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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ㆍ당의 문화를 품은 낙양 박물관

(2025-09-26)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09)

by 이재형

(현대적인 스타일의 낙양 박물관)

오전에 낙양박물관으로 갔다. 앞에서 말했듯이 낙양은 기원전의 동주에서 시작하여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게다가 이곳엔 30만 년 전에 이미 인간이 정착하였다고 하니, 정말 긴 역사를 가진 땅이다.


낙양박물관은 아주 현대적 스타일의 건물이다. 이곳엔 7~8000년 전의 신석기시대 유물에서부터 상, 주 등 중국 상고시대 국가, 한, 수, 당, 위, 송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 위치한 하락문명전시관((河洛文明展示館)은 이 박물관의 핵심이자 백미이다. 하수(黄河)와 낙수(洛水) 사이의 '하락(河洛)' 지역에서 펼쳐진 문명의 발전사를 전시해두고 있다. 여기에는 신석기시대부터 시작하여 하ㆍ상ㆍ주를 거쳐 수ㆍ당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도자기, 조각상 등이 화려하기 짝이 없다. 1500년이 넘은 유물들이 보존상태도 아주 좋다. 찬란한 중화문명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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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라고?)

옥에 티라고 할까, 신석기관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걸려있다.

"30만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지역에서 터전을 잡고....‘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빠져나온 것은 7만 년 전이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들의 자손이다. 30만 년 전에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 해도 그들은 현재의 인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물론 지금의 중국인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들이 정말 중국인의 조상이라면, 현재의 중국인은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며, 사람축에 끼지도 못하는 짐승이나 다름없는 동물이란 말이 된다. 스스로를 욕보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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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그런 바보 같은 사건이 있었지)

오래전 일이 생각난다. 20여 년 전 일본의 아마추어 고고학자로서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980~2000년까지 20여 년에 걸쳐 일본 각지에서 수많은 구석기 유물을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도 구석기 유물을 잘 발견하기에 그에게는 “신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전에는 일본열도에 사람이 정착한 것은 3만 년 전이라는 학설이 유력했으나, 후지무라의 발굴로 인해 그 역사는 점차 거슬러 올라가 마지막에는 기원전 70만 년에 전에 이미 인류가 정착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그의 발굴과 연구로 일본 매스컴은 열광했다. 하루가 다르게 일본의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증거를 보면서 그들은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더하였다. 마침 그때 필자는 일본에 출장을 가서 지인과 이야기하던 중, 지인이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도 상당히 흥분해 있는 듯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설사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며 따라서 현대의 일본인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70만 년 전에 일본 열도에 사람이 살았다는 말은 그 시대에 일본에 매머드가 살았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일본의 역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다.”라는 말을 해 준 적이 있었다. 낙양박물관 신석기 관에 쓰인 문구를 보고는 그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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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무라 신이치의 구석기 유물 날조사건

(낙양이 자랑하는 시인 백거이)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전시물이 있었다. 바로 백거이 자택에서 발견한 유물과 유품들이다. 백거이(白居易)는 당나라의 위대한 시인으로, 그는 젊은 시절 유람을 위해 낙양을 찾았고, 이때의 감동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백거이는 관직 생활 말년에 정치적 소외를 경험한 후, 낙양에 '노해정(履道里)'이라는 별장을 마련하고 정착했다고 한다. 낙양에서 백거이는 '취음선생(醉吟先生)'이라 자처하며, 술과 시, 자연과 친구들과의 교류를 즐기는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다. 한 시인의 자취를 박물관 내에 전시해 두는 것으로 낙양박물관의 품격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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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도기문화, 당삼채)

낙양박물관의 또 하나의 자랑은 당삼채(唐三彩) 전시관이다. 당삼채는 당나라 시대에 번성한 채유(彩釉) 도기(陶器)를 가리킨다. 당삼채는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당나라의 강력한 국력과 개방적인 문화, 화려한 미학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삼채란 '세 가지 색'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실제 당삼채 도자기에는 황색, 녹색, 백색 이외에도 갈색, 청색, 자색 등 다양한 색상을 사용한다고 한다.


당삼채 도기는 비단 그릇뿐만 아니라 인물상, 동물 등 다양한 소재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말, 낙타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고 한다. 당삼채의 장안(서안)과 동도(東都)인 낙양 주변에서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은 주로 4세기부터 12세기의 것들이다. 특히 도기는 대부분 북위, 당, 송의 것들이 많았다. 천년이상 된 유물들인데도 불구하고 보존상태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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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당삼채 작품들


(낙양 박물관, 좋았어!)

이분만 아니라 7~8000년 전의 신석기 시대의 토기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아주 좋다. 그중에서는 아직도 선명한 색채를 가진 것도 적지 않았다. 확실히 우리나라의 즐목문 토기나 무문후육토기 등과 비교할 때는 앞선 기술, 앞선 문명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물관의 첫 번째 전시장에는 서언(序言)이라는 글이 걸려있다. 이 박물관의 목적, 전시 개요 등 전반적인 박물관의 소개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마지막 전시관에는 결어(結語)가 걸려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탐방객에 대한 박물관으로부터의 당부글, 혹은 앞으로 박물관이 지향할 방향 등에 대한 포부라 할까, 소신을 적어놓은 글이다.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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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단상(2) 중국 전통의상의 노출도


중국 영화 <황후화>(원제: 滿城盡帶黃金甲)란 영화를 보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2002년 장머위((张艺谋)가 감독하고 주윤발과 공리가 주연한 이 영화는 오호십국 시대의 후당을 배경으로 황제 가족들 내의 배신과 음모, 권력 찬탈을 둘러싼 싸움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황후를 비롯한 궁정 여인들의 과감한 노출적 의상이다. 모두들 가슴이 반 이상 드러나는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고 있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영화에서 팬서비스를 위한 설정인 것으로 생각했다.


낙양박물관에는 "미인도"란 그림이 있었는데, 그림 속의 여자들은 황후화 정도는 아니지만 꽤 노출도가 있는 의상을 입고 있었다. 목과 쇄골이 완전 드러나고 가슴 윗부분이 보일라 말락 할 정도의 과감한 노출이다.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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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후화> 속의 후당의 의상

딥시크와 대화해 보니 개방적이고 미적 감각이 넘쳤던 당나라 시대에는 화려하고 노출도 높은 의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장머위가 감독의 과감한 연출력이 더하여 그런 의상이 나왔을 것이라 설명한다. 후당은 당나라 멸망 후 200년 뒤의 국가이지만, 영화의 재미를 위해 당의 의상을 도입했을 것이라 한다.


이 영화가 중국에서 큰 히트를 치고 이를 계기로 전통의상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다고 한다. 실제 당나라 시대의 여성의 전통의상은 영화에서만큼 노출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워낙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제 당나라 시대 여성들이 그렇게 노출도가 높은 의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 황후화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400885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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