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악유아독존(五岳唯我獨尊), 태산(泰山)에 오르다

(2025-09-24a)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07)

by 이재형

(중천문까지는 버스로)

일단 천외촌 상가에서 10위안을 주고 스틱 두 개를 사서 집사람과 하나씩 나누었다. 중천문까지 가는 친환경 버스는 상행이 35위안, 하행이 20위안이다. 평일인데다 어제 비까지 내려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관광객이 적은 편이었다. 넓은 주차장에는 버스들이 많이 주차해있는데, 운행하고 있는 버스는 1/3도 안되는 것 같다.


버스에 올랐다. 전기 버스인데 상당히 쾌적하다. 중천문까지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멀리서 볼 때는 바위산처럼 보였지만, 막상 들어와서 보니 숲이 깊다. 약 30분 정도 달린 후 버스는 우리를 중천문에 내려준다. 중천문은 해발 약 850미터 정도이다. 여기서 도보로 올라가는 사람과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뉜다. 의외로 보도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일단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가 상황을 봐서 내려올 때는 도보를 선택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사람은 물론 왕복 케이블카이다.

버스 출발점에서 보는 태산
20250924_112746.jpg
20250924_112753.jpg
중천문에서 도보로 태산을 오르는 사람들
상가건물로 가득한 중천문의 풍경


중천문의 인파


(케이블카를 타고 남천문에 도착)

케이블카는 상행 100위안, 하행 50위안이다. 관광객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케이블카도 널널하다. 8인승 케이블카에 집사람과 둘만 타고 올라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보는 태산의 줄기들도 아주 볼만했다. 케이블카가 꽤 오랫동안 올라가는 기분이다. 거의 20분가까이 지나 케이블카는 정상 근처인 남천문에 도착하였다.


남천문 일대는 아주 넓은 평탄한 지역이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마치 시장바닥같이 복잡하여 걸을 때 불편할 정도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음식점과 기념품점, 그리고 호텔 등 숙소들이 들어서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이곳까지 왔기에 배가 고프다. 식당에 들어가 물만두를 주문했다. 1인분을 주문했는데, 꽤 큰 만두가 20개나 나온다. 집사람과 둘이서 먹기에 충분했다. 값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20250924_114853.jpg
20250924_115115.jpg
남천문가는 케이블카
케이블카 풍경
남천문에서 내려다보는 태산 풍경, 저 멀리 높은 산이 보인다
남천문에서 바라보는 옥황정과 일관봉

식당가를 지나면 남천문이 나온다. 남천문을 통과하면 저 멀리 아주 넓은 돌계단이 보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올라가고 있다. 그 계단까지는 평지나 다름없지만 계단은 꽤 높고 가파르다. 그렇지만 그 계단만 지나면 바로 태산의 정상인 옥황정(玉皇頂)일 것 같다. 높은 지대에 오기 때문에 날씨가 추울 것이라 생각하고 나와 집사람 모두 두꺼운 옷을 입고 왔다. 그렇지만 날씨는 반팔 셔츠를 입을 정도로 따뜻하다. 두꺼운 옷을 입은 우리는 걷기가 더 힘든다.


집사람은 더 이상 못걷겠다면서 남천문 옆에 있는 작은 전망대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혼자 돌계단 쪽으로 걸었다. 가다가 보니 산 아래쪽으로 연결되는 돌계단이 보이고 그 계단을 통해 사람들이 걸어 올라온다. 처음부터 천외촌에서 걸으면 6시간, 중천문에서는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걸어 올라온 사람들 모두 힘든 모습이다.

20250924_115953.jpg
20250924_120441.jpg
일관봉


남천문

(갈수록 태산이네!)

넓은 돌계단으로 갔다. 경사가 꽤 심하다. 버스와 케이블카를 타고 왔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은근히 많이 걸었다. 힘이 든다. 스틱을 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돌계단을 다 오르니 옆으로 또 작은 계단이 있다. 그 계단을 오르니 도 새 계단이 나타난다. 이렇게 지그재그로 구불구불한 계단을 몇 번이아 올랐는지 모른다. 아주 탁트인 넓은 공간이 나오고 저쪽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인다.


일관봉(日觀峰)이란 봉우리로서 그곳에는 제법 큰 통신 중계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곳이 옥황봉인 것으로 알고 좀 실망했으나, 옥황봉은 내 뒤쪽 방향에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태산의 앞뒤로 펼쳐지는 경치를 모두 볼 수 있다. 천외촌 방향 저멀리에는 높은 산맥이 보인다. 높이만 따진다면 태산보다 오히려 높을 것 같은 산들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쪽으로는 그다지 높지 않은 산지가 이어지고 있다.

걸어서 남천문까지 올라온 사람들. 대단해요!!
나, 내산, 산중의 왕이야
옥황정을 가기 위해 저 계단을 넘어야
옥황정 가는 길


(태산의 정상에 서다)

이곳에서 옥황정까지는 아직도 근 100미터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계속 좁고 가파른 계단길이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조금 더 올라가니 작은 사원이 보이는데, 옥황상제의 금신상을 모신 옥황묘라고 한다. 옥황묘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오르니 얼마 가지 않아 드디어 옥황정이다. 이곳에는 태산최고석과 오악독존이라는 비석이 서있다. 사방이 모두 훤히 내려다보인다. 경치가 좋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감동적인 경치는 아니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나이가 들어 다리에 힘이 없기 때문에 내려갈 때 더욱 조심을 해야한다. 아침에 산 스틱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집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남천문 근처까지 내려오자 거의 탈진상태가 되었다. 걸으면 다리가 저절로 꺾이는 듯한 느낌이다. 중천문까지 걸어서 내려간다고? 그 계획은 일찌감치 포기.

20250924_131443.jpg
20250924_130611.jpg
관일봉

(기차대신 버스를 타고 귀환)

버스로 천외촌까지 내려와서 태안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타고 보니 현대차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택시들이 현대차이다. 얼마후 태안역에 도착했다. 기차를 예약하려고 보니 제남역까지 가는 기차는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딥시크로 확인해보니 역근처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제남역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고 한다. 터미널까지 4~5분 정도 거리라 했는데, 막상 걸으니 20분 이상 걸린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터미널을 찾아 버스를 탔다. 우리가 차에 오르자마자 버스는 출발한다. 이로서 오늘의 태산 여행은 끝.


옛날 역대 황제들은 이곳 태산에서 하늘을 향해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황제들이 여기까지 걸어서 올라올 리가 없다. 아마 큰 수십명의 사람들이 둘러멘 큰 가마를 타고 올라왔을 것이다. 그냥 빈손으로 걸어 올라오기도 힘든 산을 그 무거운 가마를 메고 올라온 일꾼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옥황정에서 내려다 본 옥황묘


태산이 높다하되


(태산이 높다하되)

천외촌 마을에서, 중천문까지 친환경 버스로, 중천문에서 남천문(1.400미터)까지 케이블카로,

중천문에서 정상인 옥황봉까지 걸어서 올랐다.


(갈수록 태산)

남천문에서 저멀리 옥황봉 가는 넓은 돌계단이 보인다. 얼른 달려가니, 구비를 돌 때 마다 나타나는 작은 돌 계단들.

갈수록 태산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

제남에서 출발하여 하루종일 태산 여행. 좋았지만 돌아오니 별 것 없다.

그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


(태산북두)

태안역으로 돌아오니 저 멀리 보이는 우뚝솟은 태산. 과연 태산북두의 모습.


(오악독존)

중원오악의 으뜸은 태산, 오악독존이라 자부한다. 오악이라 해서 다 같은 산이 아냐.

“난 니들과는 클래스가 달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