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연애편지가 일으킨 대소동
영화 <푸른 산맥>(원제: 青い山脈)은 이시자카 요지로(石坂洋次郎)의 같은 이름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이 소설은 1949년, 1957년, 1963년, 1975년, 1985년의 다섯 번에 걸쳐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1949년에 제작된 첫 작품이다. 이 다섯 번의 영화 모두 큰 히트를 쳤는데, 특히 오늘 소개하는 1949년의 영화분만 아니라 주제가 <푸른 산맥>은 영화 이상으로 대히트를 쳤다. 주제가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 영화는 1989년에 행해진 역대 일본 최고의 영화 150선 가운데 20위에 올랐다고 한다.
https://youtu.be/_Q4Z2l4Xusg?si=OCg5lM-OunRMqbXl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일본의 어느 시골 마을. 여고 2학년인 테라사와 신코(寺沢新子)는 달걀을 팔기 위해 눈에 띄는 가나야 철물점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가게를 지키고 있던 가나야 로쿠스케(金谷六助)와 만난다. 로쿠스케는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로쿠스케는 신코에게 달걀을 살 테니 달걀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신코는 승낙하고 달걀 요리를 만들어 주는데 그러면서 둘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 끌리기 시작한다. 그때 철물점을 찾아온 역술가에게 신코는 자신의 이름을 봐달라고 부탁하는데, 역술가가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자 신코는 실망하여 집으로 돌아간다.
그 후 신코는 귀찮은 일에 휘말려 신임 교사인 시마자키 유키코(島崎雪子)에게 상담하러 간다. 유키코는 대학을 졸업한 재원으로서, 동경 출신이기도 해서 아주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신코는 유키코에게 한 번 만나자는 가짜 러브레터를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아무래도 그 편지는 반 친구들의 장난으로서, 친구들의 그녀의 반응을 떠보는 것 같았다. 유키코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마을의 의사인 누마타 다마오(沼田玉雄)와 상담한다.
그러나 누마타는 자신이라면 편지를 찢어버릴 것이라고 대답해 유키코를 놀라게 한다. 전쟁 후 나라가 자유로운 사상을 구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아직도 봉건적인 사고가 뿌리 깊게 남아있다. 누마타는 그것을 알면서도 시골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성은 다소 바보같이 지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까지 말하는 것이다. 유키코는 격노하여 누마타의 뺨을 때리고는 떠나버린다.
누마타는 뺨을 맞은 충격을 억누르고 친하게 지내는 게이샤 사사이 도라(笹井とら)의 집에 왕진을 간다. 그녀에게 좀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까,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라며 웃는다. 다음 날 유키코는 연애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코의 클래스에서 사랑에 대해 토론하기로 한다. 유키코는 가짜 연애편지와 같은 비열한 방법으로 사람을 시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훈계한다.
이 말을 들은 주범인 마쓰야마 아사코(松山淺子)와 그 친구들은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한 학생은 신코가 로쿠스케와 함께 점을 보고 있다는 마을 하급생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면서, 모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고 한다. 신코는 연애점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로쿠스케와는 불순한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키코는 편지 때문에 신코의 인격이 얼마나 손상될지 생각지 않고 모교의 이름을 내세워 그녀를 시험한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훈계한다.
유키코가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자 소녀들은 울기 시작한다. 유키코는 신코와 함께 교실을 나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함께 힘껏 싸울 것이지만, 만약 싸움에 진다면 둘이서 함께 동경으로 떠나자면서 웃는다. 그곳에 도라의 여동생으로 중학교 1학년인 사사이 카즈코가 찾아와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유키코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하면서 사죄를 요구하며 교장실에 밀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유키코가 학교로 돌아오자 교장 선생이 학생들에게 사과하라고 재촉하지만, 그녀는 단호히 거절한다. 교실 칠판에는 사죄를 요구하는 글이 쓰여있었다. 유키코와 학생들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남자 교사인 다나카가 나선다. 그는 오래전 이 학교에서 동맹휴업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참가한 여학생들 모두에게는 결혼 중매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그러자 아사코와 그녀의 친구들은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며 울기 시작한다. 유키코는 질려서 교실을 나온다.
그 무렵 신코는 로쿠스케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테니스 시합을 하고 있던 그와 만난 신코는 러브레터 사건에 대해 말한다. 로쿠스케는 거짓말이라며 화를 낸다. 신코는 그곳에서 테니스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신코의 집 근처까지 아사코와 그 친구들이 밀고 들어와 신코에게 학교를 자퇴하라고 추궁한다. 신코가 아사코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자, 그녀는 심술궂게 웃으며 더욱더 신코를 모욕한다. 그러자 신코는 자신도 모르게 신코의 뺨을 때린다. 함께 있던 로쿠스케의 친구 토미나가가 아사코 패거리를 쫓아내지만, 신코는 슬픈 듯이 고개를 숙인다.
가짜 연애편지를 둘러싼 소동은 학부모와 학교 이사장의 귀에까지 들어가 큰 문제가 되었다. 직원 회의에서도 교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교사는 빨리 이 소동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학생들의 어깨를 감쌌다. 그곳에 누마타가 나타나 유키코에게 가세한다. 그도 이러한 봉건적인 일을 언제까지 바라볼 수만은 없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아사코는 이 지역의 유지인 자신의 아버지를 끌어들여 유키코를 점점 코너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아사코의 아버지와 다나카 등이 한자리에 모여 유키코 등을 쫓아낼 의논을 한다. 그곳에 억지로 불려 나온 도라는 그들이 유키코 외에 누마타에게까지 해를 입히려는 모의를 듣게 된다.
한편 누마타 등도 지지 않기 위해 작전 회의를 열었다. 누마타의 집에는 유키코, 신코, 로쿠스케, 그리고 토미나가가 모였다. 카즈코가 방금 인쇄된 내일자 신문을 가지고 왔다. 신문에는 여교사가 건전한 생각을 가진 여학생들을 무리하게 억압한다는 기사가 실려있었다. 유키코는 이런 거짓말을 보고 분통을 터뜨린다. 누마타는 로쿠스케와 토미나가에게 다가오는 이사회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이 지역에 뿌리 깊은 봉건적 사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참석자들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토미나가가 카즈코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술에 취한 다나카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도라를 만난다. 다나카는 카즈코가 인사를 하자 재빨리 사라져 버린다. 토미나가는 마을의 민주화를 위해 도라에게도 이사회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누마타는 먼 마을에 급한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떠난다. 그러나 그는 도중에 불량배에게 둘러싸여 심한 폭행을 당한다.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유키코 등은 각각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누마타의 집에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영화는 1940년대 후반 일본의 시골 마을을 무대로 연애편지를 둘러싼 소동을 그리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아주 봉건적인 도덕률을 가지고 있어서, 남녀칠세부동석 등과 같은 사고가 전후까지 지배하고 있었다. 이때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1960년대 후반이 되면 일본은 자유연애는 물론 성적인 방임이 사회 전체에 일반화되다시피 하였다.
이 영화를 보면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반드시 진취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교사인 유키코나 의사인 누마타는 이미 선진 문물을 이해하고 사고가 상당히 개방되었다. 이에 비해 아사코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고생들은 여전히 봉건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신코가 남학생과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