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무협물과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무협영화
영화 <수춘도>(繡春刀)는 명나라 말기 중국 황실의 특무기관인 금의위(錦衣衛) 소속의 무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 영화로서 2014년 중국에서 제작되었다. 지금까지의 중국 무협영화를 보면 좀 유치하다는 느낌을 적지 않게 받는데, 이 영화는 기존의 무협영화와는 완전히 수준이 다르다. 스토리가 탄탄하며, 액션도 박진감이 넘친다. 중국 무협영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때는 명나라 천계제(天啓帝) 시대. 환관 위충현은 비밀경찰조직인 동창(東廠)의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숭정제(崇禎帝)가 즉위하면서 실각하고 만다. 위충현은 북경에서 추방된다. 그를 따르던 많은 관리들은 엄당(閹党)이라 불렸는데, 젊은 황제는 이들의 세력을 일소하기 위해 잔당 소탕령을 내렸다.
특무기관인 금의위(錦衣衛)는 비밀경찰 조직의 하나로서 특히 북진무사는 그 안에서도 핵심부서로서 많은 사람들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늦은 밤 금위위 소속의 천호 심연(沈煉)은 많은 부하들을 데리고 엄당 허현순을 체포하기 위해 나섰다. 심연은 무술의 고수이면서 잔혹한 면이 있어 잔인한 일도 아무렇지 않은 듯 처리한다. 허현순이 도망을 쳤지만 부하들과 함께 그들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노검성(蘆剣星)과 참일천(斬一川)은 심연의 소중한 동료이면서 의형제을 맺은 사이였다. 노검성이 제일 맏형이고 둘 째가 심연, 막내가 참일천이다. 잔당 소탕작업은 마음의 아픔이 따르는 임무로서, 원한을 사는 일도 많다. 뒷 배경이 없는 세 사람은 각자 개인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다. 심연은 사랑하는 기녀 묘동(妙彤)의 몸값을 위해 돈을 마련하려고 고심하고 있으며, 일천은 항상 옛 사형으로부터 돈을 달라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고, 검성은 부패한 상사에 의해 승진 방해를 받아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심연 등이 소속된 북진무사에 대감인 조정충이 찾아와 심연 등에게 도망간 위충현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세 의형제를 비롯한 금의위 대원들은 그날 중에 출발하여 상대가 숨어있는 숙소에 도착한다. 위충현을 토벌하는 데 성공한다면 승진과 표창이 보장된다. 세 사람은 의논을 하여 숙소 내부로 침투한다. 그러나 잠입은 실패하여 격렬한 싸움이 시작된다. 심연은 졸개들은 두 의형제에게 맡기고 자신은 혼자서 위충현의 방으로 난입해 들어간다. 늙은 옛 권력자인 위충현은 금은보화로 심연을 유혹한다. 숙소에 불길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심연은 위충현의 명찰을 밖으로 던지며, 위충현을 죽였다고 소리친다.
세 의형제는 위충현의 불탄 시체를 가지고 돌아왔다. 새로 취임한 재상과 조정충이 시체를 확인하지만, 새까맣게 탄 시체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 명찰로는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재상이 의심을 하지만 조정충이 진짜 시체가 맞을 것이라며 세 의형제를 커버해 준다.
조정충은 혼자 깊은 산속에 있는 오두막을 찾아가는데, 그곳에는 위충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위충현은 조정충의 장인이었다. 처음에는 조정충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장인을 죽이려고 했으나, 위충현은 이미 그의 속셈을 뚫어보고 있었다. 위충현은 조정충에게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심연 등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심연이 기루를 찾아가 묘동에게 몸값을 가져왔으니 함께 가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묘동은 자신은 다른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면서 심연의 제안을 거절한다. 심연은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검성의 집으로 간다. 그곳에는 일천도 와 있었다. 세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 3인의 자객이 그들을 습격해 온다. 결투가 벌어지자 자객들은 도망치는데, 그들을 향해 쏜 심연의 화살이 한 자객의 손을 꿰뚫는다. 심연은 두 사람에게 북경에 오래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면서 함께 남경으로의 전근을 신청하자고 말한다. 그렇지만 검성은 아직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므로, 상황을 파악한 후에 결정하자고 대답한다.
엄당의 잔당 소탕 명영을 받은 금위대는 어느 저택 앞에 진을 쳤다. 그들의 상사는 심연과 검성, 일천에게 먼저 저택으로 들어가 잔당을 포박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심연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명령이라 할 수 없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 아들이 그들을 맞이한다. 그는 바로 묘동이 사랑하는 남자였다. 심연은 저택의 주인이 엄당의 잔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집주인은 웃는 얼굴로 심연을 따라나서겠다고 하는데, 그 순간 화살이 날아와 주인을 죽인다. 이를 계기로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져 저택의 무사들이 심연 등에게 공격을 가해온다. 심연은 중과부족을 느끼고 지원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내지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금위대는 꿈적도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저택 안으로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쏘아 보낸다. 고립된 저택 안에서 세 사람은 한편으로는 화살을 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적과 싸운다. 그들은 저택의 무사들을 모두 죽이고 주인 아들을 포박한다. 모든 것은 세 사람을 죽이기 위한 조정충의 음모였다. 심연은 그 길로 검성의 상사를 찾아가 한편으로는 협박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뇌물을 주어 자신들을 남경으로 전근시켜 줌과 동시에 검성을 승진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묘동의 몸값을 치른 심연은 곧 일천의 사형을 만나 돈을 건네주고 더 이상 일천을 괴롭히지 말라고 다짐을 받는다. 일천과 심연은 검성의 집으로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재상의 연회에 초대를 받는다.
