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누명을 쓰고 명부마도(冥府魔道)의 길을 떠난 검객과 어린 아들
<아들을 동반한 검객 1: 아이를 빌려줍니다 칼을 빌려줍니다>(子連れ狼 子を貸し腕貸しつかまつる)은 코이케 카즈오(小池一夫)의 만화 <새끼 딸린 늑대>(子連れ狼)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 1972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가 대히트를 치면서 속편이 계속 제작되었다. <아들을 동반한 검객> 시리즈 전 6편은 다음과 같다.
제1편 <아들을 동반한 검객: 아이를 빌려줍니다, 칼을 빌려줍니다>(子連れ狼 子を貸し腕貸しつかまつる)
제2편 <아들을 동반한 검객: 삼도천의 유모차>(子連れ狼 三途の川の乳母車)
제3편 <아들을 동반한 검객: 죽음의 바람을 향한 유모차>(子連れ狼 死に風に向う乳母車)
제4편 <아들을 동반한 검객: 부모의 마음 아들의 마음>(子連れ狼 親の心子の心)
제5편 <아들을 동반한 검객: 명부마도>(子連れ狼 冥府魔道)
제6편 <아들을 동반한 검객: 지옥으로 가자꾸나! 다이고로>(子連れ狼 地獄へ行くぞ!大五郎)
이 영화의 원작자인 코이케 카즈오(小池 一夫)는 아주 독특한 만화작가이다. 그는 만화를 그린 적이 없다. 그는 원작을 자신이 쓰고 그림은 다른 만화가에게 맡겼다. 그래서 그는 열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는 수많은 만화가들과 공동작업을 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만화의 작풍은 상대 만화가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그는 여러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으며, 출판사인 코이케서원(小池書院)의 편집장을 하기도 하였다.
그는 수많은 만화 작품을 남겼는데, 주로 섹스와 폭력을 내용으로 한 것이 많다. 그의 작품 중에서 영화로 제작된 것만 하더라도 거의 30편에 이른다. 이 블로그에서도 그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오늘 소개하는 <아들을 동반한 검객> 외에 <고요키바>(御用牙) 3부작, <수라설희>(修羅雪姫), <포르노 시대극 망팔 무사도>(ポルノ時代劇 忘八武士道) 등이 있다. 이들 영화들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865975720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1770354069
어느 성 안에서 다섯 살 남짓한 아이가 노인의 손에 이끌려 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아이의 손을 잡은 노인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이는 바로 이 번(蕃)을 다스리는 영주였고, 노인은 바로 영주를 보필하는 최고 가신이었다. 뒤에 흰 장막이 쳐진 자리에 아이를 앉힌다. 그 앞에는 여러 명의 가신들이 슬픈 표정으로 앉아있다. 아이는 영주로서 막부로부터 죄를 문책당해 오늘 절복(切腹, 셋푸쿠)을 명령받은 것이었다.
※ 일본의 무사들이 자신의 배를 가르고 죽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할복(割腹)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할복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배를 베고 죽은 행위를 통칭해서 하는 말이다. 사무라이들이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 배를 가르고 죽는 행위는 “절복”(切腹, 셋푸쿠)라 한다.
노인은 아이의 뒤에 칼을 빼들고 있는 가이샤쿠닌(介錯人)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부디 자신의 어린 영주가 고통 없이 깨끗이 죽을 수 있도록 한 칼에 목을 쳐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가만히 어린 영주에게 접는 부채를 건네준다. 어린아이가 단도로 자신의 배를 가를 수 없으니까, 아이가 부채를 칼처럼 배에 갖다 대면 그 순간 가이샤쿠닌이 목을 쳐 주는 것이다. 아이도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듯 떨리는 손으로 부채를 배에 가져가자 그 순간 가이샤쿠닌의 칼이 아이의 목을 친다.
에도 막부는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영주들의 반란을 방지하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세 개의 비밀조직을 두고 있었다. 첫째는 막부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을 암살하는 임무를 맡는 자객인(刺客人)으로서, 이는 야규(柳生) 일족이 맡고 있다. 두 번째는 막부에 대한 위험인물을 색출하는 탐색인(探索人)으로서, 이는 구로쿠와(黑鍬) 일족이 맡고 있다. 세 번째는 막부로부터 위험인물로 찍혀 절복(切腹) 명령을 받은 자들의 목을 쳐주는 공의가이샤쿠닌(公儀介錯人)으로서 이는 오가미(拝) 일가가 맡고 있다. (물론 이들은 모두 가공의 조직이다.)
한 남자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걷고 있다. 유모차에는 “아이를 빌려줍니다, 칼을 빌려줍니다)라고 쓰인 깃발이 꽂혀있다. 갑자기 미친 여자가 유모차에 달려들더니 아이를 안고는 젖을 먹인다. 뒤따라온 그녀의 노모는 그녀가 얼마 전 아이를 잃은 후 미쳐서 저런다고 하며 용서해 달라고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그 모습을 본 사내는 과거를 회상한다.
