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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우치

400년의 시공을 넘어 현대 서울에서 요괴와 대결을 벌이는 도사 전우치

by 이재형

▪ 개요


영화 《전우치》는 우리나라 고대 소설 **《전우치전》**을 소재로 하여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요괴를 퇴치하는 전우치의 활약을 그린 판타지 영화로서, 2009년에 제작되었다. 소설에서는 전우치가 좋은 일도 하지만 자신의 재주를 믿고 말썽을 부리기도 하다가 화담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고 훌륭한 젊은이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화담이 요괴의 두목으로 등장하며, 전우치가 그를 퇴치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 줄거리


아주 오랜 옛날, 도력이 높은 신선 표훈대덕은 요괴들의 마성을 잠재우기 위해 3,000일 동안 신비한 피리 만파식적을 불고 있었다. 3,000일을 채우면 요괴들을 완전히 봉인할 수 있었으나, 이들을 감시하던 세 신선의 실수로 봉인을 하루 먼저 풀었다. 이로 인해 요괴들의 마성이 다시 살아났고, 그들은 인간 세상으로 사라졌다. 표훈대덕도 피리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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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조선 시대, 요괴를 풀어준 죄로 천계에서 추방당한 세 신선은 덕 높은 선비 화담(김윤식 분)을 찾아가 요괴를 처치하고 피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화담은 요괴를 포박하다가 제자들이 말썽꾸러기 도사 전우치(강동원 분)에게 혼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궐에서 왕이 옥황상제를 맞이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옥황상제에게 왕은 머리를 조아리며 선물을 바친다. 알고 보니 그는 진짜 옥황상제가 아니라 전우치가 변신한 것이었다. 전우치는 왕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하며, 왕을 한껏 놀리고는 사라져 버린다.


전우치는 요괴를 퇴치할 수 있는 청동검을 찾고 있다. 그는 한 양반으로부터 마을에 있는 과부(임수정 분)를 보쌈해 오면 청동검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날 밤 전우치는 자신의 친구이자 하인인 초랭이와 함께 과부의 호위단에 합류한다. 과부를 태운 가마가 숲속을 지날 때 도둑떼가 나타난다. 전우치는 초랭이에게 산적들을 상대하게 하고 자신은 과부를 보쌈해 부탁을 한 양반에게 데려간다. 양반은 보쌈해 온 자루를 풀고 과부를 꺼내는데, 그녀의 몸에 부적이 붙어 있다. 부적을 떼자 젊은 과부는 뚱뚱한 중년 여자로 변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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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놀라고 있을 때 전우치가 나타나 청동검을 내놓으라고 한다. 양반은 엉뚱한 여자를 데리고 왔다며 손에 든 피리를 휘두르며 전우치에게 달려드는데, 보기와는 달리 보통 힘이 아니다. 알고 보니 그 양반은 쥐의 모습을 한 요괴였다. 요괴는 보통 상대가 아니었다. 전우치는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겨우 요괴를 제압하고 피리를 빼앗는다. 그때 갑자기 토끼 모습의 요괴가 나타나 전우치를 공격한다.


토끼 요괴가 전우치를 공격하며 빈틈을 만들자 쥐 요괴를 구출해 도망친다. 전우치와 초랭이가 이들을 쫓지만 결국 놓쳐 버린다. 그러나 이들 요괴는 얼마 가지 못하고 갑자기 나타난 화담에게 붙잡혀 모두 봉인된다. 화담은 피리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는 전우치가 피리를 가지고 갔다고 짐작한다.


피리를 가지고 과부와 함께 스승의 집으로 돌아온 전우치는 스승 천관대사(백윤식 분)로부터 너무 경망스럽다고 꾸중을 듣는다. 그러자 전우치는 스승에게 같은 도사끼리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변하지만, 도리어 스승으로부터 이대로는 절대로 진정한 도사가 될 수 없다며 야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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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화담이 세 신선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왔다. 천관대사는 화담에게 “피리의 마력이 그대를 삼켜버렸구나”라며 한탄한다. 그러나 화담은 피리가 원래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강변한다. 화담이 천관대사와 차를 마시는 도중에 얼마 전 싸움에서 입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그 피가 푸른색이다. 푸른 피는 요괴라는 뜻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화담의 제자들은 그것을 보고 놀라는데, 화담은 제자들을 죽여 버린다. 그리고 천관대사마저 독이 든 차를 마시게 하여 죽게 만든다. 천관대사는 죽어가면서 전우치에게 “위급하면 거문고 갑을 쏘라”는 말을 남긴다.


