을 공부하였다. 바르셀로나의 건축학교를 졸업한 후 20대 후반부터 독자적으로 건축 일을 시작하여 많은 독창적인 작품을 남겼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장식 및 색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의 주된 활동무대는 바르셀로나로서 그는 이곳에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 가운데 비센스 주택, 구엘 저택, 구엘 공장단지 내 지하경당,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밀라 주택 등 7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가우디가 건축가로서 활약한 19세기말 무렵은 19세기 전반부터 시작된 “라 레나셍사”, 즉 카탈루나 부흥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던 시기였다. 1701-14년에 있었던 스페인 계승전쟁에서 카탈루냐 군주국은 스페인 제국의 페리페 5세에게 반기를 들었으나, 바르셀로나 포위전 끝에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제국은 신국가기본법을 발령하여 카탈루냐의 전통적 관습과 권리 등을 억압하였다. 카탈루냐 지방은 자치권을 잃어버린 데다 공공장소에서의 카탈루냐어 사용까지 금지당하였다. 이렇게 카탈루냐 지역에 대한 스페인의 억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19세기 중반부터 카탈루냐 지방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일어난 문화운동이 바로 카탈루나 부흥운동이었던 것이다.  

가우디도 만년에 접어들면서 열렬한 카탈루냐주의자가 되어, 국왕 알폰서 3세가 사그라다 패밀리를 방문했을 때도 그는 카탈루냐어로 말을 했다고 한다. 그 후 경찰로부터 심문을 받을 때 카탈루냐어로만 대답을 하여, 그 때문에 4시간 동안 구금 당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뛰어난 예술가에 어울리지 않게 가우디의 죽음은 비극적이었다. 그가 75세가 되던 1926년, 건축일을 하고 퇴근하던 길에 노면 전차에 부딪혀 중상을 입었다. 남루한 옷을 입은 그를 보고는 전차 운전사는 그가 노숙자라고 생각하여 길가에 버리고 떠나버렸다. 주위 사람들도 쓰러진 그를 피해 가던 중 한 사람이 그를 병원에 데려다주려고 택시를 잡았으나, 4대의 택시가 모두 죽어가는 노숙자를 태울 수가 없다고 하여 그냥 떠나버렸다. 겨우 택시를 잡아 그를 데리고 간 곳이 노숙자나 빈민을 치료하는 공공 보건소였는데, 여기서도 실려온 가우디를 방치해 버렸다. 

겨우 정신이 든 가우디가 근처의 간호사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그때서야 온 병원이 난리가 나서 사방에 연락을 하고 최고급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그러자 가우디는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이 더러운 세상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그는 결국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였다고 한다. 죽은 가우디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였던 바르셀로나가 자신을 버렸다고 한탄하지 않았을까?


■ 개요


영화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는 일본의 데시가하라 히로시(勅使河原宏) 감독이 1983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데시가하라 히로시는 영화, 꽃꽂이, 도예, 무대 미술, 오페라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약한 인물로서, 영화분야에서는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영상미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32세 때 이탈리아에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고는, 16밀리 필름으로 그의 작품을 촬영했다. 그러나 필름이 모자라 도중에 촬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24년 후에 35밀리 필름으로 촬영을 재개하여 겨우 완성시킨 영화가 바로 <안토니오 가우디>이다. 이 영화에서는 가우디의 작품을 중심으로 카탈로냐와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북동부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 줄거리


이 영화는 줄거리라 할 것이 없다.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시종 가우디의 건축작품을 중심으로 카탈로냐와 바르셀로나의 문화와 자연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도 대사도 심지어는 내레이터도 없다. 그저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 약간의 감상


안토니오 가우디란 건축가의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둥글 둥글하면서도 판타지 세계에서나 볼 법한 기묘하고도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비쳐진다. 나는 이 영화를 감상한 뒤 며칠 뒤 유럽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한 달 반 정도의 여행계획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바르셀로나에서 3박 정도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3개국 여행에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까지 추가하려니까 일정이 너무 빡빡하여 결국 바르셀로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스페인에 가고 싶다. 내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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