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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진화(4): 동물과 식물의 탄생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21

by 이재형

21.1. 동물의 탄생


21.1.1. 최초의 동물


최초의 동물은 약 6억 5천만 년에서 6억 2천만 년 전에 바닷속에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단세포 진핵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원시적인 생물체였다. 약 6억 5천만 년 전의 암석에서 해면동물(sponge)에 특유한 스테로이드 화합물인 24-IPC가 발견되었다. 이는 해면동물과 유사한 초기 동물이 이 시기에 이미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가장 오래된 직접적인 증거이다. 약 6억 2천만 년 전으로 추산되는 중국에서 발견된 두샨투오(Doushantuo) 화석은 동물의 배아와 유사한 구조를 보여주는데, 이는 초기 다세포 동물 배아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

해면동물
두산투오

최초의 동물은 현재의 해면동물과 유사한 단순한 구조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면동물은 뼈나 근육, 신경계와 같은 복잡한 기관이 없으며, 여러 종류의 세포가 모여 단순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이들이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과도기적 형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약 5억 7천만 년 전에는 에디아카라기 생물군이 출현하며 다양한 형태의 다세포 동물들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부드럽고 납작한 몸체를 가졌으며, 대부분 해저에 고착하여 살았다. 이들 중 일부는 오늘날의 동물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동물의 진화 역사에서 중요한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에디아카라기 생물군


21.1.2. 최초의 척추동물


최초의 척추동물은 약 5억 2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시대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류와 유사한 생물체였다. 이들은 뼈로 이루어진 척추나 턱이 없었으며, 오늘날의 척추동물과는 매우 다른 원시적인 형태를 가졌다. 주요 화석 증거로는 먼저 피카이아(Pikaia)를 들 수 있다. 캐나다의 버제스 셰일에서 발견된 화석으로, 약 5억 500만 년 전에 살았던 생물이다. 길쭉하고 얇은 몸을 가졌으며, 등 쪽을 따라 길게 뻗은 척삭(notochord)을 가지고 있었다. 척삭은 척추동물의 척추가 진화하기 전의 원시적인 등뼈 역할을 하는 구조이다.

피카이아

하인안동물(Haikouichthys)은 중국 윈난성에서 발견된 약 5억 2천만 년 전의 화석인데, 피카이아보다 더 진화된 형태로, 원시적인 척추와 아가미를 가지고 있어 최초의 척추동물로 여겨진다.


최초의 척추동물은 척추는 없었지만, 척추의 원형인 척삭을 가졌다. 척삭은 몸의 지지대 역할을 하여 근육이 효율적으로 수축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 이들은 먹이를 잡아먹기 위한 턱이 없었고, 대신 입을 통해 먹이를 빨아들였다. 초기 척추동물 중 일부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비늘이나 갑옷 형태의 외피를 발달시켰다. 이처럼 최초의 척추동물은 단순한 어류의 형태로 시작하여, 이후 턱과 지느러미를 발달시키고, 육지로 진출하는 등 복잡한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척추동물로 분화되었다.

하이안동물
척삭동물


21.1.3 척추동물의 육지 상륙


척추동물의 육지 상륙은 약 3억 6천만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척추동물이 육지로 올라오기 전, 약 4억 7천만 년 전부터 이미 식물과 절지동물이 육지에 정착하여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육상에는 먹이가 풍부하고 경쟁자가 적었으므로, 어류 중 일부가 육지로 진출하는 진화적 압력을 받게 되었다.

척추동물의 육지 상륙

과학자들은 어류 중 ‘사지어류’(lobe-finned fish, 四肢魚類)가 척추동물 육상 상륙의 조상이라고 추정한다. 이들은 튼튼한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지느러미는 얕은 물이나 육지에서 몸을 지탱하는 데 유리했다. 육상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지느러미는 점차 뼈와 근육이 발달하여 팔다리 모양으로 변했다.


틱타알릭(Tiktaalik)은 약 3억 7천5백만 년 전의 화석으로, 물고기와 양서류의 중간 형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다. 틱타알릭은 물고기처럼 아가미와 비늘을 가졌지만, 양서류처럼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어 있었고, 팔다리의 뼈 구조와 유사한 튼튼한 지느러미를 가졌다.

사지어류
틱타알릭

육상으로 올라온 초기 척추동물은 여러 신체적 변화를 겪었다. 먼저 폐가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물속에서는 아가미를 통해 호흡했지만, 육상에서는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하기 위해 폐가 발달하였다. 그리고 튼튼한 팔다리와 척추를 갖게 되었다. 물의 부력 없이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척추가 더 튼튼해졌고, 지느러미가 팔다리로 진화하여 몸을 지지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또 건조한 육지 환경에서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피부가 두꺼워지고 끈적끈적한 점액질을 분비하게 되었다.


