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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절 백마사와 낙읍고성(洛邑古城) 테마 거리

(2025-09-26a)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10)

by 이재형

(중국 최초의 절 백마사를 찾아가다)

낙양박물관을 나와서 백마사(白馬寺)로 향했다. 아침부터 비가 뿌렸다가 개였다 하는데, 백마사에 도착하니 제법 빗줄기가 강해진다.


백마사는 중국 최초의 절로서, 후한 시대인 서기 68년에 건립되었다. 건립된 지 거의 2000년 가까이 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절이다. 중국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후, 백마사는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하는 역경(譯經) 사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백마사는 2000년 가까운 역사로 인해 “천하제일고찰”이라 불린다. 절 건물은 그동안 여러 차례 중건되어 원형이 남아있진 않지만, 석마상, 제운탑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조형물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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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려 넓은 주차장을 지나 절 입구로 갔다. 35위안의 입장료를 받는데, 여권을 제시하고 경로우대 요금을 적용받으려 했으나, 여긴 중국인에 한해서 경로우대요금이 적용된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표를 사서 입장했다. 구내로 들어가니 앞에 전동 카트가 대기하고 있다. 사찰경내 주요 지점까지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걷기 부담스러운 사람은 카트를 타면 된다. 10위안 정도의 요금으로 카트를 타고 1킬로쯤 들어갔다. 카트에서 내려 넓은 공터를 지나면 산문이 나오는데, 의외로 규모가 작다.


(백마사의 모습)

산문을 지나면 천왕전. 대불전, 대웅전. 접인전, 비로각이 차례로 나온다. 우리 사찰의 경우 지붕과 벽과 문이 갖춰진 정식의 중앙 건물은 대웅전밖에 없다. 나머지 부속 건물들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위치해 있다. 이와는 달리 백마사는 중앙 건물이 이어져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중국 사찰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인지 아니면 백마사만 특별히 그런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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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징 때문에 건물의 뒷모습이 잘 기꾸어져 있다. 우리의 시찰 건물은 앞모습은 근사하지만 뒷모습은 볼품없다. 사람들이 건물 뒤로 돌아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백마사는 주요 건물이 중앙 통로를 따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뒷모습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건물 뒤쪽에도 불상이 놓여있다.


(나는 모든 절, 모든 종파의 우두머리야!)

백마사는 중국 최초의 절이다 보니, 불교의 오든 종파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모든 종파의 우두머리란 뜻으로 "종파지수"(宗派之首)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불교 모든 종파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사찰 앞부분은 좁은 느낌이었으나, 들어갈수록 넓어진다. 작고 좁은 절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시 수십만 평은 될 것 같다.


옆쪽으로 가면 큰 태국 불교 스타일의 건물과 탑이 나온다. 상당히 큰 건물이다. 그리고 옆에는 캄보디아 스타일의 절과 미얀마 스타일의 절 등이 연이어 나온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곳은 국제 사찰 지구로서, 인도, 미얀마, 태국 등의 불교 국가들이 자국의 전통 양식으로 지은 법당을 조성한 곳으로 한다. 이는 중국 불교의 발상지로서의 상징성과 국제적인 불교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표시하는 것이라 한다. 백마사는 중국 불교의 기원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 전파의 시발점으로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의 불교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 성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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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거리를 재현한 테마 거리)

박물관을 나와 낙읍고성(洛邑古城)으로 갔다. 낙양은 전통이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까 황궁을 비롯한 전통 유적 및 거리가 많이 남아있다. 나는 낙읍고성이 전통의 고성거리라 생각하고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최근에 만든 테마거리이다. 우리나라의 “전주 한옥거리”와 비슷한 개념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낙읍고성은 무료이긴 하지만 들어갈 때 신분증을 제시하여야 한다. 간간이 비가 뿌리는데도 불구하고 거리는 화려했다. 그러나 날씨 탓인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큰길 양쪽에는 화려한 조명을 밝힌 전통 스타일의 건물들이 연이어 서있다. 건물마다 전등으로 선녀상, 모란 등 여러 상징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만 해도 나는 낙읍고성이 정말 전통 거리로 알고 왜 상업용 건물들만 있나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돌아다니는 동안 이곳이 최근에 조성된 테마 거리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규모는 전주 한옥거리보다 조금 넓은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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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漢服)은 아름다워)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뿐만 아니라 명승지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전통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많았다. 중국 전통의상은 한복(漢服, 한푸)이라고 한다. 한푸란 한나라 시대의 의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각 시대의 의상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전에 중국에 왔을 때는 전통의상을 입은 여자들을 거의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딜 가나 전통의상의 여성들이 보였다. 딥시크에게 물어보니 이것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중국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국민들 사이에 애국주의와 민족적 자긍심이 강화되었다. 이와 함께 서구문화에 대한 반감으로 자국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중국 전통 의상은 매우 아름다우며, SNS가 확산됨에 따라 한푸 스타일의 인증샷 문화가 확산됨으로써 한푸가 급속도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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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중국도 시대마다 복식이 다르다. 딥시크에게 어느 시대 의상이 인기 있는지 물었더니 명나라 복식이 가장 인기 있고, 그다음이 송과 당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본 여성들은 거의가 당나라 복식을 입고 있다. 당나라 여성 복식은 마치 날개옷 같은 느낌을 준다. 매우 엷고 투명한 하늘하늘한 겉옷은 어깨에서 양팔로 흘러내리고 있어 마치 선녀와 같은 모습이다. 특히 당의 복식은 실루엣이 길고 늘씬하여 사진을 촬영하면 아주 멋있게 보인다고 한다. 또한 당나라의 개방적이고 웅장한 문화를 배경으로 전통 의상 가운데 가장 노출도가 높은 편이고, 색상도 화려하여 현대인의 취향과도 맞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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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복(漢復)은 한복이 아냐! 그냥 한복 스타일에 불과해!)

딥시크에게 명승지에 가보니 내 눈에는 전부 당나라 스타일만 보이더라고 했더니 딥시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중국 명승지를 방문하면 하늘하늘한 '날개옷' 같은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을 아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그 옷은 정확히 말하면 당나라 스타일이 아닙니다. 이는 현대적인 미적 감각과 상업적 요구가 결합된 현대식 한푸(漢服) 또는 '한풍 스타일'의 한 종류로, 주로 사진 촬영용 대여 의상입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조차도 이를 '당나라 스타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인기 영화/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늘하늘한 소매의 화려한 의상을 입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옷들은 역사적 당나라 복식이 아니라, 현대인이 사진을 위해 디자인한 '영상의(影楼装)'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는 마치 유럽 여행지에서 관광객들이 입는 화려하고 과장된 '공주 드레스'가 실제 역사적 복식과는 거리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여기가 진짜 전통 거리네)

낙읍고성은 전통적 스타일의 건물은 많았지만 기념품 가게, 식당 등 모두 상업시설이다. 얼른 보면 화려하나 좀 걷다 보면 특별히 볼만한 것은 없다.


뒤쪽 문을 통해서 낙읍고성을 나왔다. 20세기 초 스타일의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다. 골목을 지나다보면 성루가 보이고, 이를 중심으로 작은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들어서있다. 이것이 진정한 전통거리이다. 낙읍고성보다 이 쪽이 훨씬 분위기 있고 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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