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5)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08)
오늘은 낙양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12시 기차를 예약해 두었으므로 시간은 넉넉하다. 아침식사를 하고 알리페이로 결제를 하려 하는데 ‘삑’ 소리가 나며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상해서 다시 살펴보니 주인이 결제가 되었다고 한다. 뭔가 좀 이상했지만 그런가 하고 나왔다. 어제저녁에도 대형마트에서 오늘 이동 중 먹을 빵과 과일을 사는데 알리페이 결제가 안되어 현금을 주었다.
중국 기차타는 방법이 익숙치 않으니까 여유있게 역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10시반에 호텔을 나와 택시로 제남역으로 갔다. 한 시간 이상 여유가 있다. 알리페이로 지불하려 했으나 또 안된다. 할 수 없이 현금으로 택시비를 지불했다. 먼저 역 구내로 들어가는데 신분증 검사와 짐 보안검사를 한다. 어제 태산에 갈 때 이용했던 역이라 역 내부에 익숙하다. 우리가 타야할 플랫폼을 찾아 근처의 대합실에 앉았다. 한시간 이상 남아서 그런지 좌석은 여유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개찰을 않는다. 우리가 대합실 의자에 앉아있는 동안 개찰구에는 길게 줄을 섰다. 네댓 개의 자동개찰구가 있고 승객들은 그곳을 통과한다. 열차표는 신분증이 대신한다. 줄이 자꾸 길어지길래 우리도 줄을 섰다. 줄이 거의 몇십 미터는 된다. 발차시간을 10분 정도 남기고 개찰이 시작되었다. 자동개찰구라 빠르게 입장은 되는데, 그래도 줄이 길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우리 같은 외국인은 자동개찰이 안되고, 역 직원이 신분증을 확인하여야 한다. 그래서 또 시간이 걸린다.
겨우 개찰을 마치고 들어가니 플랫폼까지 거리가 꽤 된다. 플랫폼에 도착했지만 열차가 매우 길어 우리가 타야 할 객차까지 찾아가는데 또 시간이 걸린다. 기차를 놓칠세라 허겁지겁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겨우 차에 오르니 한숨이 놓인다. 기차를 탄지 1분이 조금 지났을까 기차가 출발한다. 왜 이렇게 시간을 촉박하게 개찰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서둘렀기에 망정이지 평소와 같이 느긋이 걸었다가는 처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사람 일에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라는 것이 있다. 만약에 개찰 과정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하여 조금만 시간을 지체하여도 열차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승객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철도당국이라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낙양까지는 고속철로 약 500 킬로미터 정도, 고속철 요금은 300위안 정도이다. 차창을 통해 중국의 시골풍경이 펼쳐진다. 끝없이 너른 벌판이다. 한참을 달려도 산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까마득 먼 곳의 지평선이 보인다. 이 넓은 땅은 모두 농토이다. 과거 농경사회, 중국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부를 누렸는지 이해가 간다. 이 풍요한 땅에서 나는 부를 바탕으로 찬란한 중원문화를 발전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가 개봉(開封)과 정주(鄭州)를 통과한다. 아주 큰 대도시들이다. 역주위에 들어선 고층아파트 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수없이 많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고, 또 한편에서는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정말 무시무시한 정도의 아파트 단지들이다.
두 시간이 조금 넘어 낙양용문역에 도착했다. 낙양 시내에도 역이 있지만, 낙양용문역은 고속철 역사로서 최근에 건설된 듯하였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역사에 아주 크고 시설도 좋다. 지하 택시정류장에서 쉽게 택시를 탔다. 중국에서는 어디서나 빈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낙양은 전통적으로 우리에게도 중국의 아주 크고 번화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 우리에게 낙양이라면 큰 도시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낙양은 중국의 13개 왕조의 수도로서, 통칭 “13조 고도”(十三朝古都)라 일컬어진다. 낙양을 수도로 삼은 통일 왕조 혹은 중앙 왕조만 하더라도 동주(東周,), 동한(東漢,), 위(曹魏), 서진(西晉), 북위(北魏), 수(隋,) 등이 있으며, 당나라도 기본적으로 장안(서안)을 수도로 삼았지만, 낙양을 '동도(東都)' 또는 '신도(神都)'로 삼아 제2의 수도로 중시했다고 한다. 특히 측천무후 집권기에는 낙양을 사실상의 수도로 삼아 정치적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낙양을 상당히 고풍스러운 도시로 상상했다. 그러나 지금의 낙양은 나의 상상과는 달랐다. 아주 모던한 도시였다. 낙양용문역에서 시내로 향하는 도로는 새로 건설된 듯 아주 넓었고, 도로 중앙과 양쪽은 가로수들이 보기 좋게 서있었다. 그리고 도로 주변은 아주 두터운 도시숲이 형성되어 있었다. 도로는 깨끗했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저 멀리 드문드문 현대식 고층아파트들이 보인다.
