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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진화(1): 생명의 탄생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18

by 이재형

18.1. 생명의 어머니, 바다의 형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구는 약 46억 년 전에 탄생했으며 초기에는 뜨거운 마그마 바다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 표면 온도가 서서히 식으면서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수증기가 응결되어 비로 내렸다. 이 과정은 수만 년 동안 반복되었고, 약 44억 년 전 마침내 최초의 바다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의 형성은 지구 탄생 이후 수억 년에 걸쳐 일어난 점진적인 과정이다. 바다의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주요 가설이 있다. 이 두 가설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바다 형성에 기여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원시 지구 마그마의 바다

• 화산 활동으로 인한 수증기 방출: 지구가 탄생한 직후에는 표면이 뜨거운 마그마 바다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 딱딱한 지각이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활발한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서 지구 내부에 갇혀 있던 수증기가 화산 분출물과 함께 대량으로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 혜성과 운석의 충돌: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형성 초기에 혜성과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다량의 얼음을 공급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혜성은 '더러운 눈덩이'라 불릴 만큼 많은 양의 얼음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얼음이 지구와 충돌하며 녹아 바다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대기 중으로 방출된 수증기는 응결되어 비가 되어 내렸다. 그러나 당시 지구 표면은 매우 뜨거워 내린 비가 곧바로 다시 증발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이 과정이 수만 년 동안 지속되면서 지구 표면 온도가 서서히 낮아졌고, 마침내 비가 고여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바다가 형성되었다. 이 초기 바다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라, 화산 분출물에 포함된 염소, 황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이 녹아 있어 현재와 유사한 짠 바다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산활동과 수증기 방출
원시 바다
지속적인 비와 바다의 형성

이렇게 형성된 바다는 지구 표면 온도를 조절하고 최초 생명체의 탄생 장소가 되는 등 지구 환경과 생명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2. 최초의 생명 탄생


지구 최초의 생명은 지구가 탄생한 지 약 8억 년이 지난, 38억 년 전쯤 바닷속에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의 지구 환경은 현재와 매우 달랐다. 화산 활동이 활발했고,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으며, 메테인, 암모니아, 수소 등이 풍부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이 합성되고, 복잡한 유기 분자들이 결합하여 스스로 복제 능력을 가진 원시 생명체가 탄생했다. 이렇게 최초의 생명체인 원핵생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 유기 분자: 탄소 원자를 중심으로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등 다른 원자들이 결합하여 형성되는 분자이다. 생명체와 관련된 주요 유기 분자는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핵산 등 네 가지 주요 범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비타민과 같은 다양한 유기 분자들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최조의 생명의 탄생

지구 최초 생명체의 탄생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가설은 다음과 같다.


▪ 원시 수프(Primordial Soup) 가설: 1920년대 알렉산드르 오파린과 존 홀데인이 제기한 가설이다. 원시 지구의 바다에 메테인, 암모니아, 수소와 같은 환원성 기체가 풍부한 대기에서 번개나 자외선 같은 에너지에 의해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이 합성되어 바다에 농축되면서 '원시 수프'를 형성했다는 이론이다. 이 유기물들이 점차 복잡해져 세포를 형성하고 생명으로 진화했다고 본다. 1953년 스탠리 밀러와 해럴드 유리의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의 가능성이 입증되었다.

원시 수프에서의 생명의 탄생

▪ 심해 열수구(Hydrothermal Vent) 가설: 1970년대 심해 탐사로 발견된 열수구 주변 생태계는 태양 빛 없이도 화학 에너지를 이용해 살아가는 생명체가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이 가설은 지구 내부의 열과 화학 물질이 풍부한 심해 열수구에서 생명 탄생에 필요한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는 이론이다. 이 환경은 수소, 황화수소, 이산화탄소와 같은 무기물이 풍부하여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제공한다.

