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2a)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04)
열차는 출발한 지 약 2시간이 채 못 되어 제남서역에 도착하였다. 시내 중심가에 오래된 제남역이 있으나, 제남서역은 고속열차 전용역으로 새로 건설된 듯하였다. 역사는 상당히 컸다. 지도를 확인하니 호텔까지의 거리는 약 20킬로미터 정도이었다. 짐도 있는 데다 대중교통에 대한 정보도 없으므로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역 출구에서 지하의 택시 승강장까지 바로 연결되었다. 택시 승강장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으나, 그보다 더 많은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줄은 금방 줄어들었다.
택시가 지상으로 나왔다. 제남서역 근처는 신도시로 개발되는 듯하였다. 사방이 공사판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아파트 단지들이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도로 역시 공사 지역이 많았다. 신도시 지역을 지나 구도심으로 진입하였다. 제남은 엄청나게 크고 복잡한 도시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잿빛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파트나 빌딩들이 우중충한 색깔을 하고 있어서 그러하였다. 도시는 시끄럽기 짝이 없다. 교통이 복잡한 데다 운전이 난폭하며, 또 운전사는 운전을 하면서 쉴 새 없이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제남은 산둥성(山東省)의 수도이다. 그동안 제남을 공자의 고향으로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공자는 제남에서 약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취푸(曲阜)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산둥성 인구는 일본과 비슷한 1억 2천만 명이며, 제남 인구는 서울시와 같은 940만 명이다. 3개 노선의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인구에 비해서 지하철이 부족해서인지 시내 전체가 엄청 복잡한 상황이다. 예약한 호텔은 시내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다. 택시가 호텔 앞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택시 요금은 70위안(약 14,000원) 정도이므로 우리나라에 비한다면 엄청 싼 편이었다.
호텔은 전체 40층 정도의 빌딩 중 3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예약 앱에서는 엄청 좋은 빌딩으로 보였는데, 막상 보니 상당히 낡았다. 한때는 아마 제남의 랜드마크적 빌딩이었던 것 같으나 관리를 제대로 못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숙박료는 조식 포함 1박에 25,000원 정도이니, 역시 돈의 수준에 맞는 호텔인 듯하였다. 객실은 트윈룸으로 제법 널찍하였으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된 탓인지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있거나 전선이 드러나 있거나 하였다. 집사람은 상당히 불만인 눈치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예약을 하였으니 어쩔 수 없다. 이곳에서 3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짐을 풀고 한숨을 돌린 후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호텔 주위에는 조그만 식당들이 많이 있었다. 적당한 곳에 들어가 요리 두 개와 밥을 주문하였다. 요리의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도저히 둘이서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밥 또한 우리나라 공깃밥의 두 배는 되는 듯하였다. 25위안짜리 백주(白酒)를 반주로 요리를 먹었으나, 결국 다 먹지 못하고 항복!
배가 너무 불러 산책을 하고 들어가기로 하였다. 제남은 “샘의 도시”라 불릴 만큼 이름난 천(泉)이 많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표돌천(趵突泉)으로서, 중국어 발음으로는 “바오투취안”이라고 한다. 표돌천은 특히 밤이 아름답다고 하여 가기로 하였다. 택시로 표돌천 앞에 내렸으나 40위안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경로대상자는 무료일 것으로 생각되어 다음 날 오기로 하고 이곳은 포기하였다. 대신 근처에 있는 부용가(芙蓉街)로 가기로 하였다.
딥시크는 부용가가 표돌천 바로 옆에 있다고 알려주었으나, 막상 걸으니 거의 1킬로 미터가량 되는 거리이었다. 부용가는 제남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거리이자 유명한 “미식 거리”(먹자골목)이다. “부용천(芙蓉泉)”이라는 샘물이 솟아나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옛날부터 부유한 상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부용가는 폭 3~4미터 정도의 좁은 골목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전통적인 건물이 늘어서 있으며, 거리 전체가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를 풍겼다. 다양한 기념품 가게와 길거리 음식을 파는 좁은 가게들이 길 양쪽에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부용가 골목은 상당히 길어 거의 500미터 정도 되는 듯하였다. 여러 가지 싸고 맛있는 음식을 팔고 있어 맛보고 싶었으나,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그냥 눈요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였다. 즉석 콘 아이스크림이 1개에 2위안, 이렇게 싼 아이스크림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맛도 괜찮았다. 오랜만에 밤거리를 걸었더니 재미있었다.
호텔에 돌아왔다. 중국의 인터넷 보안 정책 때문에 해외 주요 웹사이트는 모두 차단되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구글, 유튜브는 물론 네이버나 카카오톡까지 모두 포기하고 있었다. 시험 삼아 유튜브를 켜보았다. 어라? 되는 것이었다. 네이버, 구글, 카카오톡, 페이스북 모두 접속이 되었다. 분명 이런 것들은 모두 차단된다고 하는데, 나는 안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통신 속도도 전혀 문제없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국 심카드(SIM Card)를 사용하면 중국의 인터넷 규제를 받지만, 데이터 로밍을 해서 오면 아무런 문제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호텔 와이파이를 켜면 바로 인터넷 규제하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