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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9. 2021

영화26: 김삿갓

죽장에삿갓 쓰고떠난 방랑과 슬픈 풍류

요즘 옛날 영화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어릴 때 본 영화도 다시 보면 재미있다. 촌스런 배경이나, 좀 어색한 듯한 연기, 그리고 북한 방송을 듣는 듯한 대사도 나름대로 재미라면 재미이다.


오늘은 <김삿갓>이란 한국영화를 보았다. 1957년에 개봉한 영화라는데, 출연 배우 가운데 남녀 주인공 배우는 누구인지 모르겠고, 조연으로 나온 김승호, 황정순, 김동원 세 사람은 아는 배우였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라는 주제가와 함께 시작되는 영화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흑백영화도 그런대로 볼만하다. 


방랑시인 김삿갓


1.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구름 뜬 고개 넘어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잔에 시 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2.

세상이 싫든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 없는 이 거리 저마 을로

손을 젖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https://youtu.be/ZPUKT58F250


옛날 영화를 보면 좋은 점이 있다. 요즘 영화는 보면서도, 그리고 보고 나서도 도대체 어떤 스토리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국영화는 더욱 그렇다. 스토리를 쫓아가기에 바쁘다. 이에 비해 옛날 영화는 스토리 전개가 단순하고, 느려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잠시 딴짓을 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김삿갓은 본명은 김병연으로, 경기도 양주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할아버지인 김익순은 선천 부사(宣川府使)로 재직하였는데, <홍경래의 난> 때 홍경래에게 항복하였기 때문에 그 죄로 집안은 망하였다. 후에 사면을 받은 김병연은 과거 시험에 응시하여 김익순을 규탄하는 내용의 답을 적어 급제하였다. 나중에 그는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의 불효를 부끄러워하여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한탄하며 큰 삿갓을 쓰고 방랑의 길을 떠난다. 그는 전국을 방랑하면서 수많은 해학과 풍자 시를 남겼다. 

영화 <김삿갓>은 김병연이 자신이 규탄한 김익순이 자기 할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방랑의 길을 떠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김삿갓은 이곳저곳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유랑생활을 하던 중 노담이란 선비를 만나게 된다. 노담의 소개로 그는 그 고을의 풍류를 읊는 선비들이 모이는 가해(황정순)라는 여인의 집인 가가당에 정착하여 서당을 낸다. 곧 김삿갓은 가해의 딸 가련 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나 가련이 홍경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번민에 쌓이게 된다. 


가련에게 마음이 멀어져 간 김삿갓은 곧 그 마을에 사는 향아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향아는 억만이라는 남편을 두고 있는데, 결혼 전 향아의 방에 남자가 다녀 간 사실을 알게 된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하인인 억만과 혼인시킨 것이다. 그러나 억만은 성불구자였고 향아와 김삿갓은 연인이 된다. 김삿갓에 버림을 받은 가련은 여승이 되고, 김삿갓은 억만이 여전히 향아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시 방랑길에 오른다. 


김삿갓은 방랑 중에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겼으나, 이 영화에 소개되는 에피소드는 두어 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김삿갓의 많은 풍자시 가운데 이 영화에서 소개되는 것은 <二十樹下 三十客> 단 하나에 불과하다. 


二十樹下  三十客  스무나무 아래서 서러운 나그네가 

四十家中  五十食  망할 놈의 집에서 쉰밥을 얻어먹으니 

人間豈有  七十事  인간세상 어찌 이런 일이 있으려   

不如歸家  三十食  집에 돌아가 선 밥을 먹는 만도 못하구나


오늘 영화 <김삿갓>을 보고 두 가지 큰 발견을 하였다. 첫째는 배우 황정순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 둘째는 황정순은 젊어서도 노인 역을 연기했다는 것.


이 영화에 출연하였을 때 황정순의 나이가 32세였으며, 김삿갓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가련이의 어머니인 가화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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