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와 강력계 여형사의 안타까운 사랑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엽기적인 그녀>(2001)라는 영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견우라는 청년이 우연히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그녀’를 만나 사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녀의 이런 행동은 죽은 옛 연인을 잊지 못해서였다. 오늘 소개하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위에서 말한 <엽기적인 그녀>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영화로서, 여형사 여경진(전지현 분)과 고등학교 교사 고명우(장혁 분)의 사랑 이야기와 이별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04년에 제작되었다. <엽기적인 그녀>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405415726
활기차고 엉뚱한 성격의 강력계 여형사인 여경진(전지현 분)은 경찰차를 난폭하게 운전하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녀는 정의감에 불타지만 지나치게 과격하며, 예측 불가능하여 어디로 튈지 몰라 주위 사람들을 늘 긴장시킨다.
어느 날 밤 경진은 지하철역에서 소매치기를 쫓고 있다. 한편 고등학교 교사 고명우 역시 소매치기를 잡으려고 뒤쫓고 있는데 어쩐지 어설프기 짝이 없다. 경진은 한 남자를 소매치기의 공범으로 잘못 알고 체포하여 경찰서로 데려가는데, 그는 바로 고명우였다. 경진은 순박하기 짝이 없는 고명우에게 마음이 조금씩 끌린다.
경진은 명우에게 사과하기 위하여 그를 찾아갔다. 이 일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자꾸 마주치게 된다. 경진이 범인을 추격하다가 명우의 차에 멋대로 올라타거나, 명우가 경진의 무모한 행동에 휘말려 위험에 노출되는 일들이 여러 번 발생한다. 이렇게 두 사람 사이에 우연한 만남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사이에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명우는 경진의 엉뚱한 행동과 돌출적인 사고방식을 이해하면서 편안히 받아주고, 경진 역시 명우 앞에서는 지금까지 겉으로 강한 듯 보였던 행동을 그만두고 한없이 약하고 여린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아마 명우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자신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으로 여기며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하늘이 그들의 행복을 시기하는 듯, 경진은 절망에 빠진다. 어느 날 경진이 범인을 쫓다가 위기에 빠진다. 이를 본 명우가 경진을 돕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총에 맞아 사망해버린다. 경진은 눈앞에서 사랑하는 명우가 죽어가는 충격에 죄책감에 휩싸여 망연자실한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명우가 죽었다고 생각하여 괴로워하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폐인처럼 살아간다.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경진은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명우의 영혼이 바람결에 나타나거나 환영(幻影)의 형태로 나타나 그녀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명우는 "바람이 불면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는 줄 알아"라고 속삭였고, 경진은 그의 말에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경진은 저세상으로 가버린 명우의 존재를 느끼면서 조금씩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용기를 되찾은 경진은 명우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의 진실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명우가 남긴 많은 선물을 발견한다. 명우가 생전에 자신에게 주려 했던 목걸이, 자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들 등 자신을 향한 명우의 모든 것을 알게 된 경진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경진은 명우의 복수를 위해 그를 죽게 만든 범인들을 추격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범인들에 대한 경진의 증오는 끓어오른다. 그렇지만, 명우의 영혼은 그녀의 증오를 달래주고, 사랑과 치유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던 중 경진은 우연히 견우(차태현 분)를 만나게 된다. 명우의 영혼은 견우에게 그녀를 부탁한다는 말을 속삭인다. 죽어서도 경진을 잊지 못하는 명우의 사랑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경진은 마침내 슬픔에서 벗어나 홀로 서게 된다. 그녀는 명우를 가슴속에 간직하면서, 다시 옛날의 그녀로 돌아간다. 명우는 언제나 그녀의 가슴속에서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
전작인 <엽기적인 그녀>는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번 영화는 대히트를 친 전작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수많은 국내외의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는 이전에는 로맨스 영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오랜만에 이러한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감상하니 가슴이 찡해온다. 명우가 죽지 않았다면 내게는 더 좋았겠지만, 그래서야 아마 영화가 너무 밋밋해져 팬들의 감동을 끌어내지 못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