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총 정리판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3 극장판 – 재생> (新世紀エヴァンゲリヲン劇場版, 再生, Neon Genesis EVANGELION MOVIE 3 - REVIVAL OF EVANGELION)은 앞에서 소개한 바 있는 <에반게리온 극장판> 1과 2를 합하여 1998년에 재개봉한 것이다. 그러므로 스토리는 앞의 두 개를 축약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별도로 소개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대신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대한 감상을 조금 늘어놓고자 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TV 드라마로 시작하였다. 필자는 오래전 26회에 이르는 이 드라마를 모두 감상한 바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야기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청소년 대상의 애니메이션의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였다.
물론 전체적인 이야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드 임팩트가 끝난 후 소수의 사람만이 살아남은 미래 세계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시토(使徒)라는 괴생명체가 주기적으로 공격해 오고, 사람들은 에반게리온이라는 인간형 전투무기를 이용하여 이에 대항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뭐가 뭔지 알기 어렵다.
주인공인 신지는 왜 매사에 그렇게 소극적이고, 의욕이 없는지. 그런 신지를 보면 속이 터진다. 신지의 아버지 겐도의 목적은 무엇인지. 여주인공인 아야나미 레이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녀는 왜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내려진 명령에만 맹목적으로 따르는지. 신지나 아스카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민과 절망감은 무엇 때문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특히 이러한 의문은 이야기가 대단원에 가까워질수록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진다. 도대체 신지의 아버지 겐도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겐도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 건지, 롱키누스 창은 무엇인지, 에반게리온의 양산기들은 왜 에바 초호기와 1호기를 공격하는지.. 등등 의문은 끝이 없다. 물론 그 뒤에 감춰진 이야기를 어렴풋이는 짐작할 수 있다. NERV의 사령관인 겐도의 최종 목적이 서드 임팩트인 것 같아 보이고, 이를 위해 에바 양산기를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외에도 이 드라마에 대한 의문은 끝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관객에게 아주 불친절하다. 이번에 소개한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은 TV 드라마를 축약한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지 않고 이 영화만을 본 사람들은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 3편의 극장판 영화가 개봉된 뒤에도 2000년대에 들어 에반게리온 극장판 영화들이 계속 제작되었다. 필자는 <신세계 에반게리온 서>도 감상한 바 있다. 이렇게 여러 편을 감상했으면서도 여전히 이 영화의 구체적인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 점이 많다. 관객 모두 각자의 눈에서 이 영화를 이해하여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