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무기가 탑재된 유모차
영화 <아들을 동반한 검객>(子連れ狼) 시리즈는 만화작가 코이케 카즈오(小池 一夫)가 쓴 같은 제목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레츠토가 이끄는 야규(柳生) 일족의 손에 의해 아내를 잃고 낭인이 된 검술의 달인 오가미 잇토(拝一刀)와 아들 다이고로(大五郎)의 유랑생활과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6부작으로 제작되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이 시리즈의 4번째 작품으로서 1972년에 제작되었다.
원작 만화의 원작자 및 작화자 모두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였다. 원작만화는 1987년 미국으로 수출되어 높은 평가를 많았고, 이 만화를 통해 일본만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이 작품은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로 평가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몇 가지 사전지식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주인공 오가미 잇토는 원래 “공의카이샤쿠닌”(公儀介錯人)이었다. 이는 에도 막부(江戸幕府)의 가공의 직책으로서 법을 어겨 막부로부터 절복(셋푸쿠, 切腹)을 명령받은 영주들이 배를 가를 때 뒤에서 목을 쳐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또 구로구와슈(黒鍬衆)라는 무리가 나오는데 에도 막부의 가공의 밀정 집단이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子連れ狼”, 즉 “아이(새끼) 딸린 늑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들을 동반한 검객”으로 번역하였다.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만화의 분위기와 훨씬 어울리는데, 촌스럽게 번역을 해서 완전히 맛을 버리고 말았다. 이번 제4편의 원제목은 “새끼 딸린 늑대: 아버지의 마음, 아들의 마음”(子連れ狼: 親の心子の心)이다.
이전에 에도 막부의 “공의카이샤쿠인”(公儀介錯人)이었으며, 지금은 “새끼 딸린 늑대”(子連れ狼)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자객 오가미 잇토(拝一刀)은 오와리 번(尾張藩)으로부터 ‘유키’(雪)라는 여자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유키는 가슴에는 “긴타로”(金太郎), 등에는 야마우바(山姥) 문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잇토는 유키를 찾아가던 중 철천지 원수 야규 레츠도(柳生烈堂)의 셋째 아들 야규 군베에(柳生軍兵衛)의 습격을 받아 그의 한쪽 팔을 베어버린다.
* 긴타로”(金太郎): 일본 옛 동화에 나오는 사내아이
* 야마우바(山姥): 산에 산다는 노파 요괴
유키의 행방을 찾으면서 잇도는 유랑극단 집단 출신의 유키의 슬픈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유키의 검술 실력을 높이 산 오와리 번의 번주 도쿠가와 요시나오(徳川義直)는 그녀를 여성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경호대에 맞아들였다. 그러나 그녀는 요술을 구사하는 어둠의 무사 엔키(円記)와의 대결에서 패해 강간당한다. 유키는 그 복수를 위해 오와리 번을 무단으로 탈출하고, 자신을 추격하는 추격자를 죽여서는 그 상투를 번으로 돌려보낸다. 그녀가 번을 상대로 이렇게 도발적인 행동을 취한 것은 엔키를 스스로 불러내기 위해서였다.
잇도가 보는 앞에서 유키와 엔키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유키는 가슴의 문신으로 엔키의 주의를 돌려 요술을 깨트리고 엔키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잇도는 기다려왔던 복수를 마치고 기쁨에 젖어있는 유키를 벤다.
잇토는 유키의 최후를 그녀의 아버지 진타오(仁太夫)에게 전해주기 위해 유키의 유골을 가지고 진타오가 두령으로 있는 유랑극단으로 찾아간다. 진타오는 잇토의 진심을 알고 그를 환대하려 하지만, 그곳에 오와리 번의 추격대가 나타나 진타오를 죽여버린다. 모든 것이 야규 레츠도의 음모로서, 레츠도는 요시나오를 부추겨 임무를 마치고 성으로 찾아온 잇토를 베도록 한다. 그러나 잇토는 요시나오를 인질로 잡아 산으로 도망친다. 그곳에 격렬한 포격과 함께 수백 명의 야규의 부하들이 공격해 온다.
잇토는 공격해 오는 야규의 부하들을 향해 다이고로가 타고 있는 유모차인 “상자차”(箱車)에 장치되어 있는 기관총을 발사한다. 공격해 오던 야규의 부하들은 총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남은 잔당들이 무기를 들고 잇토를 공격해 온다. 잇토는 몸에 칼을 맞아 만신창이가 되면서 칼을 휘둘러 공격해 오는 야규의 부하들을 모두 죽인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잇토를 공격해 오는 적들이 잇토의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아들 다이고로를 인질로 잡거나 아니면 다이고로를 공격함으로써 잇토의 주의를 돌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이고로는 잇토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잇토를 도와준다.
잇토가 다이고로를 태우고 밀고 다니는 “상자차”(箱車)는 단순한 유모차가 아니다. 상자차에는 기관총, 창, 칼과 같은 중무기가 장치되어 있다. 잇토는 많은 적을 상대로 싸울 때는 상자차에서 기관총을 발사하여 적을 대량 살상시킨다. 이 장면을 보면 마치 서부영화 <장고>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