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제작한 칭기즈칸의 이야기
영화 <푸른 늑대, 땅끝까지 바다끝까지>(蒼き狼 地果て海尽きるまで)는 칭지즈칸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과 몽골의 합작영화이다. 합작영화라고는 하지만 주요 배역은 거의가 일본인들이며, 몽골은 촬영지와 엑스트러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몽골 건국 800년 기념작품”인 동시에 “가도카와춘수(角川春樹) 사무소 창립 10주년 기념작품”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칭기즈칸의 어린 시절부터 몽골 통일까지의 험난한 길을 그리고 있다.
때는 1161년, 이 시기 몽골 고원에는 타이후트, 타타르, 멜킷, 몽골, 테레이트와 같은 여러 민족이 할거하며 살고 있었고, 서로 충돌 또한 잦았다. 몽골 부족의 영토를 통과하던 멜킷족의 족장 예케 치레드 일행은 보르지긴족 수장인 예스게이 바타르의 공격을 받는다. 치레드는 겨우 위기를 벗어나나 그의 아내 호에른은 예스게이에게 납치당한다. 예스게이는 호에른을 자신의 아내로 삼고, 그로부터 10개월 후 호에른은 아들을 낳는다. 예스게이는 아들에게 테무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테무진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이 누구의 아들인지에 대해 번민한다.
14세가 된 테무진은 예스게이를 따라 배우자를 찾기 위해 나선다. 이때 호에른은 4명의 아들을 낳았으며, 이외에도 엄마가 다른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예스게이 일행은 그의 외가인 호르쿠르트 족을 찾아가는 도중, 콘기라트 부족의 마을에 들른다. 그곳에서 테무진은 족장인 데이 세첸의 딸 보르테와 그녀의 소꿉친구 자무카를 알게 되고, 테무진과 자무카는 평생의 친구가 되기로 맹세한다. 자무카는 테무진에게 “부족을 통일하여 나라를 세워 싸움이 없는 풍요한 국가를 만들겠다.”라는 꿈을 밝힌다.
그때 예스게이의 부하인 문리크가 나타나 예스게이가 타타르족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예스게이가 죽은 후 타이추트족의 족장 타르구타이는 스스로를 예스게이의 후계자라 자칭하면서 부족민들을 전부 이끌고 새로운 유목지로 떠난다. 그는 떠나면서 메르키트족의 피가 아니라는 이유로 테무진을 후계자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테무진 일가만을 남겨둔다.
테무진의 가족은 살기 위해 스스로 식량을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복동생인 베크테르와 베르구타이는 잡은 고기를 자기들만 먹었다. 그것을 본 테무진이 그들을 꾸짖자, 베크테르는 메르키트 족의 지시는 따를 수 없다고 뻗댄다. 테무진은 동생인 하사르와 함께 베테크루를 죽여버린다.
세월이 흘러 테무진은 작은 군대를 이끌게 되었다. 문리크가 타르구타이에게 반발하여 동료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들은 타이추트족과의 싸움에 대비하여 준비를 시작했다. 테무진은 말도둑에게 8필의 말을 도둑맞아 수색에 나섰다. 어느 마을에서 도둑맞은 말을 발견한 테무진은 그곳에 있는 보오루츄을 활로 쏘려고 한다. 그러자 임자 없는 말인 줄 알았다는 호보루츄의 설명에 자신이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과를 하고는 말을 데리고 돌아온다.
얼마 후 테무진은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7년 만에 데이 세첸을 찾아간다. 그러나 데이 세첸은 테무진이 살해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딸 보르테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내려고 결심한 상태였다. 그 상대는 자무카로서, 그가 스스로 청혼을 해왔다고 한다. 테무진은 어쩔 수 없이 돌아오려 하는데, 보르테가 스스로 테무진을 선택하여 따라나선다.
