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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지구의 역사(1): 우리 은하와 태양계의 탄생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by 이재형

12.2. 우리 은하의 탄생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에 속해 있고, 태양계는 또 우리 은하 (Milky Way)에 속해 있다. 우리 은하의 나이는 약 136억 년이다.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은하는 빅뱅 직후 매우 이른 시기에 생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은하의 탄생은 암흑 물질 헤일로의 중력 붕괴에서 시작되는데, 우리 은하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암흑 물질 헤일로란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암흑 물질 덩어리이다. 이 헤일로는 은하의 총 질량 중 80~99%를 차지하며, 은하 내의 별과 가스들이 현재의 속도를 유지하며 흩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존재하도록 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암흑 물질 헤일로의 존재는 직접적으로 관측된 것이 아니라, 은하의 회전 속도 곡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된다.

우리 은하의 탄생

암흑 물질 헤일로의 중력 붕괴는 우주의 초기 구조 형성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이는 우리가 보는 은하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했는지에 대한 표준 우주론 모델의 중요한 부분이다. 우주 탄생 직후, 물질의 분포가 거의 균일했지만, 아주 미세한 밀도 차이가 존재했다. 이 미세한 밀도 차이에서 암흑 물질 헤일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암흑 물질은 오직 중력의 영향만으로 뭉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암흑 물질은 먼저 자체 중력으로 붕괴하여 서서히 덩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암흑 물질 헤일로의 시초이다. 암흑 물질 헤일로 안으로 모여든 가스와 먼지들은 밀도가 높아지면서 중력 붕괴를 계속하고, 이 과정에서 별들이 탄생하여 결국 은하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상에서 암흑 물질 헤일로의 중력 붕괴를 설명하였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은하의 탄생을 “모래성 만들기”에 비유해 쉽게 설명해 보자.


암흑 물질의 뭉침은 모래성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마른 모래 언덕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른 모래는 우주에 있는 암흑 물질이다. 이 모래들은 서로 달라붙지 않고 각자 따로 놀고 있다. 하지만 모래를 한 곳에 조금씩 쌓아 올리면, 그 자체의 무게(중력) 때문에 하나의 언덕이 형성된다. 마찬가지로, 우주 초기의 암흑 물질들은 미세한 밀도 차이를 보였다. 밀도가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주변의 암흑 물질들이 서서히 끌려오면서, 거대한 암흑 물질 덩어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덩어리가 바로 암흑 물질 헤일로의 시작이다.

중력 붕괴

마른 모래 언덕을 만들고 나면 성을 단단하게 하고 모양을 잡기 위해 물을 붓는다. 여기서 물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일반 물질”(가스, 먼지 등)이다. 물은 마른 모래 언덕의 표면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언덕의 가장 낮은 곳, 즉 중심부에 모여 웅덩이를 만든다. 이처럼, 우주에 흩어져 있던 가스와 먼지들도 암흑 물질 헤일로가 만들어낸 강력한 중력장, 즉 ‘중력 우물’로 끌려 들어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물이 모인 웅덩이에서 모래가 뭉치면서 단단한 모래성이 만들어진다. 모래성은 주변의 물과 모래를 계속 끌어당기며 점점 더 커진다. 이 과정이 바로 은하의 탄생과 같다. 암흑 물질 헤일로의 중심으로 끌려온 가스와 먼지들은 밀도가 높아지면서 서로 충돌하고, 이 과정에서 별들이 태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암흑 물질 헤일로는 '모래성 만들기' 놀이에서 단단한 '모래 언덕' 역할을 하며, 은하를 형성할 '물'이 모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12.2. 우리 은하의 모습


암흑 물질 헤일로의 중심부로 가스와 먼지들이 모여들면서 원시 은하가 형성되었다. 이 초기 은하는 아직 나선팔이나 원반과 같은 구조가 없었다.


우리 은하는 여러 개의 작은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병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다. 이 합병 과정에서 은하의 모양이 변하고, 새로운 별들이 폭발적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 은하 주변에 있는 궁수자리 왜소 타원은하와의 합병은 우리 은하의 현재 모습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 은하의 모습

우리 은하는 태양계가 속해 있는 막대 나선 은하이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초거대 블랙홀인 궁수자리 A (Sagittarius A)가 있다. 우리 은하는 약 10만 광년의 지름을 가지고 있으며, 약 2,000억 개에서 4,000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은하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 은하 원반 (Disk): 가장 넓은 부분으로, 가스와 먼지, 젊은 별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 원반은 약 10만 광년의 지름과 1천 광년의 두께를 가진다.

