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흡혈귀가 된 왕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원제: Dracula Untold)은 15세기에 실존했던 블라드 3세의 사실(史實)에 기초하여 아일랜드의 소설가인 브람 스토커의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 이야기를 섞어 제작한 영화로서, 2014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흡혈귀로 알려진 드라큘라 백작의 출현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이 참전한 수많은 전투에서 많은 적군 병사를 꼬챙이에 꿰어 죽여 “꼬챙이 공(公)”이라는 별명이 붙은 블라드 체페슈는 1462년에 실재했던 인물이었다. 블라드는 당시 압도적인 세력을 자랑하고 있던 오스만 제국 아래에서 트란실바니아라는 작은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그의 백성과 자신의 가족, 아내 밀레나, 아들 인게라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부하들을 이끌고 나라를 순회하고 있었는데, 강 근처에서 오스만 제국이 보낸 자객들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블라드도 그의 부하 누구도 누가 그를 죽였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는 부하들과 함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가 근처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깊은 동굴을 발견한다.
동굴 안으로부터는 음산한 공기가 떠돌고 있어서, 블라드 일행은 쭈뼛거리며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로부터 부하들이 살해당했다. 블라드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지만, 가지고 있던 은화, 그리고 틈새로 들어온 햇빛으로 인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다시 궁으로 돌아온 블라드는 자신이 목격했던 괴인의 존재를 알기 위해 수도사인 루시안을 찾아갔다. 루시안은 블라드에게 그것은 아마 “뱀파이어”라는 괴물일 것이라고 말하며, 그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뱀파이어의 존재가 국민들 사이에 퍼지면 큰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다. 그래서 블라드는 이 일을 루시안과 둘 사이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약속했다.
얼마 후 오스만 제국의 사자가 다시 블라드를 찾아왔다. 사자는 블라드에게 소년 1,000명을 오스만 제국에 바치라고 통보했다. 오스만 제국은 그 소년들을 오스만 제국에 충성하는 병사로 키우려고 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블라드의 나라를 멸망시키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블라드는 그 요구에 따르려고 하지만, 인게라스와 밀레나의 말을 듣고 사자를 죽여버린다. 이리하여 오스만 제국과 트란실바니아 사이에 전쟁의 막이 오르게 되었다. 블라드는 국민들을 격려하면서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하여 깊은 산속에 있는 수도원으로 이동시켰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블라드의 군대는 오스만 제국의 군대를 도저히 당할 수가 없다. 블라드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 지난번에 발견한 동굴을 찾아간다. 최후의 선택으로 그는 괴인의 힘을 빌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뱀파이어의 이름은 칼리굴라라고 했다. 칼리굴라는 옛날 악마와 계약을 맺기 위해 괴기한 모습으로 변해 동굴 속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었다. 칼리굴라는 블라드에게 어떤 게임을 제안한다. 그것은 블라드가 칼리굴라의 피를 마시라는 것이었다. 그 피의 힘으로 블라드는 칼리굴라와 같은 힘을 가질 수 있으나, 그 대신 인간의 피를 갈망하게 된다. 만약 블라드가 3일 동안 그 갈망을 참는다면 그는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괴물로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블라드는 조국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피를 마시기로 한다. 다시 태어난 블라드는 오스만 제국에서 출동한 1,000명의 군사를 일시에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었다. 그렇지만 오스만 제국으로부터의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그의 아들 인게라스가 적에게 잡혀가고 아내 밀레나는 치명상을 입고 만다.
밀레나는 블라드에게 자신의 피를 마시고 아들을 구해달라고 애원한다. 아내의 피를 마시고 뱀파이어로 변한 블라드는 중상을 입은 백성들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주었다. 블라드는 숙적 메흐메트 2세와 맞선다. 블라드는 은화를 사용하여 공격해오는 메흐메트의 군대에 고전하지만, 아들을 위해 메흐메트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블라드의 피를 마시고 뱀파이어로 변한 백성들은 차례차례 사람들을 습격하는 괴물로 변해갔다. 블라드는 인게라스까지 습격하려는 뱀파이어들을 막기 위해 일기를 조종하여 태양을 불러낸다. 햇빛을 받은 뱀파이어들은 재로 변해버린다. 블라드는 인게라스를 루시안에게 맡기고 뱀파이어들과 함께 햇빛을 받는다. 그때 블라드를 왕으로서 존경하는 의문의 사나이가 재로 변해가려는 블라드에게 자신의 피를 준다. 이로 인해 블라드는 목숨을 건졌다.
세월은 흘러 현대, 불로불사의 블라드는 아직도 살아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밀레나로 환생한 여자를 발견한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판타지 영화이다. 나라와 백성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비장한 결심을 하는 주인공 블라드의 선택은 비장하기 짝이 없다. 그는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 뱀파이어의 길을 선택한다. 아주 재미있게 감상한 영화였다.
실제 역사에서는 물론 블라드 3세는 뱀파이어가 아니었다. “드라큘라”는 “용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그의 아버지 블라드 2세가 용기병에 속해 드라쿨(Dracul, 용)이라는 작위를 받았기 때문에, 아들인 블라드 3세가 드라큘라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블라드는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군주로 묘사되지만, 역사 속의 그는 적병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백성들에게도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군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블라드에 의해 죽지만, 실제로는 블라드 3세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역사적 인물인 블라드 3세를 모티브로 하되, 그의 삶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흡혈귀 드라큘라의 기원을 상상력으로 풀어낸 영화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