호텔에 도착했다. 알리페이로 택시비를 지불하려 했는데 알리페이가 안된다. 삑 소리가 나기에 기사는 결재가 되었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니 안되었다. 할 수 없이 현금으로 지불하였다. 호텔이 위치한 곳은 신도시인 듯했다. 바로 옆에 수당대운하국가공원(隨唐大運河國家公園)이 위치하고 있었고, 새로 들어선 듯한 고층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하였다. 호텔은 대로변에 위치한 모던한 빌딩의 10개 층 정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번 호텔은 1박에 27,000원 정도이다. 집사람은 제남의 25,000원짜리 호텔에 아주 실망을 하였기에 이번에도 걱정이다. 나도 조금 걱정이 된다.
그런데 예상외로 호텔은 아주 좋았다. 깨끗한 트윈룸에 면적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체크인을 하면서 리셉션 옆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방이 600위안(12만 원) 정도라고 나와있다. 어떻게 이렇게 싼 가격으로 가능한지 이상할 정도이다. 룸은 14층이다. 창문에서는 옆에 있는 수당대운하공원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주 넓고 숲이 풍성한 공원이다.
알리페이가 이상하다. 딥시크에게 알리페이가 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딥시크가 몇 가지 가능성을 알려준다. 외국인은 크래딧 카드와 연동되어 알리페이가 작동한다. 알고 보니 크래딧카드가 정지되었다. 이상하다. 카드가 정지될 이유가 없다. 스마트폰의 카드앱을 열어보니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알리페이에서 카드를 정지시킨 것 같다. 딥시크에게 물어보니 카드를 다시 연동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꽤 복잡한 절차이다. 겨우 절차를 따라 머그사진까지 첨부한 끝에 재연동 신청을 하였다. 2시간 뒤에 심사결과를 통보해 주겠다는 메시지가 뜬다.
잠시 휴식을 가진 다음 산책 겸 저녁을 먹으로 나갔다. 신도시의 아파트에 딸린 상가라 화려한 조명 속에 카페,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일산의 라페스타나 웨스턴돔과 같은 분위기이다. 그런데 손님은 거의 없다. 중국까지 와서 프랜차이즈 음식을 먹을 이유는 없다. 마침 사천식 국숫집이 눈에 띄어 들어가 먹었다.
지금 머무는 호텔에는 식당이 없다. 아침을 먹기가 번거롭다. 마침 호텔 바로 옆 지하에 대형마트가 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와 유사하다. 아침과 군것질 거리로 빵과 과일을 사기로 했다. 아주 반가운 과일이 보인다. 바로 대추이다. 나는 대추를 아주 좋아하는데 최근 몇 년간은 거의 못 먹었다.
이전에 파주에 있는 농장에 대추나무를 여남은 그루를 심었는데, 가을이 되면 정말 달걀만 한 대추를 몇 상자씩이나 땄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벌레가 생기고 또 나무가 나이가 들어 그런지 대투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새 나무를 심었는데, 나무가 어려 아직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시장에 가서 대추를 사려면 조그만 팩에 몇 개 들어가 있지도 않은데, 만원씩이나 달라고 한다. 이전에 몇 상자씩이나 두고 마음껏 먹던 대추를 그런 돈을 주고 살 마음이 전혀 나지 않아 그동안 대추를 못 먹은 것이었다.
큼직한 비닐 주머니에 대추를 가득 담고, 사과 4, 배 4개와 빵과 우유를 샀는데 만원이 안된다. 나오면서 알리페이로 계산을 하려는데 여전히 안된다. 또 현금으로 계산을 했다. 왜 그런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중국은 어떠 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시장경제적이다..
우리는 KTX의 경우 특실은 일반석에 비해 30% 정도 비싸다. 그런데 중국 고속철은 1등석은 2등석의 1.5배, 비즈니스석은 2등석의 3배 정도이다. 그리고 같은 고속철이라도 시간대별로 요금이 다르다. 2등석 기준 많게는 30%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명승지 입장료가 엄청 비싸다. 우리는 국립공원의 경우 무료이며, 웬만한 명승지를 가더라도 5,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중극은 보통 만원, 조금 이름이 알려졌다 하면 2~3만 원이다. 중국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꽤 큰돈일 텐데, 그래도 명승지는 미어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