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자락 스키 위에서 펼쳐지는 대결투
<아들을 동반한 검객 6: 지옥으로 가자꾸나! 다이고로>(子連れ狼 地獄へ行くぞ!大五郎)는 <새끼 딸린 늑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1974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지금까지의 작품이 대개 계절적으로 봄이나 여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비하여 이번 작품은 한겨울이다. 일본의 위쪽 지방, 특히 그 가운데서도 에치고(越後) 지방은 설국(雪國)이라 불릴 만큼 눈이 많은 지역이다. 이번 영화의 배경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촬영은 자오(蔵王)에 있는 스키장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자오는 동북지방의 미야기현에 위치한 도시이다. 필자는 이 도시에 가보진 않았지만, 차를 타고 몇 번인가 지나간 적은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설산에서의 결투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마지막에는 몇백 명의 스키병들이 잇토를 공격해 오는데,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처음에는 주니어 스키선수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박진감 있는 액션이 나오지 않아 결국에는 일급 프로 스키어들을 모집하여 촬영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스키 액션이 상당히 좋다.
한 겨울, 오가미 잇토(拝一刀)는 바퀴대신 스키를 장착한 상자차에 어린 아들 다이고로(大五郎)를 태우고 허리까지 눈이 쌓인 설산을 지나고 있다.
잇토의 철천지 원수인 야규가의 당주 야규 레츠도(柳生烈堂)는 잇토 부자를 죽이기 위하여 지금까지 세 명의 아들을 자객으로 보냈으나, 모두 잇토의 손에 죽었다. 에도 막부를 어둠 속에서 돕고 있는 야규 일가로서는 크게 체면이 손상되는 일이었다. 야규 레츠도는 이번에는 딸인 카오리(香織)에게 잇토 부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카오리의 필살기는 세 자루의 단도를 사용하여 적이 덤빌 때 한 자루를 공중에 던지고 남은 두 자루로 적을 상대하는 동안, 공중으로 던진 칼이 적의 머리에 떨어지도록 하는 검법이다.
길을 가는 잇토 앞에 카오리가 나타났다. 카오리가 세 자루의 칼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잇토는 그녀의 검법을 알아채었다 그녀가 공격 자세를 취하자, 잇토는 아들인 다이고로를 안고 머리 위로 올린다. 만약 카오리가 필살기를 사용하면, 공중에 던진 검은 다이고로의 머리를 가르고 만다. 카오리가 아무리 자객이라 하지만 어린아이를 죽이는 것에는 망설여진다. 카오리가 잠시 주저하는 사이 잇토의 검은 카오리를 베어버린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결투에서 어린 아들을 방패로 삼다니.....)
잇토는 다이고로와 함께 죽은 아내의 묘소에 참배를 갔다. 그는 아내의 묘 앞에서 반드시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다가 무슨 낌새를 챈 잇토는 다이고로가 탄 유모차에 장착된 기관총으로 묘소의 벽을 향해 난사한다. 그러자 파괴된 벽속에서 총에 맞은 자객들이 쓰러진다. 야규가 보낸 자객들로서, 그들은 벽에 구멍을 뚫고 숨어 들어가 잇토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슬하의 4남매를 모두 잃은 야규였지만, 그에게는 아직 첩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인 베에(兵衛)가 남아있었다. 야규는 베에가 어릴 때 그를 산에다 버렸다. 버려진 베에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산속에서 요사스러운 무술을 연마하면서 살아왔다. 그는 암살군단인 땅거미 일족(土蜘蛛一族)의 두목이다. 야규는 베에를 찾아가 잇토를 죽여달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아버지를 원망하는 베에는 잇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지만, 자신의 욕심으로 잇토를 죽이겠다고 나선다. 잇토를 죽임으로써 야규가의 후계자 자리를 틀어쥐려는 것이다.
베에는 땅거미 일족의 3인조 자객인 무당(無堂), 무아(無我), 무문(無門)에게 잇토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이들은 땅거미 일족의 최강의 고수로서 땅 속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비술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잇토와 정면으로 맞서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고, 잇토 부자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은 모조리 죽여 두 사람을 혼란시킨 후 습격을 한다는 작전을 짠다. 이로 인해 잇토 부자를 재워주는 숙소,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죽어나간다. 이 작전에는 잇토도 상당히 곤혹스럽다. 어떤 사람과도 접촉을 않고 다이고로와 단 둘이서 여행을 계속한다.
어느 번의 중신이 자객 의뢰를 하겠다며 만나자고 한다. 잇토가 약속 장소인 배로 가지만, 그 중신은 의뢰를 파기하겠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잇토와 조금이라도 관계를 맺은 사람은 모두 살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타고 온 작은 배를 줄 테니 배를 타고 멀리 도망가라고 한다. 그러나 이때 잇토는 이미 번의 중신이라는 자가 자신의 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가 배를 탈 때 칼을 발받침으로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보통의 무사라면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잇토는 갑자기 칼을 빼들고 중신을 공격했다. 중신이라는 자는 바로 변장한 베에였다. 땅거미 일족의 암살자들이 잇토를 공격해 온다. 잇토가 강가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땅거미족 3인조가 땅속으로 그를 끌어들인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잇토는 위기일발의 순간을 맞는다. 잇토가 베에를 향해 “너는 암술밖에 쓸 줄 모르는 비겁자다!”라고 소리치자 베에도 정정당당히 맞서겠다며 일대일 대결에 응한다. 그렇지만 베에는 잇토의 칼날에 죽는다. 베에가 죽자 땅거미족 3인조가 다시 공격해 온다. 그렇지만 그들 역시 잇토의 칼날에 모두 쓰러진다.
다시 눈 덮인 설산 자락을 지나가는 잇토 부자 앞에 야규의 군단이 나타난다. 언덕 위에 도열한 야규의 군단은 거의 몇백 명은 될 것 같다. 야규는 잇토 부자를 보자 부하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린다. 야규의 부하들은 일제히 설매와 스키를 타고 활강을 하면서 언덕을 내려온다. 썰매에서는 총탄이 쏟아진다. 이를 본 잇토는 먼저 그들을 향해 유모차에 장착된 기관총을 난사한다. 야규의 부하들은 총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그러나 워낙 많은 병사들이라 기관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남은 자들이 공격을 해온다.
잇토는 자신도 유모차에 올라타고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야규의 스키부대와 잇토의 유모차는 눈 위를 미끄러지면서 총과 활로서 서로 응전한다. 잇토는 사투의 끝에 궁지에 몰리기도 하지만, 겨우 몸을 피한다. 도중에 버린 유모차로 달려가지만 다이고로가 보이지 않는다. 당황한 잇토는 필사적으로 다이고로를 찾고 있는데, 뒤에서 “짠”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고로가 나타난다.
이 영화에서는 눈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두껍게 쌓인 눈이다. 눈 속에서 벌어지는 전투장면은 마치 007 영화를 보는 것 같다. 007 영화에서는 여러 편에서 시작 부분 액션 신에서 스키를 타고 벌어지는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전투신은 007 영화의 스키 전투신을 방불케 한다. 이번 영화는 마치 “장고”와 “007”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어쨌든 눈 위의 전투신은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