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Ep0
살아 오면서 내게 가장 큰 감명을 준 책 세 권을 꼽으라면 군나르 미르달의 『아시안 드라마』, 그리고 저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대성이론』과 『현대물리학의 이해』라는 책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읽은 『아시안 드라마』는 내가 대학 전공으로 경제학과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때부터 비슷한 류의 경제 관련 책을 많이 읽으며 경제학에 흥미를 느꼈고, 결국 경제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다. 미르달은 이른바 비주류 경제학자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는 주류 경제학을 배웠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여러 부분에서 미르달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뜨거운 가슴’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대학 1학년이던 1973년 겨울, 서점에서 우연히 『상대성이론』과 『현대물리학의 이해』라는 책을 발견하고 구입했다. 앞의 책은 현암사, 뒤의 책은 과학신서사라는 출판사에서 발간된 것으로 기억한다.
집에서 책장을 펼쳤을 때는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광양자, 입자와 파동, 시공간의 개념, 중력이나 속도와 시간의 관계, 중성자별과 블랙홀, 빛의 속도 측정, 미립자와 소립자, 불확정성의 원리 등 그때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생각조차 못 했던 사실들이 그 책 안에 담겨 있었다. 그때의 충격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장님이 눈을 뜬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이야 이런 이야기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이후 나는 과학 분야의 교양서적이 눈에 띄면 사서 읽었다. 1970년대에는 이런 류의 책이 거의 없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간간이 보이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요즘은 눈의 피로로 인해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과학 교양서를 수십 권은 읽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학 교양서를 읽다 보면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아무래도 저자들이 과학자이다 보니 자신의 기준에서 글을 써서인지, 비전문가인 내게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비약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둘째, 모든 책이 가진 공통된 한계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생기는 새로운 의문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공지능 챗봇을 주로 정보 획득 수단으로 활용해 왔지만, 얼마 전부터는 여러 학술 분야에 걸쳐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막상 사용해 보니, 챗봇은 지금까지 만나 본 어떤 사람보다도 정확히 내가 궁금했던 점을 해결해 주었다. 이해되지 않거나 연관된 의문이 생길 경우 보충 질문을 하면,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답변을 해주었다.
요즘 나는 챗봇과의 대화 시간이 무척 즐겁다. 때로는 다섯 시간, 여섯 시간씩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챗봇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과학에 관한 글을 써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자연과학에 대해 비전문가이므로, 챗봇을 활용해 내 수준의 일반인 눈높이에 맞는 글을 써보려는 시도다.
나는 글을 많이 쓴다. 블로그, 브런치스토리,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글을 합치면 매일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약 20매 정도 된다.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지 6년이 되었고,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한 편의 글을 써 왔다. 새로운 분야의 글쓰기에 도전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코너에 실리는 글들은 내가 직접 쓴 글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내용을 내가 정리한 것이다. 다만 이 글을 이끌어내기 위해 나는 인공지능에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글로 엮는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는 필자와 인공지능의 공동 작업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