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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8. 2021

세종시 산책(8): 금강트레킹 2

(2021-01-31):대청댐을 향하여

요즘 통 운동을 하지 않다가, 며칠 전 금강 길을 5시간 정도 걷고 나니 아주 기분이 좋다. 전부터 생각하던 대청댐까지의 트레킹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보니 집에서 대청댐 자전거 인증소까지 거리가 35킬로 정도 된다. 중간에 몇 번 쉰다고 생각하면 10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둡기 전에 도착하려면 오전 7시 이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요즘 매일 늦잠인데,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틀에 나누어 가기로 했다. 대청댐 방면으로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차를 타고 돌아오고, 다음에 그 자리에 가서 다시 출발하는 방법이다.


오늘 일요일. 11시가 조금 넘어 배낭에 생수 3병을 넣고 집을 나왔다. 금강 자전거 길에는 식당이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을 준비해 가야 한다. 대평동 옛 거리에 가면 자주 가는 식당인 <충남 순대집>이 있다. 아주 값도 싸고 맛도 좋은 집이다. 5천 원짜리 머리고기는 양이 푸짐하다. 찾아가니 충남 순대집은 일요일 휴업이란다. 어쩔 수 없이 대평시장 안에 있는 순댓국집을 찾았다. 양은 적은데 만원을 받는다. 머리고기를 맨입으로 먹을 순 없는 일이다. 중간 크기 막걸리 한 병을 샀다.


바로 금강 산책로로 갔다. 둑 윗길과 둑 아래 강바닥 산책로 및 자전거 길이 있는데, 산책로로 걷기로 했다. 조금 걷다 보니 자전거 길 가운데서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남자가 강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소리고 온갖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고, 60 가까이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도 지지 않고 대꾸를 하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남자가 <골든 레트리버> 큰 개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고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고 아주머니가  목줄을 채우라 한 모양이다. 그랬더니 50살 좀 넘어 보이는 그 사내는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며 욕설을 퍼붓는 모양이다.

보다 못해 무슨 욕을 그리 심하게 하느냐고 하고, 손에 들고 있는 목줄을 채우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 넘이 이젠 나한테 덤빈다. 아무튼 그 자는 개에 목줄을 채우고 둑 윗길로 걸어 올라가면서 온 강이 떠나도록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내뱉는다. 끌고 다니는 개는 잘 생기고 점잖은데, 주인이라는 자는 그 개보다 못한 넘이란 생각이 들었다. 트렉킹 출발부터 아주 기분을 잡쳐 버렸다. 괜히 쓸데없이 남의 일에 끼어들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국책연구단지까지는 이전에도 많이 걸었기 때문에 익숙한 길이다. 세종시청을 조금 지나니 큰 다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는데, 이 다리는 <금강 보행로>로서 세종시청과 세종수목원을 연결하게 된다. 다리는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이전에 이 길을 걸을 땐 세종보를 허물기 전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강 가득히 강물이 차 있었는데, 세종보가 개방되면서 이젠 여기저기 흰 모래톱들이 보인다. 금강은 한강이나 낙동강처럼 물이 많은 강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흐르는 강물 폭이 100미터도 되지 않는 곳이 많다.


국책연구단지 옆을 지나는 다리가 나온다. 걷기 시작한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난 것 같다.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산책하는 사람도 많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다. 두꺼운 옷에 머플러와 마스크까지 하니 땀이 흐른다. 국책연구단지부터는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강 밑을 걸으니 강줄기는 보이지 않고 계속되는 억새밭만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걸으니 또 다리가 나온다. 그리고 그 다리 밑을 통과하여 걸으니 공사 중인 다리가 또 나온다. 세종시에만 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10개도 넘는 것 같다. 계속 걸으니 끝도 없이 넓은 억새밭이 나온다. 바로 합강(合江)으로서,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이 금강과 합해지는 곳이다. 하도 넓어 어디까지가 강인지 분간이 안 간다.


이 일대는 이제 민가는 거의 없는 곳이다. 자전거 길에 산책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가끔 자전거만 다닌다.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라 쉬면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하고 싶은데 적당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생수만 들이키니 허기가 진다. 에라! 걸으면서 막걸리를 꺼내 몇 모금 마셨다.


지금까지 금강 오른쪽 변을 따라 걸었다. 한참 걷다 보니 누운 S 자처럼 길이 펼쳐진다. 즉 뒤로 크게 돌아 강을 건너 강 왼편으로 걷는 길이다. 그 길을 따라가려 하니 너무 멀 것 같다. 강 오른쪽으로 둑길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그래! 강 위쪽 둑길로 걷자! 둑 길로 한참 걸어가니 어쩐지 낯익은 길이 나온다. 바로 예전에 자주 가던 <강산 매운탕> 앞길이다.


강을 따라 찻길이 나있다. 인도는 거의 없다. 이 길로 들어선 이상 어쩔 수 없다. 오가는 차들로 신경이 쓰이지만 계속 걸었다. 배도 고파오는데 앉아서 먹을 데가 없다. 자전거 길을 따라갈걸 괜히 이리로 왔나 보다. 후회가 된다. 아무런 멋도 없는 찻길을 30분 이상 걸었을까, 저 멀리 길 옆으로 조그만 정자가 하나 보인다. 정자에는 마침 아무도 없다. 돼지 머리고기와 막걸리로 배를 채웠다. 목이 마른 탓인지 막걸리가 잘 들어간다.

기분도 알딸딸하고, 다리도 풀린다. 계속 찻길을 걷는다. 찻길은 강으로부터 멀어지고 대신 저 멀리 강둑으로 작은 길이 보인다. 이제 좀 편히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그 강둑길에서 걸어 나오는 일행이 보였다. 강둑길을 계속 걸을 수 있냐고 물으니, 그 길은 곧 끊어지고 더 이상 못 간다고 한다. 할 수 없다. 오늘은 여기서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한참을 걸어가니 도로공사장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니 큰 공공건물 단지가 나온다. 대부분 건설 중인 곳 같으며, 저 멀리 아파트 공사장도 보인다. 세종시내에 새로 개발되는 지역인가 보다. 벌써 6시가 넘어 어두워온다. 도로가 공사 중이라 버스가 있는지, 또 어디서 타는지 알 수가 없다. 카카오 택시를 불렀지만, 오겠다는 차도 없다. 그렇게 헤매고 있는데, 내 앞으로 버스가 한 대 와서 정차한다. 무조건 탔다. 운 좋게 우리 동네로 가는 차다.


귀가하니 7시가 좀 넘었다. 6시간 정도 걸려 25킬로를 걸었다. 곧 나머지 구간을 주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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