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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6): 지각운동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Ep17

by 이재형

17.1. 판구조론


17.1.1. 판 구조론의 개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탄생 이후 오랜 세월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대륙이 흩어졌다가 붙으며, 거대한 바다가 새로이 생기고 사라졌다. 높은 산맥이 새로이 솟아올랐으며 광활한 벌판이 생겨났다. 이렇게 지각이 변형되거나 움직이는 현상들을 통틀어 우리는 ‘지각 운동’ (Crustal movement)이라 부른다. 지각 운동의 에너지는 지구 내부의 열에서부터 나온다. 지각 운동은 수천, 수억 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될 수도 있고, 지진처럼 급격하게 일어날 수도 있다.


지각 운동은 판 구조론 (Plate tectonics)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판 구조론은 지구 표면이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판 (plate)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지진, 화산 활동, 산맥 형성 등 다양한 지질 현상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20세기 중반에 확립되었으며, 지구 과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판구조론

판 구조론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 대륙의 해안선이 일치한다. 남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의 해안선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서로 들어맞는다는 사실은 두 대륙이 과거에 한 덩어리였음을 시사한다.

• 서로 떨어진 대륙 사이에 화석 및 암석 분포의 연속성이 나타난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대륙들에서 동일한 종류의 고생물 화석이나 암석이 발견된다. 이는 이 대륙들이 과거에 연결되어 있었음을 나타낸다.

• 해령을 중심으로 해양 지각이 양쪽으로 멀어지면서 새로운 지각이 생성된다. 해령을 중심으로 양쪽 해저의 자기 줄무늬가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고지자기 줄무늬는 해저가 확장된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해안선의 일치

지진과 화산 활동은 판의 경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판이 움직이면서 충돌하거나 멀어지는 지역에서 지각 변동이 활발함을 보여준다.


판 운동의 원동력은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에 의한 맨틀 대류이다. 맨틀 하부의 뜨거운 물질은 상승하고 상부의 차가운 물질은 하강하는 순환 운동이 판에 힘을 가해 움직이게 한다. 최근 연구는 해구에서 밀도가 높은 판이 맨틀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판을 끌어당기는 힘 (슬래브 풀, slab pull)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17.1.2. 판의 경계와 지질 현상


판의 경계 지역은 판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지질 현상을 일으키는 중요한 장소이다. 경계 지역의 유형과 각 형태의 경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지역은 다음과 같다.


▪ 발산형 경계 (Divergent Boundary)

두 개의 판이 서로 멀어지는 경계로, 새로운 지각이 생성된다. 이 지역은 화산 활동과 천발 지진 (진원의 깊이가 70km 미만인 얕은 지진)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 유형의 경계로는 대서양 중앙 해령과 동아프리카 열곡대가 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은 대서양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해저 산맥으로,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 남아메리카판과 아프리카판이 서로 멀어지는 곳이다.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아프리카판이 서서히 갈라지고 있는 곳으로, 장기적으로 새로운 대륙과 바다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발산형 경계

▪ 수렴형 경계 (Convergent Boundary)

두 개의 판이 서로 충돌하는 경계로, 판이 소멸되거나 산맥이 형성된다. 이 지역에서는 깊은 지진과 격렬한 화산 활동이 발생한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융기하여 형성되었으며, 안데스 산맥은 남아메리카판 아래로 나즈카판이 섭입하면서 형성된 거대한 습곡 산맥이다. 일본 열도 및 일본 해구는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면서 형성된 해구와 화산 활동으로 생겨났다.

수렴형 경계

▪ 보존형 경계 (Transform Boundary)

두 개의 판이 서로 스치듯이 어긋나는 경계로, 지각이 생성되거나 소멸되지는 않는다. 화산 활동은 거의 없지만, 강력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샌 안드레아스 단층은 북아메리카판과 태평양판이 서로 어긋나는 지역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하며 지진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다.

보존형 경계


17.2. 지각 운동과 초대륙 (超大陸)


지구의 지각 운동은 수억 년 주기로 여러 개의 대륙을 하나로 합쳐 “초대륙” (supercontinent)을 형성하고, 다시 분열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러한 초대륙의 형성과 해체는 지구의 기후, 해양 순환, 생물 진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재 학계에서 그 존재가 확실히 증명된 초대륙으로는 판게아가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개의 초대륙의 존재 가능성이 주장되고 있으나 확실한 증거로 입증되지는 못했다.


