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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아카기, 어둠 속에 내려온 천재

티 하나 없는 순수한 마작 천재의 이야기

by 이재형

■ 개요


1994년, 도쿄에 1년간 머무르던 필자는 어느 날 헌책방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헌책방을 찾기 힘들지만, 일본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헌책방이 아주 많았다. 동네마다 최소한 한 곳 이상의 헌책방이 있고, 그곳에서는 싼값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북오프>(Book Off)라는 대형 프랜차이즈 헌책방이 동네마다 들어선 탓으로 영세 헌책방의 수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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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린 헌책방에서 필자는 <아카기, 어둠 속에 내려온 천재>(アカギ 〜闇に降り立った天才〜)라는 마작 만화를 발견하고 1, 2권을 구입하여 숙소로 왔다.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가 있을 줄이야!!!”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날 저녁 두 권을 내리읽고 다음날 다시 3, 4권을 구입하여 읽었다. 그런데 그 이후를 읽으려니 5권 이후는 아직 출판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필자는 일본에 가는 기회가 있으면 연속해서 출판된 책을 한 두 권씩 사 왔다. 그렇게 해서 필자는 거의 20년에 걸쳐 28권까지 사모았는데, 그 이후의 것은 구입하지 못하였다. 이 만화는 36권으로 끝이 났다. 만화 <아카기>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189149142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194807688


<아카기>는 마작만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작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마작을 즐기고 있다. 마작은 우리나라의 고스톱처럼 일본의 국민오락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마작만화나 마작소설도 만화나 소설의 한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아카기, 어둠 속에 내려온 천재>(アカギ 〜闇に降り立った天才〜)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만화는 후쿠모토 노부유키(福本伸行)의 작품인데,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진 작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얻은 그의 작품으로는 <케이지>, <금과 은> 등이 있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1796523484


아카기는 역시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인 <천, 천화 거리의 쾌남아>(天 天和通りの快男児)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이 만화에서 티 한 점 없는 천재로 묘사된 중년의 승부사 아카기가 주인공인 텐(天) 이상으로 인기를 끌어, 이 만화에서 스핀아웃되어 아카기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아카기, 어둠 속에 내려온 천재>(アカギ 〜闇に降り立った天才〜)이다. 아마 이 만화는 수없이 많은 일본의 마작만화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TV 드라마로 제작되었는데, 2005년에서 2006년에 걸쳐 26회로 방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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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 만화에 아주 충실한 작품이다. 원작 만화를 그대로 화면으로 옮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만화는 크게 3개의 마작 승부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승부는 중학생 편(만화 1~3권), 우라배(浦部)와의 승부(4~6권), 와시오(鷲巣)와의 승부(7권~35권)이다. 여기서 보다시피 4번째 승부가 전체의 8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으로 길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2006년은 아직 만화가 끝나지 않고 와시오와의 승부가 계속되고 있을 무렵이었으므로, 와시오와의 승부가 계속되는 중에 애니메이션 드라마가 종료되었다. 그래서 대략 이야기의 분량으로 따지면 3개의 승부가 1:1:2 정도의 비율로 나뉜다.


제1승부: 중학생 편


1958년 비가 내리는 한밤중 어느 마작집. 난고(南郷)라는 사내가 300만 엔(현재 우리 돈 가치로 한다면 대략 5억 원 정도)의 빚을 걸고 야쿠자인 류자키와 마작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승부에서 지면 난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가 가입한 생명보험금 300만 엔은 류자키에게 돌아가게 된다. 난고는 패배 일보직전에 몰려있다. 그때 한 소년이 사고를 치고 마작집 안으로 피신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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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는 절망적 상태에서 소년이 마작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 대신 마작을 쳐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마작을 모르는 소년에게 그 자리에서 마작의 규칙을 가르쳐 준다. 놀랍게도 갓 마작을 배운 소년은 류자키를 쓰러트리고, 류자키가 자신을 대신하기 위해 부른 대타마저 굴복시킨다. 소년은 바로 아카기란 이름의 중학생이었다. 며칠이 지난 후 승부가 재개되어 아카기는 뒷골목 프로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맹목(盲目)의 작사 이치카와(市川)에게 마저 승리한다.


제2승부: 우라베(浦部)와의 승부


아카기는 이치카와와의 승부가 끝난 후 모습을 감췄다. 그 후 6년이 지난 1964년 어느 야쿠자 조직의 두목인 가와다는 아카기를 대타로 고용한다. 그러나 6년 전 승부에서 아카기 측에 가담하였던 전형사 야스오카(安岡)는 아카기라 자처하는 그 작사(雀士)가 아카기와 모습이 비슷하고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던 중 야스오카는 우연히 진짜 아카기를 발견한다. 진짜 아카기를 데려온 야스오카는 가짜 아카기, 즉 나카이(仲井)와 승부를 벌이게 하고, 아카기는 나카이를 간단히 제압한다.


가와다는 나카이를 대타로 내세워 우라베(鷲巣)라는 자와 승부를 하게 한다. 그런데 우라베는 승부를 교묘하게 끌고 가 판을 무지무지하게 크게 키운다. 우라베가 결국 3200만 엔(현재 가치 약 약 40억 원) 정도의 판으로 승부를 키우자, 나카이는 완전히 위축되었다. 패배를 눈앞에 둔 나카이를 대신하여 아카기가 승부에 나서 우라베를 굴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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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승부: 와시오(鷲巣)와의 승부


동경 교외에 피를 모두 뽑혀 죽은 젊은이의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났다. 나카이도 피를 모두 뽑힌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는 와시오라는 정재계의 거물이 젊은이들을 상대로 마작 승부를 벌여 저지른 짓이다. 이 승부에서 와시오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자신이 지면 돈을 내놓고, 젊은이가 지면 피를 뽑도록 하여, 결국 승부에 진 젊은이들이 피를 모두 뽑혀 죽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야스오카는 아카기에게 와시오와의 승부를 제안한다. 와시오는 10억 엔(현재가치 약 1,300억 원)을 걸고, 아카기는 자신의 피를 걸고 와시오와의 승부에 임한다. 와시오는 돈의 힘으로 아카기를 죽음으로 몰아넣고자 하지만, 아카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점점 와시오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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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감상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만화에 충실하였지만, 재미는 만화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 만화가 갖는 가장 큰 재미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마작패의 움직임인데, 애니메이션은 이 둘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작패를 읽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만화에서는 그림을 통해 마작패를 찬찬히 읽고 그리고 패의 변화를 상세하게 알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장면이 금방금방 바뀌기 때문에 그 승부의 전개방향을 정확히 캐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바둑 승부를 만화로 보는 것과 영화로 보는 것의 차이와 같은 것이다. 만화로는 한수 한수의 전개과정을 그대로 알 수 있고, 또 작가가 말해주는 설명으로 판세의 전개방향을 알 수 있지만, 영화로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이미 원작만화를 10번도 넘게 읽었다. 그래서 승부의 전개과정, 패의 변화과정을 눈에 보는 듯이 알고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보더라도 그 승부의 전개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원작만화를 읽지 않고 애니메이션만을 본 사람이라면, 비록 마작을 플레이할 줄 아는 사람일지라도 그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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