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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성질의 기본 단위들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Ep3

by 이재형

우리는 앞에서 물질의 기본 단위가 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원자는 그 자체로서 고유한 성질을 나타내는가? 예를 들면 풍선에 수소 원자를 가득 채우면 풍선이 날아가고, 우리가 산소 분자(O2 ) 대신에 산소 원자(O)로 호흡할 수 있는가? 이것은 물질에 따라 다르다. 원자만으로는 고유의 성질을 갖지 못하는 원소가 있는가 하면, 원자의 덩어리로서 존재하면서 그 자체로서 고유한 성질을 갖는 원소도 있다.


분자는 원자들이 공유 결합을 통해 결합하여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갖는 형태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분자 형태가 아닌 다른 결합 방식으로 물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결합 방식은 주로 원자들의 규칙적인 배열 또는 자유로운 전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결정한다.


3.1. 분자(分子, Molecule): 두 개 이상의 원자의 화학 결합


분자는 두 개 이상의 원자가 화학 결합으로 이루어진 입자이다. 특정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가지는 가장 작은 단위이다. 원자들은 서로 안정된 상태를 이루기 위해 전자를 공유하거나(공유 결합), 전자를 주고받아 이온이 된 후 전기적 인력에 의해 결합하면서 분자를 형성한다. 주로 비금속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를 이룬다.


분자는 원자들이 일정한 비율과 구조로 결합하여 형성된다. 예를 들어, 물 분자(H2O)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한 형태를 띠며, 이 구조는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분자는 해당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그대로 지닌다. 물 분자 하나는 물이 지닌 특성(예: 액체 상태, 무색무취 등)을 나타낼 수 있다. 분자를 쪼개면 원래 물질의 성질을 상실하고 다른 원자나 분자로 변화한다. 물 분자(H2O)를 분해하면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되며, 이들은 더 이상 물의 특성을 가지지 않는다.


산소의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 보자. 우리는 호흡을 통해 산소 분자(O2)를 흡수하여 살아간다. 몇 분 정도라도 산소가 없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런데 공기 중의 산소 분자를 모두 빼버리고 그와 같은 정도의 산소 원자만을 넣어둔 방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여전히 우리는 숨 쉬고 생존할 수 있을까?


그런 곳에서는 인간이 생존할 수 없다. 그곳에서는 먼저 호흡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숨 쉬는 것은 산소 분자이다. 폐 속의 헤모글로빈은 산소 분자와 결합하여 몸속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산소 원자만으로는 헤모글로빈과 효율적으로 결합하여 산소를 운반하는 과정을 수행하기 어렵다. 즉, 호흡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산소 원자는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다. 산소 원자는 반응성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만약 산소 원자로 가득 찬 방에 사람이 들어간다면, 이 산소 원자들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단백질, DNA 등과 무작위적으로 반응하고 결합하려고 할 것이며, 이는 인체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켜 세포를 파괴하고 장기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분자 상태의 물질일 때 그 고유한 성질을 갖는 물질이 많다. 분자 결합은 주로 '공유 결합'(Covalent Bond)을 통해 원자들이 전자를 공유하며 형성되는 결합 방식이다. 이렇게 형성된 분자는 해당 물질 고유의 성질을 갖는 최소 단위가 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많은 물질이 분자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물(H2O), 이산화탄소(CO2), 산소(O2), 질소(N2), 포도당(C6H12O6) 등이 모두 분자 결합 물질이다.

분자 결합


3.2. 금속 결합(Metallic Bonding): 원자의 덩어리


금속 결합은 금속 원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결합 방식이다. 금속 원자들이 가장 바깥쪽의 전자를 쉽게 내놓아 '자유 전자 바다(electron sea)'를 형성한다. 이 양이온(금속 원자핵과 내부 전자)과 자유 전자 바다 사이의 정전기적 인력이 금속 결합을 이룬다.


금속 결합은 분자 구조를 형성하지 않으며, 금속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처럼 존재한다. 즉 쇳덩어리는 그 자체가 원자의 덩어리인 것이다. 자유 전자들 덕분에 금속은 높은 전기 전도성과 열 전도성을 가지며, 특유의 광택과 연성, 전성(얇게 펴지거나 늘어나는 성질)을 나타낸다. 구리, 철, 알루미늄 등이 금속 결합을 통해 특성을 나타내는 물질이다.


이해하기 쉽게 금속 결합을 비유를 통해 상상해 보자. 양이온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섬들로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자유 전자는 섬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섬들을 연결하고 있는 바닷물이다. 이 바닷물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이 바닷물(자유 전자) 덕분에 섬(양이온)들은 서로 떨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나라'(금속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금속 결합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금속은 전기가 잘 통하고, 열이 잘 전달되며, 광택이 나고, 뽑으면 가늘게 늘어나는 특성을 가진다.

