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우리는 지질 시대의 각 이언별 개략적인 특징을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각 이언의 주요 특징과 사건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시대의 지구는 현재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옥'을 뜻하는 이름처럼, 뜨겁고 황량하며 격렬한 천체였다. 하데스 이언의 지구는 끊임없이 미행성체 충돌이 일어나는 시기였다. 충돌의 엄청난 에너지와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로 인해 지구는 표면이 녹아내린 마그마 바다로 뒤덮여 있었다. 이 시기의 지구는 대기압이 현재의 수십 배에 달했으며, 짙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로 가득 찬 원시 대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데스 이언 중반(약 45억 년 전)에는 테이아 (Theia)라는 화성 크기의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이 충돌로 튕겨 나간 파편들이 뭉쳐져 달이 형성되었다. 달은 현재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으며, 지구의 자전 속도는 매우 빨라 하루의 길이가 6시간에 불과했다.
약 44억 년 전부터 지구의 표면은 서서히 식기 시작했다. 마그마 바다가 굳어지면서 최초의 지각이 형성되었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비로 내리기 시작했다. 이 비가 수백만 년 동안 내리면서 지구 표면에 원시 바다가 만들어졌다. 이 물은 지각에 포함된 휘발성 물질과 운석이 가져온 물이 합쳐져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물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는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 시대에 대한 지질학적 증거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공식적인 세부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르카이아 이언은 약 40억 년 전부터 25억 년 전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의 중요한 특징으로는 먼저 원시 생명체가 탄생하였다. 이 시기 대부분의 생명체는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혐기성 원핵생물이었다. 아직 핵을 가진 진핵생물이 나타나지 않았고, 단세포 박테리아와 고세균류가 주를 이루었다.
이 시기 지구 대기는 현재와 매우 달랐다. 산소가 거의 없고, 메탄,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가 풍부했다. 말기에는 광합성 박테리아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출현하여 산소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소량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최초의 작은 대륙 덩어리인 ‘원시 대륙’(craton)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현재 대륙의 기반이 되는 가장 오래된 지각을 형성하며, 이 시기에 만들어진 암석들은 지금도 지구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아르카이아 이언은 다음의 네 개의 시대로 나뉜다.
• 이소아르카이아기 (Eoarchean, 40억 ~ 36억 년 전): 가장 오래된 지층이 형성된 시기
• 팔레오아르카이아기 (Paleoarchean, 36억 ~ 32억 년 전): 가장 오래된 박테리아 화석이 발견된 시기
• 메소아르카이아기 (Mesoarchean, 32억 ~ 28억 년 전): 대륙 형성이 시작된 시기
• 네오아르카이아기 (Neoarchean, 28억 ~ 25억 년 전):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한 시기
이 시기는 약 25억 년 전부터 시작되어 약 20억 년 동안 지속된 아주 긴 기간이다. '프로테로조이아'는 '이전의 생명'이라는 뜻으로, 현생 누대(Phanerozoic Eon)의 다양한 생명체 출현 이전 시기를 의미한다.
프로테로조이아 이언은 지구와 생명체가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산소 대변동’을 들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광합성 미생물이 번성하면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메탄이 감소하고 지구 기후가 변하는 등 지구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산소는 당시의 혐기성 생물에게는 치명적이었지만, 산소를 이용하는 호기성 생물이 출현하고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최초의 진핵생물이 나타났고, 후기에는 에디아카라 동물군과 같은 초기 형태의 다세포 생물이 등장했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딱딱한 뼈나 껍질이 없는 부드러운 몸을 가진 생물들로, 캄브리아기 폭발 이전의 생물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다.
※ 진핵생물: 핵막으로 둘러싸인 핵과 다양한 세포 소기관을 가진 생물이다. 진핵생물은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골지체, 소포체 등과 같은 막으로 둘러싸인 다양한 세포 소기관들을 가진다. DNA가 핵 안에 있으며, 막으로 분리되어 있어 유전 물질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조절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진핵생물은 여러 세포로 이루어진 다세포 생물이다. 동물, 식물, 균류, 그리고 대부분의 원생생물이 진핵생물에 속한다.
※ 에디아카라 동물군 (Ediacaran biota): 지구상의 최초의 다세포 동물군으로서, 대부분 몸이 부드러워 뼈나 껍데기가 없었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은 경우가 매우 드물다. 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은 해파리, 깃털 모양의 해양 생물 또는 납작한 판 모양 등, 오늘날의 생물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형태를 가진다. 이들은 입이나 소화 기관 없이 몸의 표면을 통해 주변의 물에서 영양분을 직접 흡수하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에는 또 로디니아(Rodinia)와 같은 초대륙이 형성되었다가 다시 분열되는 등 대륙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로 인해 지구 환경이 크게 변동했으며, 빙하기가 여러 번 찾아왔다.
프로테로조이아 이언은 다음과 같은 세 개의 시대로 나뉜다.
• 팔레오프로테로조이아기 (Paleoproterozoic, 25억 ~ 16억 년 전): 대산소화 사건이 발생했다.
• 메소프로테로조이아기 (Mesoproterozoic, 16억 ~ 10억 년 전): 로디니아 초대륙이 형성되었다.
• 네오프로테로조이아기 (Neoproterozoic, 10억 ~ 5억 4,100만 년 전): “눈덩이 지구”로 불리는 빙하기와 에디아카라 동물군이 출현했다.
이 시기는 다양한 생물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번성하여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다. 'Phanerozoic'은 '명백한 생명'이라는 뜻으로, 이전의 선캄브리아 누대와 구분된다. 선캄브리아 누대란 지구의 탄생에서 현생 이언이 시작되기 이전까지의 3개 누대를 합한 시대를 말한다.
현생 누대는 생물상의 큰 변화를 기준으로 세 개의 대 (Era)로 나뉜다.
▪ 고생대 (Paleozoic Era): 약 5억 4,100만 년 전 ~ 2억 5,200만 년 전.
해양 무척추동물이 번성하고, 어류, 양서류, 파충류와 같은 척추동물이 출현했다.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불리는 생물 다양성의 급격한 증가가 이 시기에 일어났다. 다음과 같은 시대로 세분된다.
• 캄브리아기: 캄브리아기 대폭발
• 오르도비스기: 최초의 척추동물 (어류) 등장
• 실루리아기: 식물의 육지 진출
• 데본기: 어류의 시대, 양서류 등장
• 석탄기: 거대 곤충과 양치식물 번성
• 페름기: 판게아 초대륙 형성, 페름기 대멸종
▪ 중생대 (Mesozoic Era): 약 2억 5,200만 년 전 ~ 6,600만 년 전.
공룡이 번성하고, 포유류와 조류의 조상이 나타났다. 공룡의 시대라고 불리며, 백악기 말에 대규모 멸종이 일어나면서 막을 내렸다.
• 트라이아스기: 최초의 공룡 등장
• 쥐라기: 공룡의 시대
• 백악기: 공룡의 절정기, 백악기 대멸종
• 신생대 (Cenozoic Era): 약 6,600만 년 전 ~ 현재. 공룡 멸종 이후 포유류가 번성하여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현재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시대이다.
- 팔레오세: 포유류의 다양화
- 에오세: 현대 포유류의 조상 출현
- 올리고세: 초기 영장류 진화
- 마이오세: 초원 확장
- 플라이오세: 빙하기 시작, 인류 조상 진화
- 플라이스토세: 빙하기 절정기, 인류의 확산
- 홀로세: 현재 시대, 인류 문명 발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