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지구는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성운설에 따라 설명할 수 있다. 지구의 탄생은 몇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초기에는 현재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약 46억 년 전, 우리 태양은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인 원시 태양 성운의 중심에서 탄생했다. 태양을 만들고 남은 성운의 나머지 물질들은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 납작한 원반을 형성했다. 이 원반 속의 가스와 먼지들은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점점 더 큰 덩어리를 만들었다.
원반 내의 물질들이 뭉치면서 미행성체라고 불리는 작은 천체들이 생겨났다. 이 미행성체들은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끊임없이 충돌하고 합쳐졌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미행성체들은 점점 더 큰 덩어리로 성장했고, 이 거대한 덩어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원시 지구이다. 이 시기의 지구는 미행성체들의 잦은 충돌로 인해 매우 뜨거웠으며, 표면은 녹아내린 암석으로 이루어진 마그마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지구가 탄생된 지 1억 년 정도가 지나, ‘테이아’(Theia)라고 불리는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체가 지구와 충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거대한 충돌로 인해 지구의 일부 물질이 우주로 튕겨져 나갔고, 이 물질들이 다시 뭉쳐져 달이 형성되었다. 이 이론은 현재 달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로 ‘거대충돌설’(Giant-impact hypothesis)이라고도 불린다.
▪ 충돌의 모습
테이아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안정적인 궤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목성이나 금성의 중력 섭동으로 인해 궤도를 이탈하여 원시 지구와 충돌하게 되었다. 이 충돌은 정면 충돌이 아닌 비스듬한 각도로 스치는 충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충돌의 엄청난 에너지는 두 천체의 상당 부분을 증발시켜 우주 공간으로 방출했고, 이 파편들이 지구 주위에 거대한 고리 형태로 흩어졌다.
※ 중력 섭동 (Gravitational perturbation): 천체가 다른 천체의 중력에 의해 이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이 충돌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달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한다. 기존에는 파편들이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뭉쳤을 것으로 보았지만, 새로운 연구는 충돌 직후 고리가 빠르게 뭉쳐 달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테이아 충돌설의 주요 증거
이 이론이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여러 관측 증거들 때문이다. 첫째, 달의 밀도는 지구보다 훨씬 낮은데, 이는 달에 철이나 니켈과 같은 무거운 원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돌설은 테이아와 지구의 맨틀 (암석 성분)이 주로 튕겨져 나가 달을 형성했고, 지구의 무거운 철 핵은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달의 밀도가 낮다고 설명한다. 둘째, 지구와 달의 동위 원소 구성이 유사하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채취한 월석 분석 결과, 달의 산소, 규소 등 동위 원소 비율이 지구의 맨틀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달이 지구와 동일한 물질에서 유래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증거이다. 셋째, 달에 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데, 이는 충돌 시의 엄청난 고온으로 인해 휘발성 물질들이 모두 증발하여 우주로 날아갔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 충돌의 결과
테이아는 화성 크기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지구의 질량을 100으로 가정할 때, 원시 지구는 약 90이었고, 테이아는 약 10이었다고 추정된다. 화성은 현재 지구 질량의 약 10% 정도이다.
이 충돌은 원시 지구의 질량을 증가시켰고, 튕겨져 나간 파편들이 뭉쳐져 달을 형성했다. 충돌 이후 지구의 전체 질량은 원시 지구와 테이아의 질량 합계에서 달의 질량을 제외한 값과 비슷해졌다. 달의 질량은 현재 지구 질량의 약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충돌로 인해 지구는 오히려 테이아의 질량 대부분을 흡수하여 더 커졌다. 테이아 충돌 시점의 지구는 현재의 지구보다 약간 작았으며, 테이아는 그보다 훨씬 작은 천체였다.
이 충돌과 내부의 방사성 원소 붕괴로 발생한 엄청난 열에 의해 지구는 완전히 녹은 상태가 되었다. 이때 밀도가 높은 철과 니켈은 중력에 의해 중심부로 가라앉아 핵을 형성했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규산염 물질은 바깥쪽으로 떠올라 맨틀과 지각을 이루었다. 이로써 지구는 현재와 같은 층상 구조를 갖게 되었다.
지구가 서서히 식어가면서 화산 활동을 통해 수증기와 여러 가스들이 분출되었다. 이 가스들이 모여 원시 대기를 형성했고, 시간이 지나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자 수증기는 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이 비가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되면서 지구 표면에 원시 해양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의 바다는 뜨겁고 독성이 강했으며,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이었다. 이 해양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