17.2.1. 주요 초대륙


▪ 로디니아 (Rodinia)

약 11억 년 전, 네오프로테로조익 시대 (신원생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초대륙은 약 7억 5천만 년 전부터 해체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남극, 호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등이 포함된 거대한 곤드와나 대륙과 북아메리카 등이 포함된 로라시아 대륙 등으로 분리되었다. 로디니아의 해체는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생명체의 대폭발적 진화 (캄브리아기 대폭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디니아의 존재는 가능성이 높지만, 판게아만큼 확실하지는 않다. 판게아 이전에 존재했던 가장 최근의 초대륙으로, 다양한 지질학적 증거들이 그 존재를 시사하고 있다.

로디니아 초대룍

▪ 판노티아 (Pannotia)

약 6억 3천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 그리고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 5억 4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초기에 다시 해체되기 시작했다. 이 분열로 곤드와나 대륙과 로라시아 대륙이 다시 분리되었다. 판노티아의 존재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가설이다. 로디니아와 판게아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 존재했던 초대륙으로, 지질학계 내에서도 이 가설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이 존재한다.

판노피아 초대륙

▪ 판게아 (Pangaea)

약 3억 3천만 년 전, 고생대에 로디니아의 해체로 분리되었던 대륙들이 다시 모여 형성된 가장 유명한 초대륙이다. 약 1억 7천 5백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부터 해체되기 시작했다.

• 1단계: 북쪽의 로라시아(Laurasia)와 남쪽의 곤드와나(Gondwana)로 분리되었다. 이 두 대륙 사이에는 테티스 해가 열렸다.

• 2단계: 로라시아는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로, 곤드와나는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호주, 남극 등으로 분열되었다.

• 3단계: 각 대륙은 현재의 위치로 이동하면서, 대서양과 인도양을 형성하고 지중해의 모습도 갖추게 되었다.

판게아

17.2.2. 로디니아 이전의 초대륙들


이상과 같은 초대륙의 형성과 해체는 지구 내부의 맨틀 대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맨틀의 열 대류는 지각판들을 움직이는 힘이며, 이 힘에 의해 판들은 모이거나 흩어진다. 학자들은 이러한 초대륙의 생성과 해체 주기가 대략 3억 년에서 5억 년마다 반복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맨틀 대류는 지구가 탄생한 이후 층상 구조가 형성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로디니아 이전에도 초대륙은 형성될 수 있었다. 로디니아 이전의 초대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거론된다.


▪ 컬럼비아 (Columbia): 약 18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륙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누나 (Nuna)'라고도 불린다. 약 15억 년 전부터 분열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초대륙의 파편들이 다시 모여 로디니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 케놀랜드 (Kenorland): 약 27억 년 전에 형성된 초대륙으로, 캐나다 지괴와 러시아 지괴 등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초대륙은 약 24억 년 전에 분열되었으며, 이 해체 과정이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빙하기 중 하나인 '휴로니안 빙하기'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우르 (Ur): 약 30억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일부 학자들은 우르를 지구 최초의 초대륙으로 보기도 한다. 이 대륙은 현재의 오스트레일리아보다 작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르를 구성했던 암석의 흔적은 오늘날 아프리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다.

▪ 발바라 (Vaalbara): 일부 학자들에 의해 36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추정되는 매우 오래된 초대륙이다. 이는 지구의 지각이 처음으로 안정화되기 시작한 시기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발바라의 존재에 대한 증거는 매우 희박하다.


로디니아 이전에 존재했던 이상의 초대륙은 그 증거가 매우 희미하지만, 지질학적 증거들을 통해 몇몇 초대륙의 존재가 추정되고 있다. 이들 초대륙은 지구 역사 초기의 복잡한 지각 활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17.2.3. 미래의 초대륙


맨틀 대류는 지구가 존속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므로 미래에도 새로운 초대륙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판 구조론과 현재의 대륙 이동 속도를 바탕으로 미래의 초대륙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앞으로 수억 년 뒤에 형성될 미래의 초대륙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미래 초대륙 모델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판게아 울티마 (Pangaea Ultima): 약 2억 5천만 년 후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델이다. 현재 확장 중인 대서양이 닫히기 시작하고, 아메리카 대륙이 유라시아 및 아프리카 대륙과 다시 충돌하여 새로운 초대륙을 형성한다는 가설이다. 이 초대륙은 태평양에 둘러싸인 형태가 될 것이다.


▪ 아마시아 (Amasia): 약 5천만 년에서 2억 년 후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이 북쪽으로 이동하여 북극해 위에서 합쳐진다는 가설이다. 이 경우 태평양과 대서양은 계속 열린 채로 남게 된다.


미래에 이러한 초대륙이 형성되면 지구 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초대륙은 거대한 면적을 차지하여 내부 지역은 해양의 영향에서 멀어져 매우 건조하고 극한의 기후를 띠게 될 것이다. 이는 생물 다양성을 크게 감소시키고, 대규모 멸종을 초래할 수도 있다.

판게아 울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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