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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22. 2024

영화: 피에타

사채꾼에게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처절한 복수

■ 개요


피에타(Pietà)는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조각으로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후에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안겨있는 예수의 시신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재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보관되어 있다. 필자는 몇 달 전 유럽여행을 하면서 파티칸 시국 관광을 다녀왔는데, 사전에 박물관을 예약하지 않아 유감스럽게도 이 작품을 직접 감상하지는 못하였다. 


영화 <피에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꾼에게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를 그리고 있는 영화로서, 2012년 한국에서 제작되었다. 

피에타

■ 줄거리


이강도(이정진 분)는 사채꾼의 돈을 대신 받아주는 해결사이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빚쟁이가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신체를 훼손하도록 강요하기까지 않는다. 이를 위해 그는 빚쟁이가 자신의 손을 절단하도록 막다를 길에 몰아넣기도 하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도록 하기도 한다. 이강도의 악랄한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람도 적지 않다. 


이 강도는 휴대전화로 전송되어 온 빚쟁이의 사진을 보더니 그에게로 달려간다. 빚쟁이는 철공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채꾼에게 급전을 빌렸다가 지금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늘어나버렸다. 강도는 철공소로 찾아와서는 그의 팔을 기계에 집어넣고 돌려버린다. 그가 받을 보험금으로 빚을 돌려받기 위해서이다. 

어느 날 중년의 여자(조민수 분)가 강도를 찾아왔다. 그녀는 강도가 거부하는데도 불구하고 다짜고자 집안으로 들어오더니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기 시작한다. 화가 난 강도가 누구냐고 물으니 그 여자는 자신이 강도의 친엄마라면서 버려서 미안하다며 울면서 용서를 구한다. 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라는데 어리둥절해진 강도는, 어릴 때 버려져 불행한 인생을 살아온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보고 어머니에게 차갑게 대한다. 그렇지만 강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강도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주고, 집안 살림을 대신해준다. 


엄마의 이름은 미선이었다. 그렇게 차갑게 얼어붙어있던 강도의 마음은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미선을 보고 조금씩 풀어진다. 어느 사이엔가 강도는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품을 찾게 된다. 이렇게 미선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강도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전의 그 악마 같았던 강도는 빚독촉에 고통받는 채권자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이전과 같이 악랄한 방법으로 돈을 받아내는 일을 주저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미선은 오늘이 강도의 생일이라고 하면서 생일 케이크를 사 오겠다며 집을 나선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미선이 돌아오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는 강도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 속에서는 미선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강도는 직감적으로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미선을 납치하였다고 판단한다. 엄마의 납치에 눈이 뒤집힌 강도는 미선을 납치한 사람을 찾으러 미친 듯이 돌아다닌다. 옛날 자신으로 인해 불구가 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 미선을 납치하였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다녀도 미선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강도는 미선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중에, 과거 자신이 빚을 받기 위해 불구로 만들었던 사람들이 지금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목격한다.   

미선을 납치한 자는 강도에게 교외에 있는 폐건물로 오라고 한다. 강도가 그곳으로 달려가니, 폐건물 위에 미선이 서있다. 강도가 그런 미선을 보고 구해주러 갈 테니까 기다리라고 소리치지만, 미선은 그대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다. 강도는 죽은 미선을 안고 울부짖는다. 모처럼 찾았던 엄마가 이렇게 자신의 눈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강도는 미선의 품에서 자신이 죽으면 어느 곳에 묻어달라는 편지를 발견한다. 


강도는 미선이 말한 곳으로 가서 땅을 팠다. 그런데 땅 속에서는 한 남자의 시신이 나타난다. 그는 바로 옛날 자신의 빚독촉으로 끝내 자살을 택하고 만 남자였다. 그렇다. 미선은 죽은 그 남자의 엄마였던 것이다. 미선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일부러 강도의 엄마를 가장했고, 강도가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된 순간 그의 눈앞에서 자살함으로써 자신과 같은 마음의 고통을 강도에게도 주려고 한 것이었다. 


강도는 죽은 모자를 고이 땅에 묻어주고 쇠사슬을 끌로 미친 듯이 달린다. 강도가 찾아간 곳은 자신 때문에 불구가 되어 살아가는 남자의 가족이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 집이었다. 집 앞에는 이 가족의 생활수단인 1톤 트럭이 주차되어 있다. 강토는 트럭 밑으로 들어가 쇠사슬로 차와 자신의 몸을 연결한다. 

아침이 되었다. 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자가 일하러 가기 위해 나와 트럭의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쇠사슬로 차 밑에 묶여있는 강도의 몸은 아스팔트에 갈려 나가고 있다. 달리는 트럭 뒤로는 살점과 뒤섞인 강도의 피가 도로를 물들이고 있다. 


■ 약간의 감상


복수를 소재로 하는 대개의 영화는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 잔혹하고 비참하기 때문에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악마 같은 강도로 인해 아들을 잃은 미선은 죽어있는 강도의 인간성을 되살린 후 자신의 자살을 통해 강도에게 가슴의 고통을 줌으로써 복수를 하고 있다. 복수의 방법도 그렇지만, 사채업자의 해결사로서의 강도의 행동도 너무나 악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내 취향에는 그다지 맞지 않은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니 이젠에 들었던 옛날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아버지를 때려죽인 자가 있었다. 포도청에서 그를 검거하고 문초를 했는데, 그 범인은 워낙 무식하나 자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처형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원님은 그 범인에게 글공부를 시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글공부를 한 뒤 1년쯤 지난 어느 날 갑자기 그 범인이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버지를 죽인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지었는지 알게 되었고, 그때서야 원님은 그 범인을 처형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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