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싸움에 끼어든 "새끼 딸린 늑대"
영화 <아이를 동반한 검객 5>(子連れ狼 冥府魔道)는 <새끼 딸린 늑대>의 5번째 작품으로서, 1973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잇토는 규슈의 치쿠젠(筑前) 지역의 구로다번(黒田藩)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분쟁에 뛰어든다.
야규(柳生)의 음모로 막부의 공의가이샤쿠인(公儀介錯人)의 자리에서 쫓겨나 지금은 자객이 된 오가미 잇토(拝一刀)는 치쿠젠(筑前)의 구로다번(黒田藩)으로부터 암살 의뢰를 받는다. 치쿠젠은 지금의 후쿠오카(福岡) 지역으로서 후쿠오카번으로 불렸다. 그런데 이 지역은 구로다(黒田) 가문이 대대로 다스려 왔으므로 속칭 구로다번이라고도 한다.
암살을 의뢰한 사람은 구로다번의 최고위 관리였는데, 그는 현 영주인 어린 소녀를 죽여달라고 부탁해 온 것이었다. 현재의 영주는 하마치요(浜千代)란 이름의 어린 여자아이로서 은퇴한 전 영주인 구로다 나리타카(黒田斉隆)와 그의 애첩 사이에서 태어났다. 구로다 나리타카는 본처와의 사이에 마츠마루(松丸)라는 아들이 있었지만, 첩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첩과의 사이에서 난 여자아이를 남자로 위장하여 영주 자리를 물려주고, 마츠마루는 유폐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밀을 보리사의 주지인 자혜화상(慈恵和上)아 알게 되어, 막부에 이 사실을 알리려 밀서를 갖고 에도로 향해 떠났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을 막부가 알게 된다면 막부는 당장 구로다번을 폐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관리의 의뢰는 자혜화상을 죽이고 밀서를 빼앗아 옴과 동시에 영주인 첩의 딸도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간 다이고로(大五郎)는 사람들로 넘치는 번잡한 시장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오하(お葉)라는 유명한 여자 소매치기가 사람들의 지갑을 훔치고 다녔다. 오하는 소매치기를 들키지 않기 위해 훔친 지갑을 한패인 사내에게 넘겨준다. 그런데 그 사내가 잠시 자리를 떠났다. 오하는 훔친 지갑을 넘겨주려는데 한패인 사내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엉겁결에 근처에 있는 다이고로에게 지갑을 맡겨두고는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이 일을 말하지 말라고 약속한다.
지갑을 도둑맞은 사람이 그 사실을 눈치채고 관헌을 불러 주위를 수색한다. 관헌은 다이고로가 지갑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다이고로를 체포해 간다. 범인이 누구냐고 묻지만 다이고로는 입을 굳게 다문다. 그러자 관헌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다이고로를 매질하고는 아이를 구하려면 진짜 범인이 나오라고 한다. 아무리 매질을 해도 다이고로가 입을 열지 않자, 오하는 보다 못해 자신이 범인이라고 나선다. 그렇지만 다이고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한다. 결국 다이고로와 오하 둘 다 모두 풀려난다.
그날밤 잇토는 구로다번의 구노이치(くの一, 여자닌자) 시라누이(不知火)부터 또 다른 암살 의뢰는 받는다. 이 일로 잇토는 구로다번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잇토는 나루터에서 자혜화상을 살해하고 밀서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잇토는 밀서를 가지고 구로다성으로 찾아간다. 자혜화상의 뒤에는 야규 레츠도(柳生烈堂)가 있었다. 자신의 계획이 뒤틀린 야규는 화가 나 잇토를 죽이기 위해 연이어 자객을 보내지만 모두 실패로 끝난다.
마침내 구로다 성에 도착한 잇토는 구로다번의 영주와 신하, 그리고 군과 관리들이 모인 앞에서 소리친다. “아무리 측실을 사랑한다고 하나 하마치요를 마츠마루라고 속이고 번주 자리를 물려주고, 정부인의 아들인 마츠마루를 유폐시킨 것은 구로다 무사도의 의기에 어긋난다!” 그러자 다섯 살밖에 안된 하마치요가 잇토를 베라고 부하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명령을 내린다.
하마치요의 명령을 신호로 구로다 번의 무사들이 일제히 잇토를 베기 위해 달려든다. 잇토는 이들에 대적하여 필사적으로 싸운다. 피바다로 변한 아수라장 속에서 잇토는 전 영주인 나리다카와 현 영주인 하마치요를 모두 베어버린다. 이것이 시라누이의 의뢰였다. 성밖에서 시라누이가 임무를 마치고 성을 나온 잇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잇토에게 “아무리 구로다 가문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저는 불충을 저지른 신하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결한다.
오직 마츠무라에 대한 충성으로 살다가 죽어간 시라누이의 옆얼굴이 잇토의 눈에는 아름답게 비친다.
<새끼 딸린 늑대> 시리즈 영화에는 매편 피바다가 펼쳐진다. 잇토는 항상 수십, 수백의 적과 맞서 이들을 모두 살육한다. 그 옆에서는 항상 어린 아들 다이고로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이 참혹하게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다이고로의 일상생활이 되었다. 아이 교육에 괜찮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