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3)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05)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곳 제남에 온 가장 큰 목적은 태산(泰山)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빗속에서 산에 갈 수는 없다. 시내 가까운 곳을 관광하기로 하였다. 제남의 관광 명소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것이 표돌천(趵突泉, 바오투추엔)이며, 다음이 천불산(千佛山)이다. 천불산은 대명호(大明湖)와 표돌천(趵突泉)과 함께 "제남 삼대 명승"으로 불린다고 한다.
천불산에는 수많은 불상이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들 불상은 수당(隋唐) 시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역사가 아주 깊다고 한다. 천불산이라는 이름에서 제남시 외곽에 숲으로 둘러싸인 산이라 생각하였는데, 거의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강남의 봉은사와 같은 느낌이었다.
택시로 천불산에 도착하였다. 입장료는 40위안이라고 하는데, 경로 우대 혜택을 받아 무료였다. 큰돈은 아니지만 기분은 좋다. 천불산은 아주 나지막한 산이었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최고봉인 미륵봉이 해발 285미터라고 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넓지 않아 보였는데, 입구를 통과하니 아주 완만한 계단길이 계속 이어졌다. 경사는 거의 없는 느낌이다.
계단길은 아주 넓었다. 길 양쪽에는 고승들의 석상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석상 앞으로 기념품 가게와 패스트푸드 점포가 늘어서 있어 석상을 가리고 있었다. 이들 가게는 비 때문에 탐방객이 없어서인지 모두 문을 닫고 있었다. 가게들이 석상을 가리고 있어 아쉬웠으나 뒤로 돌아가 석상들을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석상의 승려들 얼굴이 한족이 아니었다. 서역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도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계단길은 끝도 없이 연결되었다. 들어가다 보니 길 옆에 작은 사찰들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불상과 함께 재물신을 많이 모셔놓은 듯하였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갑자기 경사가 급해졌다. 천불산의 정상인 미륵봉에 가까워진 듯하다. 낮은 산이지만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므로 숨이 가빠왔다. 미륵봉 바로 아래 작지만 아기자기한 사찰이 보였다. 흥국선사(興國禪寺)라는 사찰로서, 천불산 불교문화의 핵심이라고 한다. 당나라 때 처음 세워졌고, 이후 여러 차례 중건된 역사가 아주 오랜 사찰이라고 한다.
흥국선사는 전형적인 중국 사원의 구조를 따르고 있어, 산문, 천왕전(天王殿), 대웅보전(大雄寶殿) 등 주요 전각을 갖추고 있었다. 아주 좁은 터에 사찰을 지었기 때문에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작지만 아주 아름다운 절이었다. 비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옆 건물 마루에서 잠시 쉬다가 내려왔다.
천불산에 올라올 때는 계단 옆 가게들이 전부 문을 닫았으나, 내려갈 때는 몇몇 가게가 문을 열었다. 특이한 것은 꼬치구이집이었다. 천불산은 전체가 사찰 경내라 할 수 있는데, 고기를 구워 파는 것이 우리 눈에는 좀 이상하게 보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남은 샘의 도시라 할 수 있는데, 중국 정부는 제남의 여러 개의 샘을 묶어 “천하제일천 풍경구”(天下第一泉風景區)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국립공원인 셈이다. 표돌천은 천하제일천 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대표적인 샘이다. 앞에서 제남은 “회색의 도시”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인상을 샘이 불식시켜 주었다.
천하제일천 역시 입장료가 40위안이었으나, 경로 우대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를 통과하니 바로 표돌천이 나왔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표돌천 주위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 정도였다. 표돌천 큰 연못 아래에서 물이 솟아나는데, 물이 너무나 맑았다. 표돌천 주위는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었고, 연못을 감싸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연못과 건물, 그리고 수양버들이 어울려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아름다운 샘이었다.
표돌천을 한 바퀴 돌고 다음 샘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에서는 많이 걸을 필요도 없었다. 표돌천을 나오니 금방 다른 샘이 나타났다. 근처에는 금선천, 류누천, 반옥천 등 여러 샘이 있었는데, 많은 샘을 거쳤으나 어디가 어딘지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어느 것이나 아주 예쁜 샘들이었다.
아직까지 점심을 먹지 않아 허기가 졌다. 천하제일천 안에는 매점이 여러 개 있었으나, 대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등을 팔 뿐이고 식사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걷다 보니 공원 출입문이 나왔다. 나가서 식사를 하고 다시 구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입구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마파두부와 양꼬치를 주문하였는데, 양이 엄청 많았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나왔다. 중국에서 양꼬치 1인분은 대개 20개 정도인 듯하였다. 중국 여행 시 참고하기 바란다.
다음은 흑호천(黑虎泉)으로 간다. 흑호천은 천하제일천 구역에서 약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어중간한 거리였으나 걷기로 하였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걷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인도가 약간 경사진 곳에서 크게 미끄러져 넘어졌다. 약간 경사가 있는 매끈한 보도블록에 황색 페인트를 칠해 두었는데, 얼음보다도 더 미끄러웠다. 집사람이 크게 놀랐으나, 다행히 크게 다친 데는 없었다. 허리가 조금 아팠다.
흑호천은 좁은 천(川)으로 흘러드는 샘이었다. 폭 30미터 정도의 아름다운 개천이 계속 연결되었다. 개천 주위는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버드나무를 보기 힘든데, 중국에서는 어디든 물가에 가면 가지가 축축 늘어진 버드나무가 서 있어 풍치를 아름답게 하였다.
개천을 따라 난 산책로는 아름다운 개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흑호천 가는 길은 개천 주위의 풍경만 보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하였다. 드디어 흑호천에 도착하였다. 개천이 넓어지면서 큰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옆에 세 개의 검은 호랑이 머리가 조각되어 있으며, 호랑이 입에서 샘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흑호천을 뒤로하고 개천을 건너오니 성루가 보였다. 이 성루는 과거 제남 고성벽의 일부로서 해방각(解放閣)이라고 한다. 1948년 제남 전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 고성벽을 돌파하여 제남을 해방시킨 역사적 사건을 기리기 위해 건조되었다고 한다.
오늘 비가 오는데도 많이 걸었다. 확인해 보니 14,000보 정도였다. 내일은 태산에 가는 날이다. 힘을 비축해 두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이만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