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Oct 19. 2024

영화: 떨어지는 동백(散り椿, 치리즈바키)

아내의 마지막 부탁으로 고향땅을 밟은 사무라이의 복수

■ 개요


영화 <떨어지는 동백>(散り椿, 치리즈바키)는 하무로 린(葉室麟)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2018년에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정통 사무라이 영화이다. 원제 “散り椿,”를 ‘떨어지는 동백’이라고 번역한 것 같은데, 좀 촌스런 느낌이 든다. “지는 동백꽃” 혹은 “흩어지는 동백꽃”, 아니면 “동백꽃 지다” 정도로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번(藩)에서 쫓겨난 주인공 신베에(新兵衛)가 병든 아내와 함께 교토에 있는 지장원(地蔵院)이라는 사찰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데, 그 절의 앞마당에 있는 오색 치리즈바키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보통 동백꽃은 질 때 꽃 전체가 떨어지지만, 치리즈바키는 꽃잎 하나하나가 흩어져서 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전통 사무라이극이면서 동시에 추리극적인 요소도 많다. 이야기는 신베에의 조카인 사카시타 토고(坂下藤吾)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 줄거리


번에서 쫓겨나 낭인이 된 우류 신베에(瓜生新兵衛)는 아내인 시노(篠)와 함께 교토의 지장원에서 숨어 살고 있다. 병에 걸린 시노는 정원에 있는 동백나무를 보면서, 고향에 핀 치리즈바키(散り椿, 흩날리는 동백)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노는 남편에게 자신이 죽으면 자기 대신 고향에 가서 “치리 즈바키”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시노가 죽자 센베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인 오기노 번(扇野藩)으로 돌아온다.(오기노 번은 가상의 번이다.)


신베에는 젊은 시절 일도류 히라야마 도장(一刀流平山道場)의 “사천왕” 무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패배를 모르는 “귀신같은 신베에”란 별명을 얻을 정도의 검의 달인이었다. 이전에 오기노 번의 회계담당 책임자가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고 폭로하다가 번에서 추방되어 결국 낭인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18년 전 번의 관리였던 젊은 신베에는 절친인 사카기바라 우네메(榊原采女) 등과 함께 열심히 무예를 닦고 있었다. 우네메는 사카시타 가문의 딸 시노와 사귀는 사이였으나, 신분의 장벽에 막혀 시노는 신베에와 결혼하게 된 것이다. 그 직후에 신베에는 우네메의 양아버지 히라조(平蔵)가 대상인인 다나카야 소베이(田中屋惣兵衛)로부터 뇌물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정의감에 가득 찬 신베에는 이를 그냥 넘기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 청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아내 시노와 함께 번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 일이 있는지 얼마 후 헤이조의 범행이 밝혀졌지만,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헤이조가 누군가의 칼에 죽어 사건은 흐지부지 되었다. 

신베에는 아내의 친정인 사카시타 가를 찾아가 시노의 죽음을 알린다. 시노의 오빠로서 사카시타 가문의 당주였던 켄노신(源之進)은 이미 18년 전에 배를 가르고 죽었다. 번의 회계책임자였던 겐노신은 사카키바라 헤이조의 뇌물사건이 회계책임자인 자신의 책임이라는 주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여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신베에는 사카시타 가에 머물면서 시노의 여동생인 사토미(里見)에게 자신이 다시 돌아온 이유를 말해준다. 아내의 소원대로 치리즈바키를 다시 한번 보는 것과 함께, 아내가 죽어가면서 “우네메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따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사토미는 언니는 마지막까지 우네메를 사랑하고 있었다면서 눈물짓는다. 


사카키바라 헤이조의 양아들인 우네메는 뇌물 사건 이후에도 열심히 일해 영주의 비서로까지 출세했다. 우네메는 곤경에 처한 번의 재정을 걱정하여, 이를 개선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번에는 오기노 와가미(扇野和紙)라는 특산품이 있었는데, 그 판매는 다나카야 소베에가 독점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영주대리(城代家老)*가 사복을 채우고 있었다. 내년 봄 새로운 영주가 에도로부터 처음으로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는데, 우네메는 그때야말로 개혁의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 일본의 에도 시대에는 영주는 격년제로 에도와 자신의 영주에 교대로 거주하였고, 영주의 가족들은 평생 에도에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번에는 영주 대신에 영지를 다스릴 사람이 필요하였는데, 이를 성대가로(城代家老), 즉 ‘죠다이가로’라고 한다. 여기서는 알기 쉽게 “영주대리”로 표현하였다. 

사카키바라 소베에는 특산품 와가미를 독점하는 대가로 번의 영주대리에게 많은 뇌물을 바치고 있었다. 소베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영주대리로부터 “기청문”(起請文)을 받아두고 있었다. 기청문이란 어떤 계약을 할 때 그 계약을 절대 깨지 않겠다고 하늘에 맹세하는 문서이다. 기청문에는 영주대리(城代家老)의 서명이 들어있는데, 계약을 깬다면 사카기바라에게 그동안 받았던 뇌물을 돌려준다는 내용의 쓰여있다. 영주대리는 기청문을 사카키바라로부터 되찾아 오려고 한다. 신베에는 이 사실을 알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소베에의 경호원으로 고용되어 18년 전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우네메는 신베에로부터 기청문을 넘겨받았다. 이제 젊은 영주가 돌아올다면 아무리 성주대리라 하더라도 죄를 면할 수 없다. 신베에는 우네메에게 아내의 유언을 말해준다. 어쩔 수 없는 질투심으로 치리자쿠라 앞에서 검을 뽑는 신베에게 우네메는 그게 아니라고 소리친다. 18년 전 시노는 가지 말라는 우네메에게 결연히 이별의 말을 남기고는 신베에와 함께 번을 떠났다. 우네메를 도와달라는 유언은 시노가 혹시 자신이 죽으면 남편인 신베에도 따라 죽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남편을 살리기 위한 시노의 안타까운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영주대리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귀환하는 새 영주의 암살을 기도한다. 진상을 알게 된 우네메는 영주대리의 부하의 활을 맞고 죽는다. 성주대리와 그 부하들을 베어 새 영주의 목숨을 구한 신베에는 새 영주의 정치개혁과 함께 살아남은 가족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혼자서 길을 떠난다. 


■ 약간의 감상평


아주 재미있는 정통 사무라이극이었다. 주인공 신베에와 그의 아내 시노, 그리고 신베에의 절친 우네메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 뇌물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한 추리물적인 요소는 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하였다. 사무라이 영화로서 아주 수작(秀作)이라 생각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