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장윤선 취재 편의점"에 출연하여 북극 항로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의 장밋빛 계획과 과도한 의욕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북극 항로 개척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점 공약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해수부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렇게 거의 '올인'하다시피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극 항로를 우리 해운 산업의 선택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적극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옳은 방향이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북극 항로 개척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관련 연구의 축적과 함께 시험 항해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까지의 상선 운항도 시도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수준에서의 상선 운항은 지금까지도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는 과거 시험 운항이 한두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현재 북극 항로 상업적 이용은 대부분 시베리아 LNG 수입을 위한 것이다. 시베리아 LNG는 북극 항로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 그래서 좋든 싫든 북극 항로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시베리아 LNG를 수입한다면 북극 항로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 상선인 컨테이너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선의 운항에 있어서는 경제성(수익성)이 절대적 기준이 된다. 부산에서 유럽 암스테르담까지 상선을 운항하는 데 있어서, 수에즈 운하 통과 항로의 경우 21,000킬로미터, 북극 항로의 경우 12,700킬로미터 정도이다. 거리로만 본다면 북극 항로가 기존 항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로 선박 운항 비용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다면 숨어 있는 리스크가 너무나 많다.
1. 북극 항로는 여름에만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여름이라 할지라도 얼음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쇄빙선이 동행하여야 한다. 상선 자체도 쇄빙 기능을 갖춰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안하여 쇄빙선과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럴 경우 이에 따른 추가적 비용이 불가피하다.
2. 상선도 기계로 작동되는 만큼 언제 어디서든 고장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기존 항로에는 항로 근처에 많은 대형 항구와 사고에 대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므로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극 항로에는 시베리아의 소형 항구가 드문드문 있을 뿐, 긴급 사고에 대응할 인프라가 거의 전무하다. 이 문제는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3. 상선 운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주들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하려 할 때, 화주들이 필요할 때 즉시 선박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노선의 경우 하루에도 몇 번씩 선편이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이용 가능하다. 이에 비해 북극 항로는 운항 편수가 적기 때문에 화주 입장에서는 불편하여 선택 유인이 적다. 시내버스도 운행 간격이 짧은 버스가 이용 승객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4. 기존 항로는 상선이 유럽까지 운항하면서 동남아, 인도, 중동, 남유럽 등 5~10곳의 항구를 거치면서 화물을 내려놓는다. 즉 여러 곳의 화물을 위탁받아 운송하는 것이다. 그만큼 화주를 확보하기가 쉽다. 이에 비해 북극 항로에는 중간 화물 수요가 거의 없다. 굳이 찾자면 레닌그라드 주변이나 북유럽 정도 1~2개 정도일 것이다. 이럴 경우 해운사가 화주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택배차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5. 북극 항로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해운회사의 막대한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해운회사들이 불투명한 북극 항로를 위해 그만한 투자를 할 용의가 있을지 의문시된다. 우리나라 해운사는 마이너리티이고, 대부분의 유력 해운회사는 외국 회사이다. 이들이 불투명한 북극 항로를 믿고 대형 투자를 할지 의문이다.
이상과 같이 북극 항로는 항로 단축으로 인한 비용 절약이라는 기대 효과와 함께, 예상되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많은 리스크가 숨어 있다. 허황된 장밋빛 환상을 꿈꾸기보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북극 항로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리스크를 꼼꼼히 점검하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중국과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북극 항로 개척을 준비해 왔다. 이들의 축적된 경험을 우리의 자산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극 항로는 거의 전 구간을 러시아의 영토인 시베리아 북쪽 바다를 지나고, 또 상선들도 외국 국적사들이 많다. 우리 정부의 영향권 밖에 있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정부는 좀 더 차분한 자세로 북극 항로 개척 과제에 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