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아들을 둔 어머니의 비극
<F20>이란 제목을 보고 전쟁영화나 SF 영화라 짐작했는데, 뜻밖에 조현병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F20은 우리나라 질병분류상 “조현병”을 나타내는 분류번호라 한다. 조현병은 정신분열증이라고도 하는데, 환청이나 환시, 비현실적인 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 질환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인식을 바로잡고자 제작하였다고 하는데, 영화가 오히려 그런 편견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영화는 2021년에 제작되었는데, 조현병이 걸린 아들을 둔 엄마가 아들의 조현병을 숨기기 위하여 극단적으로 치닫다가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강남의 어느 아파트 촌에서 살고 있는 애란은 비록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동네 여자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있다. 이 동네 여자들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아주 멸시한다. 그렇지만 애란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않다. 서로 애란에게 잘 보이려고 그녀에게 접근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애란의 아들 때문이다. 애란의 아들 도훈은 서울대를 졸업한 아주 잘 생긴 청년이다. 지금은 군대에 가있다. 그렇지만 애란에게는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도훈이 가지고 있는 병, “조현병” 때문이다.
도훈은 군에서 조현병이 다시 도졌다. 애란은 의병제대를 한 도훈을 병원에 입원시키고는 주위에 대해서는 절대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친채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아들이 미국으로 유학 갔다고 거짓말을 한다.
어느 날 아들 유찬과 둘이 살고 있는 경화가 임대아파트로 이사 온다. 유찬 역시 조현병을 앓고 있는데, 애란은 조현병 환자의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들의 모임에서 경화를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애란과 경화는 언니 동생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경화의 이사로 애란은 충격을 받는다. 벌써 주위 사람들이 유찬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군거리고 있는데, 그로 인해 유찬의 조현병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봐서이다.
입원한 도훈이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애란은 도훈에게 주려고 롱패딩을 하나 사는데, 사는 김에 한 벌을 더 사 유찬에게도 선물로 준다. 경화가 이사 온 이후 애란은 정신이 제정신이 아니다. 경화는 아들 유찬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하며, 자신들에게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이로 인해 애란은 경화의 입을 통해 도훈의 조현병이 알려질까 봐 안절부절못한다. 애란은 경화에게 도훈이 조현병 환자라는 것을 잘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달라고 부탁하는데, 경화는 애란에게 그런 일은 숨길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도 애란이 하도 부탁을 하니까 그러겠노라고 대답한다.
아파트에서 누군가가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 현장이 발견된다. 목격자는 범인이 롱패딩을 입은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은 당장 유찬을 범인으로 낙인찍어 버린다. 동네 사람들은 입을 모아 경화와 유찬을 이 아파트에서 쫓아내겠다고 결의하는데, 경화가 무릎을 꿇고 애걸하는 바람에 이 일은 그냥 지나가게 된다. 애란은 혹시 범인이 도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마음 한 구석에 솟아오르는 것을 누를 수 없다.
이날부터 애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동네 사람들이 언제라도 금방 도훈의 조현병을 알고 몰려올 것 같다. 경화가 이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상 언제 그녀의 입을 통해 도훈의 조현병이 알려질지 모른다. 마침내 애란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경화에게 이 아파트에서 이사가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이 말을 들은 경화는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금껏 애란이 자신과 같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떠나 달라고 한다. 화가 난 경화는 알았다며 집을 나서는데, 그 순간 애란이 경화의 머리를 잡고 집안으로 끌로 들어가 어항에 경화의 머리를 밀어 넣는다.
애란이 어항에 경화의 머리를 밀어 넣고 정신없이 머리를 누르자, 어느 순간 경화의 저항이 사라진다. 경화가 질식사한 것이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애란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전율한다. 어떻게 할지 몰라하다가 결국 사건을 은폐하고 유찬에게 죄를 덮어씌우려 한다. 경화의 시신을 대형 가방에 넣고 경화의 집으로 가서는 엄마다 전해주려는 물건이라며 가방을 유찬에게 건네준다. 그리고는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이 출동하여 유찬을 살인혐의로 체포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럴 줄 알았다고 수군댄다. 애란은 자신의 살인을 유찬에게 덮어 씌우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다. 착란 현상이 나타나 도훈을 유찬으로 착각하여 덤벼들기도 한다. 경찰에서 경화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목에서 금붕어가 나왔다. 그것은 애란의 집 어항에 있던 금붕어였다. 이 증거로 인해 이번 살인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애란은 경찰에 체포되어 끌려간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각각 홀로 남은 도훈과 유찬 모두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렸다. 그렇지만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고양이 시체가 발견된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만든 영화라 하는데, 그 목적과 부합하는 내용인지는 의심스럽다. 조현병을 앓는 아들을 둔 엄마의 병적인 집착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을 이룬다.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환자들도 평범한 시민들처럼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며, 그들이 조금도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 그런 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조현병의 아들을 둔 엄마의 극단적인 행동을 묘사하는 이 영화가 어떤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