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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31. 2021

드라마:고우~아가씨들의 전국(江〜姫たちの戦国〜)

전국 시대의 거친격랑을헤쳐나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는 <고우~공주들의 전국>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드라마이다. 일본어에서 히메(姫)란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말 공주는 “왕비가 낳은 딸”을 의미하므로, 히메를 공주로 번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어 “아가씨”라고 번역하였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을 “아가씨”로 표현하였으므로 히메를 아가씨라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었다.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딸은 정략의 도구였다. 전국시대란 전쟁으로 날밤을 세우던 시기로서 각 세력의 합종연횡, 배반과 배신이 다반사로 일어나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에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혈연으로서, 전국시대의 영주, 즉 무장들은 가능한 한 자식을 많이 낳으려고 하였다. 아들은 자신을 떠받칠 누구보다도 든든한 가신이 되며, 또 딸은 다른 세력과 연결을 위한 정략결혼의 도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략결혼을 위한 도구”, 이는 전국시대의 무사 집안에서 태어난 딸로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다.   


이 드라마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여동생인 이치(市)가 낳은 세 딸, 차차(茶々), 하츠(初), 고우(江)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서, 2011년 46회에 걸쳐 방영되었다. 이 작품은 NHK 대하드라마 가운데서도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편해 속했으며, 또 “역사와는 너무 다르다”, “이야기 전개가 너무 비현실적이다”, “출연배우가 적절치 않다”는 등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또 “완전히 만화 같은 이야기이다”, “판타지 대하드라마”이다 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주인공의 극 중 설정 연령이 6세인데, 이것을 24세의 여배우가 연기를 한다든지, 또 10살도 안된 여자 아이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꾸짖고 훈계한다든지 하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감이 있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오와리(尾張) 가문의 작은 영주로 출발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란 천하포무(天下布武, 텐카후부), 즉 “천하를 무력으로 덮는다”라는 말을 기치로 일본 최고의 세력으로 등장하지만, 주위에서는 여전히 적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치(市)는 오나 노부나가의 여동생인데, 일본 최고의 미녀로 알려졌다. 노부나가는 그 동생을 북방 공략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서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에게 시집을 보낸다. 아자이 나가마사에게 시집간 이치는 딸 셋과 아들 한 명을 낳는다.


아자이 가문과 동맹을 맺었다고 안심한 노부나가는 에치젠(越前, 지금의 후쿠이 현)의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를 친다. 그러나 정략결혼을 통해 믿었던 매제 아자이 나가마사가 배반을 하여 노부나가의 등 뒤를 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노부나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목숨을 건 추격군 저지 전략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탈출한다. 회군한 노부나가는 아자이 가문의 배반에 격로하여 히데요시로 하여금 아자이 나가마사를 치게 한다.


히데요시의 맹공에 성은 떨어지고, 아자이 나가마사는 자살한다. 이치는 세 딸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와 다시 오다 노부나가 가문으로 복귀한다. 오다 노부나가는 이치가 낳은 아들, 즉 자기 조카는 죽이고, 딸들은 거둔다. 노부나가는 아자이 나가마사의 해골을 보관하였다가 정월에 신하들의 술자리에 내놓은 잔학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고우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원수이자 외삼촌인 오다 노부나가를 원망하지만 차츰 그의 인품에 끌려 노부나가를 존경하게 된다.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인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의 반란에 의해 죽자 마침 교토에 와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생명에 위험을 느끼고 가신들을 이끌고 산길을 따라 자신의 영지로 탈출한다. 이때 산속에서 고우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만나게 되고, 당시 6살의 고우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몸을 피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엄중히 질책하고 훈계한다.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소리 높여 비판하였다. 여하튼 미츠히데의 군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에 의해 간단히 진압되고, 히데요시가 권력을 독차지하고자 한다.

이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횡을 막기 위해 오다 노부나가의 필두 가신인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와 재혼한다. 이치와 세 자매는 카츠이에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공격을 해온다. 결국 카츠이에는 싸움에서 패하여 성은 불타고 카츠이에와 이치는 자살을 하며, 세 자매는 성 밖으로 내보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 세 자매에게 있어서 낳아준 아버지와 계부를 모두 죽인 철천지 원수이다. 그렇지만 의지할 데가 없는 세 자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보호 아래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미녀인 장녀 차차(茶々)를 자신의 측실(첩)로 두려고 한다. 차차는 처음에는 이를 완강히 거절하나, 히데요시의 끈질긴 구애에 결국 넘어간다. 이 차차가 나중에 히데요시의 아들인 히데요리를 낳고, 도요토미 가문을 끝까지 지키다 결국은 아들과 함께 자살하게 되는 요도(淀)이다. 차녀 하츠(初)는 히데요시가 코교쿠(皇極) 가문으로 시집을 보낸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고우(江)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사루”(원숭이)라고 멸시하면서 미워했으나, 차츰 히데요시에게 마음이 끌려 그를 존경하게 된다. 히데요시는 역시 정략결혼의 일환으로 고우를 사지 카즈나리(佐治一成)에게 시집보낸다. 그러나 사지 가문의 효용성이 없어지자, 히데요시는 고우를 바로 이혼시켜 다시 찾아와 자신의 양녀로 삼는다. 이어 고우는 히데요시의 조카 도요토미 히데카츠와 두 번째 결혼을 하고 딸을 낳으나, 히데카츠는 임진왜란 시 조선으로 파병되어, 조선에서 죽고 만다. 그 후 다시 고우는 히데요시의 명에 의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셋째 아들 히데타다(秀忠)와 3번째 결혼을 한다.

차차, 하쯔, 고우의 3자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권력을 잡게 된다. 이에야스는 입으로는 토요토미가에 대한 충성을 되뇌지만, 도요토미가를 제거하기 위해 갖는 수단을 동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사카 여름전투(大坂夏の陣)에서 도요토미 가를 멸망시킨다. 이 과정에서 고우는 토쿠가와 가문과 도요토미 가문을 화해시켜 두 가문을 모두 지키려 하지만 끝내는 도요토미 가는 멸망하고, 언니 차차는 아들 히데요리와 함께 자살하고 만다. 고우의 히데타다와의 사이에 태어난 장녀 센히메(千姬)는 히데요리와 결혼하였다. 따라서 히데요리는 고우의 사위이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녀사위인 셈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렇게 권력을 위해서는 손녀사위마저도 죽여버린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차차(茶々)(요도) 역으로는 1990년대 초 큰 화제를 일으켰던 미야자와 리에(宮沢りえ)가 출연하였다. 그녀는 당시 일본 프로 씨름인 오즈모(大相撲)의 스타로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다카하나다(貴花田, 후에 다카노하나(貴の花로 이름을 바꾸었다)와 약혼을 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다카하나다는 형제 리키시(力士, 쓰모 선수)로서 형인 와카하나다(若花田, 후에 와카노하나(若の花)로 이름을 바꾸었다)와 함께 큰 인기를 누렸으며, 형제 모두가 후에 쓰모 선수의 최고위 자리인 요코즈나(横綱)에 올랐다. 그러나 그녀가 누드사진집 <산타페>(Santa fe)를 출판하여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이 탓으로 다카하나다와의 약혼은 파혼되었다. 이 당시 사진집 산타페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가 하면, 일본 전국에서 이 책이 동이 나 서점마다 책을 사느라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젊었을 때의 미야자와 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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