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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긴자 화장(銀座化粧)

전후 동경 긴자의 유흥가를 무대로 벌어지는 작은 사랑 소동

by 이재형

개요


이 영화는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전한 지 약 5년 후, 도쿄의 긴자(銀座) 네온 거리를 무대로 펼쳐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사랑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1951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긴자에 있는 서양식 바에서 마담으로 일하는 싱글맘이 어느 날 겪게 되는 약간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영화 자체는 자극적인 내용 없이 편안하게 흘러가지만, 옛날의 긴자 거리를 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


■ 줄거리


츠지 유키코(津路雪子)는 도쿄 긴자(銀座)의 뒷골목에 있는 ‘벨라미’라는 바에서 마담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10살 난 아들 하루오와 함께 벨라미 근처에 있는 허름한 연립 주택 2층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유키코는 술집에서 일한 지 10년 이상 되었으며, 하루오도 손님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후지무라 안조(藤村安蔵)라는 중년 남자가 가끔 그녀를 찾아오는데, 그는 옛날 전쟁 중 유키코의 가게의 단골이었던 남자로 한때는 애인 관계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변변한 직장을 못 구해 올 때마다 유키코에게 차비를 얻어 가는 신세이다. 유키코는 벨라미에서 일하는 호스티스들에게 마치 큰언니처럼 그녀들을 잘 보살펴 준다. 특히 순진한 교코(京子)에 대해서는 막내 동생을 대하듯이 그녀의 앞날에 대해 함께 걱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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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일이라는 것이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술값을 내지 않고 도망치는 손님도 적지 않고, 외상 술값을 떼먹는 손님도 한둘이 아니다. 유키코는 외상을 주지 않으면 손님이 오지 않고, 외상을 주면 갚지 않는다고 푸념하곤 한다. 어느 날 혼자 벨라미를 찾아와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손님이 있었다. 유키코가 이제 늦었으니 계산을 하고 가라니까, 그 손님은 이곳에서 술을 사겠다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가 오지 않아 자신은 지금 술값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근처의 오뎅집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했으니, 그곳에 함께 가자고 한다. 오뎅집으로 간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신다. 그러다 그 손님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면서 나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또 유키코는 술값을 떼였다.


유키코의 오랜 친구인 사야마 시즈에(佐山静江)는 돈 많은 남자의 첩으로 느긋한 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유키코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시즈에는 자신의 남자의 친구인 칸노(菅野)라는 남자가 유키코에게 마음이 있다고 하면서 그의 첩이 되면 어떻겠냐고 묻지만, 유키코는 그냥 흘려듣고 만다. 그러던 중 벨라미의 사장이자 유키코의 언니인 사치코(幸子)가 운영 자금에 쪼들려 벨라미를 팔 계획이라고 한다.


사치코는 돈이 조금만 마련된다면 벨라미를 팔지 않아도 된다면서, 자신도 돈을 구해볼 테니까 유키코에게도 돈을 빌릴 곳이 있는지 물어본다. 유키코는 시즈에의 말이 생각나 칸노와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만난 그날 칸노는 유키코를 자신이 운영하는 낡은 창고로 데려간다. 그리고는 돈을 빌려줄 테니 육체적 관계를 갖자고 강요하며, 유키코는 화를 내고 뺨을 날리고는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며칠 후 사치코는 유키코에게 겨우 돈을 마련했다고 하면서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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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시즈에가 유키코를 찾아와 부탁을 한다. 옛날 전쟁 중 자신이 시골로 피난을 갔을 때 신세를 진 집의 차남으로서 이시카와 교스케(石川京助)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시즈에는 그를 속으로 “마음속의 연인” 혹은 “도련님”이라 부르며 좋아했다고 한다. 이시카와의 집안은 대지주였다. 그 이시카와가 볼일이 있어 내일 도쿄에 오는데, 자신은 이미 다른 약속이 있어 그와 함께 할 수 없으니, 유키코에게 대신 이틀간 도쿄 구경을 시켜주라는 것이었다. 유키코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시즈에가 하도 부탁을 하니까 할 수 없이 그러기로 했다.


그날 저녁 시즈에는 유키코와 이시카와를 소개해 준다. 이시카와는 듬직하고 정직한 청년으로 보였다. 그를 만나는 순간 유키코는 그에게 마음이 끌렸다. 유키코는 이시카와에게 어떤 여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이시카와는 자신의 마음에만 든다면 상대가 결혼 경험이 있거나 아이가 있는 여자라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 말을 들은 유키코는 가슴속에 약간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다음 날 유키코는 이시카와에게 도쿄의 여러 명소들을 안내해 준다.


반나절을 돌아다닌 끝에 그들은 잠시 쉬기 위해 이시카와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잠시 쉬고 있자니 교코가 찾아왔다. 하루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놀란 유키코는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하면서 교코에게 이시카와를 부탁하고 여관을 나선다. 집에 돌아온 유키코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하루오를 찾았다. 하루오는 개천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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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교코가 유키코를 찾아왔다. 교코는 어젯밤 이시카와와 함께 보냈다고 한다. 유키코가 화를 내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자, 교코는 함께 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시카와가 자신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서 곧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처음에는 강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 유키코였지만, 교코와 이시카와 사이의 순박한 사랑을 이해하게 되면서 마음속으로 두 사람을 진정으로 축하해 준다. 유키코는 이틀간의 마음의 설렘을 잊고 오늘도 하루오를 돌보면서, 벨라미에 출근하여 활기찬 일상을 보낸다.


■ 약간의 감상


거의 75년 전에 제작된 영화라 이야기의 전개가 느릿느릿하며, 극적인 긴장감도 없다. 그러므로 전반적인 이야기가 평탄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구 시대의 사랑 이야기라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그다지 자극도 없다.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75년 전의 긴자 거리를 보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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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긴자는 도쿄 최대의, 아니 일본 최대의 화려한 번화가이다. 고급 백화점과 명품점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이전이라면 일본의 일류 기업들의 고위 임원들이 즐겨 다녔던 술집들이 즐비한 곳이다. 도쿄에는 신주쿠, 시부야, 아카사카 등 번화가와 유흥가들이 많다. 그러나 “고급”이라는 점에서는 긴자를 따를 곳이 없다.


그런 긴자이지만, 이 영화를 촬영한 1951년에는 아직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전쟁으로 파손된 건물이 아직 복구되지 않은 곳도 있었고, 또 거리의 건물도 초라하였다. 뒷골목에는 판잣집과 낡은 연립 주택, 그리고 값싼 선술집들이 뒤섞여 있었다. 거리 옆에 있는 개천에서는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으며 놀고 있었고, 개천 위에 놓인 니혼바시(日本橋)나 교바시(京橋)에는 많은 보행객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또 거리 한쪽에는 일본 최초의 사우나 터키탕인 “도쿄온천”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거리를 고무신을 신은 아이들이 돌아다니며 놀고, 또 일 없는 실업자들이 서성거리기도 한다. 밤이 되면 좁은 골목길에서 취객들이 비틀거리며 걷는다.


이랬던 긴자 거리가 불과 20년이 지나 세계 최대의 번화가로 탈바꿈을 한다. 정말 천지개벽, 상전벽해라 해도 좋을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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