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2)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03)
오늘은 중국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첫 도착지는 산동성의 성도(省都)인 제남이다. 인천공항에서는 제남으로 가는 비행 편이 있지만, 나는 가까운 청주 공항에서 칭다오로 가서 그곳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제남으로 가기로 했다. 청주에서 칭다오로 가는 항공료는 7만 원 남짓할 정도로 아주 싸다.
비행기는 오전 8시 반 출발이다. 세종에서 버스로 청주공항까지 가는 데는 꼭 1시간 반이 걸리는데, 첫 버스는 오전 6시에 있다. 그러므로 버스는 이용할 수 없어 택시로 갈 수밖에 없다. 아침 5시 반에 나와 택시를 타고 청주공항에 도착하니 6시 반이 채 못되었다. 항공사 창구에는 긴 줄이 서있다. 그렇지만 체크인은 빨리 진행되어 10분 만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탑승구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 웬만하면 청주공항을 이용하려고 한다. 인천공항에 비해 이용객이 적기 때문에 출국 절차가 아주 빨리 이루어진다. 거기다가 공항직원은 물론 출입국 관리직원들까지 아주 친절하다. 난 틈만 있으면 청주공항을 칭찬한다. 벌써 청주공항을 이용한 경험이 10번도 넘는 것 같다.
한 시간 남짓 걸려 칭다오 공항에 도착하였다. 칭다오에는 10년 전쯤 친구들과 식도락 여행을 온 적이 있었다. 중국에 오래 살았던 친구의 안내로 정말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셨다. 그때 우리를 끌고 다녔던 친구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칭다오 공항이 가까워지니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칭다오 공항에서 제남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직통 고속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대여섯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다음은 기차로 가는 방법인데, 보통 칭다오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칭다오 시내로 가서 고속철로 이동하게 되는데, 얼마 전부터 칭다오 공항에서 제남 직통의 고속열차가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편수는 많지 않다. 초행길에 지하철로 가서 고속철로 갈아탄다는 것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먼저 12306 열차앱을 통해 기차 시간표를 검색해 보았다. 약 2시간 뒤에 공항에서 제남으로 직통하는 고속철이 있어 바로 예약하였다. 두 시간의 여유가 있으므로 입국 절차에 아무리 시간이 걸린 들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입국심사대로 가니 긴 줄이 서있다. 입국 카드를 써서 제출해야 하는데, 글씨가 얼마나 작은지 잘 보이지 않는다. 옆에 있는 공항직원에게 물어가면서 겨우 카드를 작성하였다. 입국심사대에는 긴 줄이 서있다. 심사대도 대여섯 개 가까이 열려있는데,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30분이 지났으나 줄은 반도 줄지 않았다. 슬슬 초조해진다. 기다린 끝에 거의 1시간 반이 걸려 겨우 입국장을 통과하였다.
캐리어를 찾아야 하는데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수하물 수취지역에는 4대의 수취대가 있는데,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찾아도 도통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별 수 없이 넓은 수취장을 뛰어다니며 우리 짐이 어디서 나오는지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컨베이어 벨트가 다 돌아가도 우리 짐은 보이지 않는다. 물어보려고 해도 직원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침 청소원이 보이길래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았더니 한쪽을 가리킨다. 그곳으로 가니 우리 캐리어는 이미 일찍 나와 있어서 찾아가지 않는 짐으로 따로 보관되어 있었다.
황급히 짐을 찾아 입국장을 통과해 나왔다. 열차 시간은 이제 20분 정도 남았다. 예약한 열차를 취소하고 다음 열차를 예약할 수도 있지만, 다음 열차는 거의 4시간 뒤에 있다. 이미 사전정보를 통해 열차가 지하 교통센터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하의 교통센터로 가니 지하철역, 기차역, 버스역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어 무지하게 넓다. 어느 곳에서 기차를 타는지 알 수가 없다. 직원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우리가 타야 하는 개찰구를 찾아왔다. 이젠 겨우 5분 남짓 남았다.
중국에서는 열차 개찰을 하면서 반드시 짐에 대한 보안검사를 한다. 캐리어가 검사대를 통과해 나왔는데, 직원이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한다. 무슨 문제냐고 물어도 그쪽은 영어가 불통이니 대화가 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통역기를 꺼내 그 직원에게 갖다 대었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통역기 사용도 제대로 안된다. 직원의 말은 캐리어 안에 칼이 있다고 하면서, 반입금지 물품이라고 한다. 과일을 깎아 먹기 위해 가져온 칼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 캐리어를 풀어 얼른 과도를 찾았다. 작은 칼이었지만 다행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꺼낸 과도를 보안직원에게 던져주고 황급히 서있는 열차를 향해 서둘렀다. 열차는 또 개찰구에서 얼마나 먼 곳에 서있는지 숨이 헐떡이도록 빠른 걸음으로 재촉했다. 겨우 열차에 올라 한숨을 쉬니 이내 열차는 출발한다. 열차에 오른 지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제남까지는 약 300킬로, 요금은 28,000원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 수준인 것 같다. 이곳 고속열차에는 2등석, 1등석, 비즈니스석의 3단계의 좌석이 있다. 1등석 요금은 2등석의 약 1.5배, 비즈니스석은 약 3배 정도인 것 같다. 중국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 국가인데, 최소한 열차에 국한해서는 우리보다 훨씬 차별적이다. 우리는 2등석에 탔는데, 한 열에 2석 및 3석의 자리가 배치되어 있다.
기차는 칭다오 시를 통과해서 제남을 향해 달린다. 창밖을 보니 고층 아파트가 많이 보인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고층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또 그만큼 많은 아파트들이 건설 중이다.
자리에 앉아 한숨을 돌리나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온다. 주위 사람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바로 뒷 량에 식당차가 있어 사람들이 그곳에서 도시락을 사 먹는 것 같다. 일단 도시락을 사라 갔다.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식당차 직원이 메뉴판을 보여주지만,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사이에 내 뒤에도 몇 사람이 줄을 서 빨리 주문을 끝내라는 눈치이다. 앞에 도시락이 보이길래 그냥 그것을 달라고 했다. 돈을 계산했는데도 직원은 도시락은 주지 않고 자꾸 자리로 돌아가라고 손짓한다. 일단 자리에 돌아가 앉아 있으니, 얼마 후 직원이 따끈히 데운 도시락을 배달해 준다. 그렇다. 여긴 식당차도 배달제이다. 나처럼 식당칸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직원이 좌석 옆으로 지나갈 때 그때 주문하면 된다.
우리 KTX와 비교한다면 속도는 중국 고속철이 빠른 편이다. 우리는 대개 시속 280킬로 정도로 달리지만, 중국 고속철은 305킬로 내외로 달린다. 대신 차가 좀 가벼운 느낌으로 흔들림이 많고 승차감도 KTX에 비해서는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