심해열수구

▪ 외계 기원(Panspermia) 가설: 생명체의 씨앗 또는 유기물이 운석이나 혜성을 통해 지구로 유입되어 생명이 시작되었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운석에서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이 발견되면서 이 가설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생명 외계기원설

▪ RNA 세계(RNA World) 가설: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했는가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춘 가설이다. RNA(리보핵산)가 DNA보다 간단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효소처럼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는 이론이다. 이후 RNA에서 더 안정적인 DNA와 단백질 기반의 생명체가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 점토 가설(Clay Hypothesis):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알렉산더 케언스-스미스가 제안한 가설로, 생명 탄생의 초기 단계가 바다가 아닌 점토 표면에서 일어났다는 이론이다. 점토 입자는 미세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기 분자들이 서로 모여 결합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생명 탄생에 대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지만, 현재 주류 이론으로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원시 수프 가설과 심해 열수구 가설이다.


18.3. 생명 탄생 이론에 대한 진위 논쟁


앞서 살펴본 생명 탄생 가설들 중 원시 수프 가설과 심해 열수구 가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만약 실험실에서라도 생명 탄생을 재현할 수 있다면 이들 가설은 확실한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금까지 무기물에서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기존 생명체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자를 이용해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는 생명을 '창조'했다기보다는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재설계'하거나 '재구성'한 것에 가깝다.

유기물에서 최초의 생명의 탄생

2010년, 미국의 유전학자 제이 크레이그 벤터 박사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인공 게놈을 가진 박테리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먼저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 박테리아의 게놈 DNA 염기서열을 컴퓨터로 분석한 뒤, 이와 똑같은 유전체(게놈)를 화학적으로 합성했다. 이렇게 합성된 게놈을 다른 종류의 마이코플라스마 박테리아에 이식하고, 원래 숙주 박테리아의 게놈은 제거했다. 그 결과, 새로운 게놈을 가진 박테리아가 세포 분열을 통해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생명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생명 활동이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연구는 기존에 존재하던 박테리아의 세포를 숙주로 이용한 것이다. 즉, 무기물로부터 생명체를 완전히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생명체의 틀에 인공적인 유전 정보를 이식한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인간이 모든 조건이 완비된 실험실에서 첨단 과학 기술을 사용했음에도 아직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지 못했기에, 자연 상태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명이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에 대해, 오랜 지구의 역사와 변화무쌍했던 환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예를 들어 원시 수프 가설은 단순히 유기물이 생명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시간에 걸친 점진적인 과정을 거쳐 생명이 탄생했다고 가정한다. 이 과정이 확률적으로 희박하지 않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시간의 규모: 지구의 역사는 약 46억 년이며, 생명이 탄생한 시점까지의 기간이 약 8억 년에 달한다. 짧은 시간 동안 유기물이 우연히 생명으로 결합될 확률은 극히 낮지만, 수억 년이라는 거대한 시간 동안 끊임없이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면 그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진다. 마치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낮지만, 수십억 년 동안 매주 로또를 산다면 언젠가 당첨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지구 환경의 다양성: 원시 지구는 현재보다 훨씬 역동적인 환경이었다. 화산, 심해 열수구, 운석 충돌 등 다양한 에너지원과 풍부한 화학 물질이 존재했다. 이러한 다양한 환경은 유기물이 서로 결합하여 복잡한 분자를 형성할 수 있는 여러 '실험실'을 제공했다. 특정 조건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그리고 반복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 점진적 진화: 생명은 한 번에 완전한 형태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원시 수프 가설은 [유기물 → 더 복잡한 유기 분자 → 원시 세포 → 최초의 단세포 생물] 과 같이 점진적인 단계를 거쳐 진화했다고 본다. 즉, 단백질, 핵산 같은 고분자 물질이 먼저 합성되고, 이들이 막으로 둘러싸여 원시 세포 형태를 띠게 되었으며, 그 후에 자기 복제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각각의 단계는 이전 단계의 성공을 기반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식으로 확률을 높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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