그해 가을 테무진의 마을은 멜키트족의 공격을 받고, 보르테가 납치되고 만다. 6개월이 지났다. 테무진은 투릴과 자무카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테무진은 투릴에게 500명의 군사를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투릴은 대신 자신에게 전리품의 70%를 요구하며, 자무카가 20%, 테무진이 10%를 갖도록 제안한다. 자무카가 자신의 몫이 적다고 불평을 토하자, 테무진은 자신의 몫을 자무카에게 주겠다고 한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테무진은 보르테를 데려오지만, 이미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보르테가 아들을 낳자 테무진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면서 아이를 죽이려 한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설득에 아이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는 아이에게 주치(이방인)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얼마 후 보오루츄가 찾아와 자신을 받아달라고 하고, 테무진은 그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부족들이 테무진 아래로 모여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투릴이 찾아와 금나라의 황제로부터 타타르족 정벌을 위한 원군 요청이 있었다는 말을 전해준다. 테무진은 투릴로부터 함께 싸우자는 제안을 받고 이를 받아들인다. 약 10일에 걸친 싸움을 통해 타타르의 많은 부족을 멸망시켰다. 승전고를 울리며 마을로 개선하려는 테무진에게 투릴은 “이 기회에 자무카를 때려 부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그들이 습격해 올지 모른다”라고 조언한다.
자무카는 동생 타이샬로부터 테무진이 형을 제치고 왕이 되려고 한다고 경고를 받는다. 그러자 자무카는 테무진에 대해 경멸하는 말을 하고는, 평생 친구가 되자는 옛날의 맹세는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고 내뱉는다.
테무진의 군대는 숲 속에서 메르키트의 잔당으로 보이는 병사를 발견하고 포위한다. 그를 잡아 투구를 벗기니 그 속에서 나타난 얼굴은 여자였다. 클란이라는 이름의 여자는 자신을 죽이라고 하지만, 테무진은 여자는 죽이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테무진은 클란을 자신의 군대에 받아들인다.
주치가 17세가 되었다. 보르테는 테무진에게 주치도 전투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테무진은 주치에게 멜카이트에는 많은 북쪽 부족들이 숨어있다고 하면서 그들을 복속시키는 임무를 명한다. 이 임무는 첫 출전으로는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호에른은 손자를 걱정하지만, 보르테는 주치가 그 임무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꼭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시어머니를 설득한다. 클란은 테무진에게 왜 자신을 여자로 안아주지 않느냐고 하면서 자신은 여자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족장에게 안기겠다고 말한다. 테무진은 그런 그녀에게 “난 너를 만났을 때 너로부터 인간의 자부심을 느꼈다”라고 하면서 그녀를 받아들인다.
자무카로부터 많은 사람이 도망쳐 나와 테무진에게 귀순해 왔다. 무용이나 지략면에서 테무진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던 자무카는 점점 초조해졌다. 그는 타이첼에게 테무진을 암살하라고 지시했다. 타이첼은 테무진을 찾아가 틈을 보아 배후에서 죽이려 했다. 그러나 그는 클란에게 발각되어 제거된다. 테무진은 부족을 이끌고 자무카와의 싸움에 나섰다. 패배를 거듭하던 자무카는 투릴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주치는 드디어 천하를 차지하는 결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테무진은 전쟁에 참가하지 말고, 북방의 부족을 제압하고 자원을 조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주치는 반발하지만, 테무진은 강경한 태도로 임무수행을 명한다.
테무진은 자무카와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다. 그는 잡혀온 자무카에게 옛날의 맹세를 생각하여 함께 세상의 평정에 나서자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자무카는 테무진의 아래서 있을 수는 없다면서 자신을 죽이라고 말한다. 테무진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랜 친구를 처형한다.
이 영화는 스토리는 탄탄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영화의 내용과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 사극을 감상한 분을 느끼겠지만, 일본 사극의 경우 비록 전쟁을 주내용으로 하는 영화일지라도 분위기는 차분하고 아주 정적이다. 등장하는 주요 무장들도 결코 욕을 하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뭐라 할까, 좋은 말로 하면 아주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무장들도 모습과 행동에서 거의가 아주 점잖고 품위 있는 몸가짐을 보인다.
이 영화도 일본의 전통적인 사극영화의 분위기가 그대로 나타난다. 그런데 몽골이라는 거친 땅에서 살아온 유목민들이 용모와 행동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리 없다. 용모도 거칠고 행동거지도 아주 난폭할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약간의 위화감을 늦긴다. 오래전에 중국에서 만든 칭기즈칸 드라마를 감상한 적이 있다. 아마 그 드라마가 역사상 실제의 모습과 훨씬 비슷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일본과 몽골의 합작이라고 하지만, 감독과 주요 배역은 모두 일본인들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전개나 주요 등장인물들의 행동거지도 아주 정적이다. 마치 점잖은 학자들이 조폭 연기를 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