전우치가 과부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자 화담이 기다리고 있다. 전우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고 화담과 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화담의 도술은 전우치에 비해 훨씬 높다. 화담의 공격에 위기에 빠진 전우치는 거문고 갑을 쏘라는 스승의 말을 떠올린다. 그는 화담이 가진 피리 반쪽을 낚아채고는 거문고 갑을 쏘려고 하다가 세 신선이 가져온 족자 그림에 봉인되어 버린다.


500년의 세월이 흐른 뒤 한국의 서울. 세 신선은 승려, 신부, 무당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인간 세상에 숨어든 쥐 요괴와 토끼 요괴를 잡아 봉인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요괴를 잡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500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전우치를 꺼내고는 요괴를 잡는다면 완전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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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와 초랭이는 현대의 화려한 서울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그는 다시 청동검을 찾고 요괴들을 잡기 위해 나섰다. 그러던 중 여배우의 코디로 일하는 서인경(임수정 분)을 만나는데, 그녀는 바로 옛날 자신이 구해주고 연정을 품었던 과부의 환생이었다. 전우치는 부패한 정치가의 재산을 모아두는 창고에 침투하여 청동검을 찾아낸다. 그리고 요괴들도 봉인하는 데 성공하지만, 화담이 나타나 요괴들을 구출해준다.


세 신선은 전우치를 해방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들의 속셈은 일이 끝나면 전우치를 다시 봉인하겠다는 것이다. 화담은 서울 시내에서 거침없이 악행을 저지른다. 화담은 사실 양 요괴의 변신이었다.


화담은 전우치와 정면으로 싸워 그를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는 초랭이를 잡아 인간으로 만들어주겠다며 속여 전우치의 도술의 원천이 되는 부적을 훔쳐오라고 한다. 이와 함께 주술을 이용하여 서인경에게 요괴의 마음을 심어 전우치를 배신하도록 한다. 전우치는 화담과 맞서 싸우지만, 부적을 빼앗겼고 서인경마저 화담 편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화담은 쓰러진 전우치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만파식적을 불기 시작한다. 그러나 피리 소리로 인해 서인경이 본 정신으로 돌아오고, 그녀는 큰 복숭아 가지로 화담의 배를 찔러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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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본 전우치와 세 신선은 깜짝 놀란다. 그녀야말로 수천 년 전 사라져 버린 표훈대덕의 환생이었던 것이다. 나무 둥지에 옆구리를 찔려 푸른 피를 철철 흘리던 화담은 땅 위에 떨어진 만파식적을 주우려 하나 전우치가 청동검으로 그것을 파괴해 버린다. 더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진 화담은 스스로 신선들이 가진 그림에 뛰어들어 봉인되어 버린다.


모든 것이 끝났다. 초랭이는 전우치에게 자신을 얼른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전우치가 충격적인 말을 한다. 지금까지 초랭이는 여자들만 보면 사족을 못 썼는데, 전우치는 그에게 “너는 암컷이야”라고 말한다.


전우치와 서인경, 그리고 초랭이는 사진 속의 바다로 뛰어들어 휴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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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감상


아주 재미있게 감상한 판타지 영화였다. 그러나 초반의 긴박감과 박진감과는 달리 후반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늘어지고 산만한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한국형 슈퍼 히어로 영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져 아쉬웠다.


전우치가 싸우는 상대는 화담이며, 쥐 요괴와 토끼 요괴가 그의 부하로 등장한다. 두 시간에 가까운 판타지 영화로서는 요괴의 수가 너무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쥐 요괴, 양 요괴, 그리고 화담의 원래 정체인 양 요괴는 모두 십이지에서 가져온 것 같다. 이왕 십이지의 동물을 요괴로 한다면 좀 더 다양한 요괴를 등장시켰으면 좋았을 것이다.


화담은 조선 중기 개성에서 살았던 학자로서, 본명은 서경덕이다. 그는 옛이야기에 종종 등장한다. 우선 <전우치전>에서 전우치에게 가르침을 주는 대스승으로 등장하며, 또 기생 황진이의 이야기에서 황진이를 감복시킨 대인격자로서 송도삼절의 하나로 등장한다. 그런 화담이 이번 영화에서는 악당의 우두머리로 등장한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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