이러한 진화적 변화를 통해 어류는 양서류로 진화하였고, 이 양서류는 이후 파충류, 포유류, 조류로 이어지는 육상 척추동물 진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육지에[ 올라온 척추동물


21.2. 식물의 탄생


21.2.1. 최초의 식물


식물은 동물에 비해 훨씬 늦게 나타났다. 식물은 바다에서 먼저 생겨난 후, 진화하여 육지로 진출하였다. 식물의 직접적인 조상은 바닷속에 살던 녹조류이다. 녹조류는 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또는 간단한 다세포 생물이었다. 이들은 약 10억 년 전부터 지구의 바다에 서식하며, 오늘날의 식물과 유사한 유전적 특징을 공유한다.

광합성

약 4억 7천만 년 전, 일부 녹조류가 바다에서 벗어나 육지로 진출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식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육지는 바다와 달리 건조하고 중력이 강했기 때문에, 이들은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을 발달시켜야 했다. 물의 부력 없이 중력에 저항하기 위해 몸을 지탱하는 줄기와 땅에 고정하는 뿌리, 그리고 광합성을 위한 잎이 분화되었다. 그리고 몸의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잎과 줄기를 덮는 왁스층인 큐티클이 발달하였다.


이러한 진화적 변화를 통해 최초의 육상 식물인 이끼류가 탄생하였고, 이후 양치식물, 겉씨식물, 속씨식물 등으로 진화하며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21.2.2. 양치식물


양치식물은 약 4억 년 전에 물관과 체관 같은 관다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최초의 육상 식물로 탄생하였다. 이들은 이끼류와 같은 선태식물로부터 진화하였고, 땅에서 더 크고 복잡한 몸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


양치식물은 물과 양분을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관다발을 발달시켰다. 이로 인해 몸을 더 단단하게 지지할 수 있게 되었고, 이끼류처럼 키가 작고 땅에 붙어 살아야 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더 크고 복잡한 몸체, 즉 진정한 의미의 뿌리, 줄기, 잎을 가지게 되었다.


양치식물은 씨앗을 만들지 않고 포자로 번식한다. 포자는 바람에 의해 퍼지고, 물이 있는 환경에서 발아하여 배우체를 형성한다. 이 때문에 양치식물은 주로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특징을 가진다. 양치식물은 약 3억 년 전 석탄기 시대에 거대한 숲을 이루며 번성하였다. 이 시대에 형성된 양치식물들의 유해가 오늘날의 석탄층을 이루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양치식물의 숲


21.2.3 겉씨식물과 속씨식물


겉씨식물은 약 3억 6천만 년 전에, 속씨식물은 약 1억 4천만 년 전에 각각 탄생하여 지구의 식생을 바꾸어 놓았다.


겉씨식물(Gymnosperms)은 씨앗이 씨방에 싸여 있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 있는 식물이다. 이들은 양치식물이 번성했던 석탄기 이후의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며 탄생하였다. 겉씨식물은 양치식물로부터 진화하여 씨앗을 발달시켰다. 씨앗은 건조한 환경에서도 발아할 수 있도록 하여, 물이 없으면 번식할 수 없었던 양치식물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주었다.


겉씨식물은 약 2억 5천만 년 전 중생대 시기에 크게 번성하였다. 당시 지구는 건조하고 기온 변화가 심하여, 튼튼한 줄기와 씨앗을 가진 겉씨식물이 생존에 유리하였다. 소나무, 은행나무, 잣나무와 같은 침엽수들이 여기에 속한다.

선태식물

속씨식물(Angiosperms)은 씨앗이 씨방에 둘러싸여 있는 식물로, 꽃과 열매를 만든다. 이들은 겉씨식물이 번성하던 중생대 말기에 나타나 신생대에 이르러 지구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속씨식물은 겉씨식물로부터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등장은 식물 진화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이다.


속씨식물은 꽃과 열매를 발달시켜 곤충이나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효과적으로 번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곤충을 유혹하여 꽃가루를 옮기고, 열매로 동물을 유인하여 씨앗을 퍼뜨렸다. 또한, 잎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관다발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발달하여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은 각각의 독특한 번식 전략을 통해 지구의 식생을 변화시켰으며, 특히 속씨식물은 오늘날 지구상에 가장 흔하게 분포하는 식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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