금속결합


3.3. 이온 결합(Ionic Bonding): 금속 원자와 비금속 원자 사이의 서로 당김을 통한 결합


이온 결합은 주로 금속 원자와 비금속 원자 사이에서 일어난다. 금속 원자는 전자를 잃고 양이온이 되고, 비금속 원자는 전자를 얻어 음이온이 된다. 이렇게 생성된 양이온과 음이온 사이에 강한 정전기적 인력이 작용하여 결합을 형성한다.


이온 결합 물질은 특정 분자 단위를 형성하기보다, 양이온과 음이온이 격자처럼 무한히 반복되는 결정 구조를 이룬다. 소금(염화나트륨, NaCl)이 대표적인 예로, Na⁺와 Cl⁻ 이온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거대한 결정 구조를 형성한다. 이 때문에 이온 결합 물질은 일반적으로 녹는점과 끓는점이 높고, 고체 상태에서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액체 상태나 수용액에서는 전기가 잘 통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온 결합은 비유하자면 자석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금을 예로 들면, 나트륨 원자(Na)는 가장 바깥 껍질에 전자 한 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전자를 잃으면 더 안정해지는 성향이 있다. 염소(Cl) 원자는 가장 바깥 껍질에 전자가 일곱 개 있다. 전자 한 개를 얻으면 더 안정해지는 성향이 있다. 나트륨 원자는 안정해지기 위해 여분의 전자 1개를 과감히 내어준다. 염소 원자는 안정해지기 위해 이 전자 1개를 받아들인다. 이렇게 서로 끌린 나트륨과 염소는 마치 서로 다른 극을 가진 자석처럼 강력하게 서로를 끌어당긴다. 이 전기적인 끌림이 바로 이온 결합이다.


이온 결합 물질로서는 소금(염화나트륨, NaCl), 염화칼슘(CaCl), 양잿물(수산화나트륨, NaOH), 탄산칼슘(CaCO3) 등이 있다. 조개껍데기, 달걀껍데기, 석회암, 대리석 등의 주성분이 바로 탄산칼슘이다.

이온 결합


3.4. 공유 결정(Covalent Network Solid): 같은 원자들의 단단한 네트워크 망


공유 결합은 보통 분자를 형성하지만, 일부 물질에서는 모든 원자가 서로 공유 결합으로 무한히 연결되어 거대한 3차원 망상 구조를 이룬다. 이러한 물질을 '공유 결정' 또는 '원자 결정'이라고 부른다. 공유 결정은 마치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된 '그물망 집'과 같다.


이들은 특정 분자 단위가 존재하지 않고, 전체 결정이 하나의 거대한 분자처럼 행동한다. 원자들 간의 공유 결합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녹는점과 끓는점이 매우 높고 단단하며, 일반적으로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다이아몬드(탄소 원자들이 3차원적으로 결합), 규소(실리콘), 이산화규소(석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사람을 원자라고 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끊임없이 연결되어 마치 거대한 구조물처럼 되는 것을 공유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서로 꽉 잡은 손이 공유 결합인 것이다. 분자가 몇몇 사람이 손을 잡고 작은 그룹을 이루는 것이라면, 공유 결정은 모든 사람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끝없이 이어져 거대한 그물망 같은 집을 만드는 것이다. 이 집은 문이나 창문으로 분리된 방(분자)이 없다. 모든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연결된 통로이다. 어떤 한 사람(원자)을 떼어내려 해도, 그 사람은 주변의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모두 손을 꽉 잡고 있어서 떼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공유 결정


3.5. 금속 결합과 공유 결합의 차이


앞에서 금속 결합과 공유 결합 모두 동일한 원소가 뭉쳐진 덩어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비유적으로 설명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 생각된다. 금속 결합은 친구들이 '공동 계좌'에 돈(전자)을 모두 모아 하나의 거대한 '공동 계좌'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쓰는 것과 비슷하다. 공동 계좌(자유 전자 바다)는 친구들이 각자 내어놓은 돈이 모이는 거대한 계좌이다. 이 돈은 특정 친구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공유 결합은 '각자 돈을 꺼내 함께 쓰는' 공동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두 친구(비금속 원자)가 각자 지갑에서 돈(전자)을 조금씩 꺼내어 '공동의 사업'에 함께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돈은 두 사람 모두에게 속하지만, 각자의 지갑에는 돌아가지 않고 사업에 묶여 있다. 두 친구가 투자한 돈은 사업에 묶여 있으므로, 이들을 떼어내기 어렵다.


즉 금속 결합은 모든 전자가 공동 계좌에 모여 모두의 것이 되어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비하여 공유 결합은 특정 두 원자가 각자의 전자를 꺼내 함께 소유하며 짝을 이루어 결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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