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정글에서 유보트와 싸우는 상선의 기관사
영화 <머피의 전쟁>(Murphy's War)은 제2차 대전을 배경으로 독일군의 공격을 받고 남미의 정글로 피신한 아일랜드인 기관사가 홀로 독일 유보트를 상대로 집념 어린 복수극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서, 1971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맥스 커트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도 막바지에 들어섰을 무렵,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근처에서 독일 유보트의 공격을 받아 한 상선이 침몰한다. 독일군들은 바다에 빠진 생존자들을 향해 기관총을 쏘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다. 유일한 생존자인 아일랜드인 기관사 머피는 간신히 구명보트에 몸을 싣고 망망대해를 표류한다. 며칠 밤낮을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던 그는 기적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외딴 마을에 자리한 퀘이커 의료 선교사에 의해 구조된다.
머피를 돌보아 주는 사람은 평화주의자인 하이든 박사와 그녀의 간호사들이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머피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가슴속은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그는 자신들을 공격한 U-보트가 아직 이 강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피의 복수를 맹세한다. 퀘이커 교도로서 평화주의자인 하이든 박사는 머피의 복수극을 말리려 하지만, 그의 강렬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건강이 회복된 머피는 곧바로 행동에 나선다. 그는 강기슭을 수색하던 중 강가의 숲속에 숨어 있는 U-보트를 발견한다. 그렇지만 자신은 저 거대한 잠수함을 파괴할 무기가 없다. 그러던 중 머피는 우연히 지역 석유 회사의 관리인인 루이스 브레종을 만나게 된다. 머피는 루이스에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하지만, 그는 머피의 황당한 계획에 제대로 상대도 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머피의 끈질긴 집념을 못 이겨 그를 도와주기로 한다. 머피는 브레종의 도움으로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낡은 수상 비행기 한 대를 손에 넣는다. 그는 이 낡은 비행기를 개조하여 잠수함에 수제 폭탄을 떨어뜨려 폭파시키려는 계획을 짠다.
머피를 계속 말리던 하이든 박사도 결국은 그를 이해하여 도와주기로 한다. 머피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수상 비행기 조종 연습을 하면서, 주변의 잡동사니들을 모아 수제 폭탄을 만든다. 그의 이런 집념을 본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다.
이제 머피는 조종술도 익혔고, 어설프지만 폭탄도 만들었다. 그는 라우히스 함장이 지휘하는 U-보트를 상대로 홀로 전쟁을 시작한다. 머피는 낡은 수상 비행기를 타고 U-보트 상공을 비행하면서 수제 폭탄을 투하한다. 그러나 어설프게 만든 폭탄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머피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U-보트를 공격한다. 그의 공격은 잠수함에 제대로 타격을 주지는 못하지만, U-보트 승조원들에게는 그것이 큰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온다.
라우히스 함장은 이 정체불명의 비행기에 당황하면서도 반격의 기회를 노린다. U-보트 승조원들은 계속되는 머피의 공격과 정글 속의 고립감 속에서 사기가 저하된다. 머피의 계속된 공격으로 U-보트는 엔진에 문제가 생기고, 이를 수리하기 위해 강가에 정박할 수밖에 없다. 머피는 U-보트가 강가에서 수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강가에 있는 유조선을 이용하여 그를 파괴할 계획을 세운다.
머피는 유조선을 운전하여 U-보트를 향해 돌진한다. 유조선을 발견한 독일군은 사격을 가하지만, 육중한 유조선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유조선은 느리지만 천천히 U-보트를 향해 나아간다. 독일군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마침내 유조선은 U-보트에 충돌하고, 엄청난 폭발과 함께 U-보트는 오리노코강 속으로 침몰한다.
머피는 스스로의 집념으로 복수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그 역시 폭발의 여파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 유조선도 서서히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 속에서 머피는 안도의 눈길을 보낸다.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코믹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한다. 남미 오리노코강의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점점 광기를 더해가는 머피의 집념은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던 나를 점점 더 무겁게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감상하는 도중에 자꾸 머피가 적당한 선에서 복수를 그만두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긴다. 머피의 집념 어린 복수로 독일군과 U-보트라는 악은 제거하였지만, 그 복수는 평화롭게 살아가던 많은 원주민들의 희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