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서커스 단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랑과 감동의 드라마
내가 어릴 때인 1960년만 하더라도 서커스 공연이 참 많았다. 도시 넓은 공터에 큰 천막을 치며 온갖 묘기를 보여주는 서커스 공연은 어린 시절 우리의 꿈이었다. 돈이 없어 들어가지는 못하고 천막 주위에서 서성거렸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서커스단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독일이나 미국 등 해외 대형 서커스단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공연을 하곤 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대구 공설운동장에서 독일 서커스단의 공연을 본 기억이 난다.
영화 <지상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는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서커스 공연을 하는 서커스단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는 미국의 화려한 서커스 쇼를 보여주고 있어, 옛날을 돌이켜보며 서커스를 보는 재미도 괜찮다. 이 영화는 1952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에 수입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던 1965도쯤에 대구의 키네마 극장(지금의 한일극장)에서 아버지를 따라가 이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특히 열차 충돌 장면은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그때는 이 영화의 제목이 <지상최대의 서커스>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제25회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오리지널 아이디어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에서는 서커스 공연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서커스 공연이라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야 이런 영화들이라면 스턴트맨들이 대역을 했겠지만, 이 영화가 제작되던 그 시기에는 스턴트맨들은 아주 제한적으로 이용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촬영에서는 배우들이 서커스 쇼에 상당 부분 직접 출연하였으며, 이 때문에 출연배우들에게 서커스 훈련을 시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의 촬영은 1년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한다.
대형 서커스단의 총감독인 드래드 브레이든(찰톤 헤스턴 분)은 유명한 공중그네 스타인 세바스찬을 영입한다. 서커스 단원은 모두들 인기스타인 세바스찬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지만, 브레이든의 연인이자 공중그네 스타인 홀리는 자신의 자리를 뺏기게 되어 화가 나있다. 그렇지만 유쾌한 플레이보이이기도 한 세바스찬은 홀리와도 금세 친구가 된다. 세바스찬은 홀리에게 공중그네 공연의 주연을 맡기려고 하지만 브레이든은 이를 거절한다.
홀리는 실력으로 주연 자리를 따내려고 결심한다. 그래서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서 브레이든의 말을 듣지 않고 위험한 기술에 도전하고, 또 안전장치 없이 공연 연습을 하기도 한다. 세바스찬은 그런 홀리를 도와주지만, 홀리는 그럴수록 세바스찬에 대한 경쟁심이 높아진다.
서커스단의 공연은 가는 곳마다 주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화려하고 스릴 넘치는 공연으로 서커스단은 가는 곳마다 환호를 받는다. 그렇지만 서커스단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코끼리 조련사인 클라우스는 함께 공연을 하는 에인절을 좋아하지만 에인절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에인절은 브레이든을 짝사랑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안 클라우스는 공연 중 코끼리를 이용하여 그녀를 해치려고 드는데, 이를 발견한 브레이든에게 심한 질책을 받고 쫓겨난다. 공연장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지미는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다가 브레이든에게 쫓겨난다.
세바스찬은 홀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서커스단 운영에 몰입하여 자신을 소홀히 대하는 브레이든에게 실망한다. 그럴수록 홀리는 브레이든에게 더 좋은 기술을 보여주기 위하여 위험한 훈련을 서슴지 않는다. 세바스찬도 홀리가 자신을 쫓아오자 점점 더 위험한 훈련에 도전한다. 그러다가 안전그물을 제거한 채 공중그네의 고난도 기술에 도전하는데, 순간의 실수로 그만 그네에서 떨어져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병원으로 실려간 세바스찬은 더 이상 공연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홀리는 그것이 자신의 탓으로 여겨져 심한 죄책감에 빠진다.
3개월 후, 세바스찬이 돌아오지만 이미 그의 팔은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세바스찬은 스스로 서커스단을 떠나려 하지만 브레이든의 설득으로 다른 일을 맡게 된다. 어느 날 공연장에 형사가 찾아온다. 그는 오래전 아내를 안락사시켜 살인혐의로 수배 중인 의사를 체포하기 위해 수사 중이라 한다. 브레이든은 피에로 역을 맡고 있는 버튼스를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려준다. 버튼스는 항상 피에로 화장을 하고 있으며, 절대 화장을 지우지 않고 있다. 브레이든은 그가 수배 중인 의사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브레이든은 홀리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그날 저녁 서커스단은 새로운 공연을 위해 2대의 열차에 분승하여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브레이든에게 쫓겨난 지미와 클라우스는 기차를 털기로 모의한다. 한밤중에 두 대의 서커스 열차는 거리를 두고 달리고 있다. 지미와 클라우스는 철로에 장애물을 설치하여, 기차가 긴급히 정지하여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하여 강도짓을 하기로 한다. 앞의 차가 장애물로 인해 급정거를 하였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던 뒷 열차가 달려온다. 달려온 뒷 열차는 앞열차를 들이받고, 기차는 충돌의 충격으로 공중 높이 튕겨 오르며 완전히 파괴된다.
서커스단원들이 열차에서 뛰어내렸다. 2천 명이 넘는 단원과 수많은 동물들, 이들 중에는 무사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에서 빠져나온 동물들은 사방으로 뛰쳐나갔다. 브레이든도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광대 버튼스는 이 틈에 몰래 빠져나가려 하지만, 브레이든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 환자의 긴급치료에 임한다. 그는 살인혐의로 수배 중인 의사였다. 그는 자신의 체포를 각오하고 응급치료에 나선 것이었다.
브레이든은 위험한 정도로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긴급수혈을 하려 하지만 그의 혈액형은 RH 마이너스 AB형이었다. 피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세바스찬이 다가와 자신도 RH 마이너스 AB형이라며 브레이든에게 피를 제공한다. 수혈을 받으며 브레이든은 정신을 잃는다.
자신에 대한 브레이든의 사랑을 확인한 홀리는 서커스 공연을 성공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녀는 계획된 공연을 차질 없이 진행하자고 단원들을 설득한다. 다음날 홀리가 이끄는 서커스단의 화려한 퍼레이드가 시가지에서 펼쳐지고, 시민들은 환호한다. 정신을 차린 브레이든이 이번에는 자신이 홀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홀리는 너무 바빠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정신이 아니다. 옛 연인 사이였던 세바스찬과 에인절은 아픈 상처를 서로 위로하면서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살인 혐의의 의사를 쫓던 형사는 버튼스를 체포하면서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서커스단은 열차 충돌사고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야외에 거대한 텐트를 설치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지상최대의 쇼”를 보여주기 위해 화려한 공연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서커스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 속에서 서커스 공연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화려한 공중그네와 동물들의 쇼, 그리고 무희들의 춤은 옛날 생각을 나게 한다. 서커스단 속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질투, 그리고 훈훈한 인간관계를 그린 감동적인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