사내는 이전 공의가이샤쿠닌(公儀介錯人)이었던 오가미 잇토(拝一刀)였다. 오가미 잇토는 직분상 수많은 사람들의 목을 쳐야 했다. 그의 아내는 죽은 사람들의 원혼의 저주를 받는 악몽을 자주 꾼다고 호소하였는데, 어느 날 아내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그런 뒤 얼마 후 막부의 총감찰관인 야규(柳生)가 부하들을 이끌고 찾아온다. 그에 따르면 오늘 오전 에도성 밖에서 3명의 무사가 자살하였는데, 그들의 품 안에는 오가미의 비행을 고발한 고발장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가미의 집안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집안의 불당에서 쇼군가(將軍家)의 위패를 찾아낸다. 오가미가 쇼군가를 저주하였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사실 이 모두는 야규 일가의 음모였다.
야규는 잇토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모든 것이 야규 일가의 음모라고 알아차린 잇토는 칼을 뽑아 저항한다. 잇토는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는 야규의 부하들을 닥치는 대로 벤다. 잇토는 집안에서 야규의 부하들을 모두 죽이고 집 밖으로 나왔지만 밖에는 수십 명의 검객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잇토가 웃옷의 겉옷을 벗는다. 그 속에 나온 것은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이 들어간 옷이었다. 아무리 야규라 하지만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을 향해 칼을 겨눌 수는 없다. 그러자 야규가 제안을 한다. 교외에서 자신의 부하와 일대일로 싸워 만약 이긴다면 잇토를 추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잇토는 야규의 장남인 야규 히젠(柳生備前)과 일대일로 싸워 그를 베어 죽이고, 무사히 에도를 빠져나온다.
그로부터 잇토의 방랑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는 유일한 혈육인 어린 아들 다이고로(大五郞)를 유모차에 태우고 전국을 떠돌게 된 것이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자객 생활을 택한다. 누구든지 500냥을 내면 원하는 사람을 죽여준다는 것이다. 어느 날 오야마다(小山田) 번 가신이 잇토에게 접근해 와 암살을 의뢰한다. 그는 자신들의 영주가 사망하여 에도에 있는 영주의 아들이 새영주가 되어 영지로 내려오려고 하는데, 번의 고위 관리가 다른 자를 후계자로 삼아 번의 실권을 잡기 위해 새 영주를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 영주를 죽이려는 자들을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오가미는 그 의뢰를 받아들이고 다시 길을 간다. 길 앞에서 여자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잇토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그는 집을 떠나면서 아직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 다이고로를 앞에 앉히고, 그 앞에 칼과 공을 두고는 어느 쪽인가 선택하라고 한다. 공을 선택한다면 다이고로를 죽은 아내에게 보내고, 칼을 선택하면 자신과 함께 명부마도(冥府魔道)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이고로이지만 칼을 선택한다. 그 모습을 본 잇토는 “불쌍한 녀석, 공을 선택했으면 편했을 것을...”하며 눈물짓는다.
잇토는 다시 길을 가다가 깊은 계곡에 걸려있는 줄다리에 도달한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고노모리(鄕の森)라는 온천마을이다. 그런데 지금은 무법자들이 이 마을을 점령하고 있다. 줄다리 근처에 있던 무법자의 졸개들은 잇토를 잡아 마을로 데려간다. 무법자의 두목은 잇토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잇토는 사람들이 갇혀 있는 방에 함께 갇힌다.
두목이 자꾸 잇토가 마음에 걸린다고 하자, 부두목이 잇토의 실력을 알아보겠다고 하면서 그가 갇힌 방으로 찾아와서는 시비를 건다. 그러나 오가미는 그를 상대도 않는다. 그러자 부두목은 자고 있는 다이고로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이 모습을 본 창녀가 그를 가로막는다. 부두목은 창녀에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잇토와 관계를 가진다면 아이를 살려주겠다고 한다. 창녀는 무슨 말이냐고 펄쩍 뛰지만, 잇토가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한다. 싫다던 창녀도 오가미의 얼굴을 보고는 승낙한다.
이 무법자들은 오야마다 번의 반도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새영주의 암살을 계획하고 있었다. 반도들은 자신들이 영주 암살에 개입하였다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무법자들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무법자들은 마을을 떠나면서 주민들은 살려주는 대신 떠돌이들은 모두 죽이겠다고 한다. 이때 잇토가 유모차에 다이고로를 태우고 나타난다.
무법자들이 떠돌이 가운데 한 사람인 병든 무사를 죽이려 하자, 그 무사는 스스로 죽겠다고 하면서 잇토에게 자신이 배를 가를테니 가이샤쿠닌으로서 목을 쳐달라고 부탁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법자의 두목은 공의카이샤쿠닌 “오가미 잇토”의 이름을 떠올리고 전율한다. 두목은 두려움에 떨면서 부하들에게 절대로 오가미 잇토를 상대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부두목이 앞장서 잇토를 공격하다가 일격에 다리가 잘린다. 무법자들은 일제히 잇토에게 덤벼들었으나 모두 단칼에 죽는다.
무법자들이 모두 죽자 이번에는 새영주 암살을 모의한 야마다번의 반신들이 잇토를 공격해 온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잇토의 칼에 쓰러진다. 이것으로 오가미 잇토의 임무는 끝났다. 그는 다시 유모차를 밀고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