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Ep7
우리의 우주는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빅뱅으로 인하여 비로소 현재 우리가 느끼고 있는 ‘시공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시공간(時空間, Spacetime)이란 물리학, 특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제시하는 우주의 근본적인 개념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공간’(3차원)과 ‘시간’(1차원)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두 개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통일된 실체로 보는 개념이다.
아인슈타인 이전에 물리법칙을 설명하는 주류 이론인 ‘뉴턴 역학’에서는 공간과 시간이 서로 독립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하였다. 여기서 ‘공간’은 물체가 존재하는 3차원적 배경으로,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존재하고 변화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시간’은 우주 어디에서나 똑같이 흐르는 절대적인 흐름으로, 공간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는 이 둘이 따로 놀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체가 움직이면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공간의 변화는 시간의 변화를 동반하고, 시간의 변화는 공간의 변화를 동반한다. 그래서 이 둘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시공간”(時空間)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공간은 더 이상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4차원적인 하나의 연속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 4차원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좌우, 앞뒤, 위아래의 3차원 공간과 '시간'이라는 또 다른 차원이 합쳐진 것이다.
우주에서 어떤 '사건(event)'이 발생하면, 그 사건은 시공간 속의 특정 위치(x, y, z)와 특정 시간(t)에서 일어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질량과 에너지가 시공간을 휘게(distort or curve)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 휘어진 시공간의 곡률이 바로 우리가 경험하는 ‘중력’(Gravity)이다. 예를 들어, 태양과 같은 거대한 질량은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지구가 이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우리가 '중력에 이끌린다'고 느끼는 현상인 것이다.
시공간이 통일된 개념이기 때문에, 관찰자의 상대적인 운동 상태나 주변의 중력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거나(시간 지연), 공간의 길이가 달라지는(길이 수축)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안에서나 중력이 강한 곳(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
빅뱅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과학 이론이다. 이 이론은 우주가 약 138억 년 전에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은 작은 점에서 시작되어, 이후 계속 팽창하고 식으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빅뱅 이론은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주요 관측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20년대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멀리 떨어진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으며, 거리가 멀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우주 자체가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마치 풍선에 점을 찍고 풍선을 불면 점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은하의 운동” 때문이 아니라 “공간의 팽창” 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에 관해서는 여러 관측결과들이 우주의 팽창은 “은하의 운동” 때문이 아니라 “공간의 팽창” 때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증거는 ① 우주의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은하들은 거리에 비례하여 멀어지며, ② 은하가 멀어지는데 있어 특정한 중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외에도 우주의 팽창이 공간의 팽창 때문이라는 수많은 증거가 있지만, 여기서는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하고자 한다.
빅뱅 이론은 우주 초기가 극도로 뜨겁고 밀도가 높은 플라즈마 상태였다고 예측한다. 이 상태에서는 빛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지만, 우주가 팽창하고 식으면서 약 38만 년이 지났을 때 온도가 충분히 낮아져 원자가 형성되었고(재결합 시대), 이때 빛이 물질에서 분리되어 자유롭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최초의 빛'이 오늘날 우주 팽창으로 인해 파장이 길어져 마이크로파 형태로 관측되는 것이 바로 우주 배경 복사이다. 이는 빅뱅의 '잔광' 또는 '흔적'으로 불리며, 빅뱅 이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로 꼽힌다.
* 참고: 플라즈마란 기체나 액체, 고체에 해당하지 않는 물질로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다. 플라즈마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 상태로, 우주의 99% 이상이 플라즈마 상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모든 별은 엄청난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내부의 물질이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한다. 오로라도 플라즈마 상태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형광등과 네온사인도 플라즈마에 의해 빛을 낸다. 이외에도 플라즈마 TV가 있으며, 반도체 칩을 만들 때 물질을 깎아내거나, 새로운 막을 입히는 과정에서 플라즈마를 이용한다.
좀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비유적으로 설명하자. 우리가 매우 뜨겁고 붉은 용광로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자. 용광로가 너무 뜨거워서 용광로에서 나오는 빛(광자)이 너무 강해 내부를 볼 수 없다. 시간이 지나 용광로가 서서히 식기 시작한다.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면, 용광로의 불빛이 약해져서 드디어 내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용광로의 잔열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그 빛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희미하고 차가워진다. 우리가 비로소 볼 수 있는 이 잔열이 우주 배경 복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