연회에 참석한 검성은 재상으로부터 자신이 승진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지만 조정충이 일부러 승진에 얽힌 뒷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늘어놓아 검성을 웃음거리로 만든다. 재상은 검성을 자신의 테이블에 합석하도록 하고 큰돈이 어디서 났느냐고 추궁한다. 검성은 모욕을 참으면서 겨우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한편 일천은 또 사형으로부터 돈을 달라는 협박을 받는다. 그때 조정충이 나타나 일천의 사형과 싸움을 벌인다. 일천은 이때 조정충의 손에 화살자국을 발견한다.
심연은 뭔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검성과 만난다. 분노한 검성은 심연을 때리기 시작한다. 일천은 이를 말리다가 검성에게 떠밀려 피를 토한다. 일천은 결핵에 걸려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심연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털어놓는다. 심연은 위충현으로부터 돈을 받고 그의 죽음을 위장시켜 주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세 사람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일천은 자신들을 노리는 적은 바로 조정충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심연은 형제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하려고 자신을 고발하라고 한다. 그러나 검성은 함께 도망치자며 웃음을 보인다.
그 무렵 조정충은 불탄 시체의 검시가 끝나는 내일 까지 심연 등을 죽이겠다고 위충현에게 맹세한다. 불탄 시체가 위충현이 아니라는 사실이 판명된다면 조정충 자신도 위태롭게 된다. 조정충은 일천의 사형을 매수하여 일천을 살해하라고 부탁한다.
심연은 묘동으로부터 체포된 자신의 연인을 구출해 준다면 심연을 따르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심연은 그를 구출하기 위해 감옥으로 가지만, 묘동의 연인은 이미 혹독한 고문을 받아 죽을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심연은 그의 마지막 부탁으로 그의 숨을 끊어준다.
일천은 집에서 묘동과 심연을 기다리던 중 몸상태가 악화되어 의사를 찾아간다. 일천은 의사의 딸과 서로 호감을 갖는다. 묘동은 기루로 다시 돌아간다. 그 무렵 천호로 승진된 검성은 제복을 입고 자수를 하기 위해 나선다. 기루를 찾아간 심연은 묘동에게 그녀의 연인의 죽음을 알려주고, 그녀를 데리고 나오려고 한다. 그녀는 울면서 자신의 신분을 알려준다. 그녀의 아버지는 옛날 심연의 손에 죽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심연은 부모의 원수였다. 이때 누군가가 그들을 습격해 온다. 심연은 묘동을 보호하면서 적과 싸운다.
혈투를 벌이고 있는 심연의 앞에 조충연이 나타나 싸움이 계속된다. 조정충은 심연을 유인하기 위해 묘동을 죽이려고 하는데, 심연은 스스로의 몸을 던져 묘동을 구해준다. 조정충이 기절하고 있는 사이에 심연은 묘동을 데리고 기루를 벗어난다.
일천이 의사에 집에 도착하자 이미 의사는 살해당했고, 딸은 살아있었지만 사형에게 난행을 당한 상태였다. 일천은 병을 무릅쓰고 자신의 사형과 치열하게 싸운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일천의 사형은 일천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죽이려 하다가 멈칫한다. 이때 적이 침입하여 총으로 그들을 공격하자, 일천은 사형을 대신하여 총에 맞는다. 한편 자수하기 위해 금의위로 향하고 있던 검성은 위충현이 보낸 자객들과 싸움을 시작하지만, 곧 금의위의 군사들에 의해 체포된다. 젊은 황제 앞으로 끌려간 검성은 의형제들의 모든 죄를 혼자서 뒤집어쓴다. 황제는 가차 없이 검성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조정충은 실종되었다고 간주되어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는 장인인 위충현을 죽이고 도망친다. 심연은 눈에 묻힌 일천의 사체를 발견한다. 다음날에는 검성이 처형된다. 심연은 스스로의 죄를 후회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두 달이 지났다. 국경 부근의 어느 곳, 국외로 도망가려고 하는 조정충 일당은 자신들을 쫓아온 심연과 일천의 사형과 대치한다. 조충현은 이미 옆나라인 청나라로 도망할 준비를 해두고 있어 청나라 군사들이 그를 맞이하러 나왔다. 일천의 사형이 청나라 군사들과 싸우는 사이에 심연은 조정충과 대결을 벌인다.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심연은 조정충의 창에 찔리지만, 조정충의 비웃음을 받으면서도 함께 죽는다는 각오로 창을 맞은 채 칼로 조정충을 찌른다. 마침내 조정충이 죽었다. 옆을 둘러보니 일천의 사형도 청나라의 병사들을 모두 죽이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서있다.
일천의 사형은 심연에게 남쪽으로 내려가 소주로 가서, 그곳에서 제가 거리를 찾아가라고 한다. 자신이 그곳에 묘동과 의사의 딸을 옮겨놓았던 것이다. 그와 심연은 조정충을 죽이겠다는 것에 의기투합하여 함께 싸웠다. 일천의 사형은 웃음을 보이고는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린다. 심연은 죽은 의형제들을 생각하면서 소주로 향한다.
지금까지 감상한 중국 무협영화로서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무협영화와는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무협영화는 등장인물이 초인적인 무공을 발휘하는 등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데 비해 이 영화는 좀 더 사실적이다. 판타지적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복식과 행동거지도 아주 품위가 있고 진중하다.
이 영화는 스토리도 아주 탄탄하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도 어떤 결과로 영화가 마무리될지 궁금하였다.
다만 한 가지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천의 사형이 마지막에 심연과 힘을 합해 싸우는 장면이다. 일천의 사형은 사제인 일천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비열한 데다 악랄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이다. 그런 비열한 자가 왜 갑자기 심연과 힘을 합쳐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