• 은하 팽대부 (Bulge): 은하의 중심에 위치한 럭비공 모양의 구조이다. 오래된 별들이 밀집되어 있으며, 중심에는 궁수자리 A (Sagittarius A)라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 은하 헤일로 (Halo): 은하 원반과 팽대부를 둘러싸고 있는 구형의 영역이다. 매우 오래된 별들과 구상 성단,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우리 은하의 원반에는 중심부에서 뻗어 나온 굵은 막대(bar)와 여러 개의 ‘나선팔’ (spiral arms)이 존재한다. 태양계는 이러한 나선팔 중 하나인 오리온 팔에 위치하고 있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서 약 2만 6천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태양계는 은하 중심을 약 2억 5천만 년에 한 바퀴씩 공전하고 있다.


태양계가 위치하고 있는 나선팔 지역은 은하의 중심에서 적절히 떨어진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은하 중심부의 강한 방사선이나 초신성 폭발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이러한 위치는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12.3. 태양계의 탄생


태양의 나이는 46억 년으로서, 우리 은하의 나이가 약 136억 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한다.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별들은 우리 은하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졌다.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은하에서는 수많은 별이 계속해서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은하에는 태양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별들과 훨씬 나이가 어린 별들이 모두 존재한다.

태양계의 탄생

우리 은하의 별들은 성분에 따라 대체로 두 종류로 나뉘는데, 위치가 성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헤일로(halo)와 팽대부(bulge)에 있는 별들은 주로 우리 은하가 처음 형성될 때 만들어진 것으로, 나이가 100억 년 이상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주로 금속 성분이 적은 별들이다. 우리 은하의 나선팔에 속한 별들은 젊은 별로서, 지금도 활발하게 새로이 탄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매우 젊은 별부터 태양과 비슷한 나이의 별들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태양은 이 원반 지역의 별들 중에서 대략 평균적인 나이에 속한다. 이들은 태양처럼 금속 성분이 풍부하다.


12.3.1. 성운설: 태양계 탄생의 주류 이론


태양계의 탄생은 약 46억 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성운설이다. 이 이론은 태양계가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 즉 원시 태양 성운에서 형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성운설에 따르면 태양계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태양계의 탄생은 초신성 폭발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근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의 충격파가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을 압축시키면서, 구름 내의 밀도가 높은 부분이 스스로의 중력 때문에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 붕괴로 인해 구름은 빠르게 회전하면서 납작한 원반 형태로 변형되었다. 붕괴하는 구름의 질량 대부분은 중심부로 모여들어 원시 태양을 형성했다. 이 중심부의 밀도와 온도가 계속 높아지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조건이 갖춰졌다. 마침내 수소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서 원시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는 주계열성인 현재의 태양이 되었다.

태양계의 형성

태양 주변에 남은 원반 형태의 가스와 먼지는 계속해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했다. 이 원반 내의 물질들은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미행성체를 형성했다. 미행성체들은 점차 덩치를 키워 원시 행성이 되었고, 이들이 주변의 물질들을 끌어모으면서 현재의 행성들로 성장하였다.


태양에 가까운 지역은 온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규산염과 금속 같은 무거운 물질들만 응축되어 뭉쳤다. 이로 인해 지구, 화성, 금성, 수성과 같은 암석형 행성들이 만들어졌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온도가 낮아 수소, 헬륨, 물과 같은 가벼운 물질들이 응축될 수 있었다. 이들은 거대한 핵을 중심으로 주변의 가스를 끌어들여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같은 거대 가스 행성들을 형성하였다.


12.3.2. 태양계 탄생에 관한 소수 이론


태양계 탄생에 관한 소수 이론은 주로 원시 태양 성운설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론들이다. 소수 이론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비교적 널리 알려진 세 가지를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 충돌 이론 (Collision Theory)

이 이론은 태양계가 다른 별과 태양의 충돌 또는 근접 통과로 인해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행성들이 태양과 비슷한 궤도면을 갖는 이유를 설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별과 별의 충돌 확률은 매우 낮으며, 그러한 충돌로 현재의 태양계와 같은 질서 정연한 구조가 만들어지기는 매우 어렵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 이론은 현재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태양계 탄생 충돌이론

▪ 조석 이론 (Tidal Theory)

이 이론은 태양 옆을 지나가던 다른 별의 중력이 태양의 표면 물질을 끌어당겨 가늘고 긴 필라멘트 (가닥) 형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 필라멘트가 식어 여러 덩어리로 뭉쳐 행성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충돌 이론과 마찬가지로 행성들이 공전 궤도면을 공유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 이론 역시 충돌 이론처럼 행성의 형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필라멘트가 식어 행성이 되기 전에 흩어질 가능성이 크며, 거대 가스 행성의 존재를 설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는 거의 폐기된 이론이다.


▪ 포획 이론 (Capture Theory)

이 이론은 태양이 처음부터 다른 별의 동반자였거나, 또는 태양이 자유롭게 떠돌던 행성을 중력으로 끌어당겨 포획했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외계 행성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궤도 형태를 설명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태양의 중력이 행성을 안정적으로 포획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 태양계가 보여주는 규칙적인 배열과 궤도 특성(예: 같은 방향으로 공전)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이론 역시 주류 이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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