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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8. 2024

태안반도의 끝자락 신진항

(2024-09-02)

동해의 대표적인 생선(?)은 오징어이다. 특히 강원도 동해안은 여름이 되면 오징어 집어등으로 온 바다가 대낮같이 밝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동해안으로 놀러 가서 오징어 회를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채로 썬 오징어 회를 사들고 방파제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소주를 곁들여 먹으면 정말 기분이 끝내 주었다.


그런데 요즘은 동해에서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서해안에 때아닌 오징어 풍년이 들고 있다고 한다. 서해안에서 가장 큰 오징어 집산지가 바로 신진항이다. 신진항이라면 아마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태안반도 제일 끝자락에 있는 항구로서, 연포 해수욕장과 안흥항을 지나서 있다.


지난 월요일 날씨도 선선해져 바람을 쏘일 겸 신진항으로 갔다. 세종시나 신진항 모두 충남권이므로 가까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약 150킬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다. 서울 목동에서 가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바람이 세찬 데다 보슬비도 뿌리고 있지만 이왕 가기로 한 것, 그냥 출발했다. 

이름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항구라 조그만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상당히 크다. 어선이 엄청나게 많이 정박해 있다. 사중 오중으로 정박되어 있어 저 어선들을 어떻게 다 뽑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세어서 어선들이 출항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어선들이 상당히 크다. 길이가 15미터 정도 되는 것 같다.


월요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고 또 배들도 모두 정박되어 있지만, 항구는 그 특유의 설렘을 준다. 항구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 꽤 눈에 뜨인다. 이전에는 낚시라면 남자 전용 취미였지만, 요즘엔 여자들도 많다. 부부 혹은 연인끼리 캠핑카를 타고 와 함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벌써 10여 년 전에 낚시 인구가 등산 인구를 넘어섰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여기까 왔으니 먹을거리를 사야 한다. 오징어 20마리 한 상자를 85,000원에 샀다. 꽃게 2킬로 3만 원. 전어를 살려고 했는데 안 보인다. 물어보니 이곳엔 전어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횟감 좋은 것이 없나 하고 둘러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병어가 보인다. 옛날엔 병어가 가장 싼 횟감이었는데, 요즘은 잘 안 보인다. 1킬로 3만 원에 샀다. 대충 손질해 주므로 집에서 썰어 먹기만 하면 된다.


이제 앞으로 얼마간은 맨날 병어회에 오징어만 먹을 것 같다.

(2024-09-02)((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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