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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武聖) 관우의 묘, 관림(關林)

(2024-09-27a)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12)

by 이재형

(관우의 머리가 이곳에)

다음은 관림(關林)이다. 관림은 용문석굴에서 10킬로 정도의 거리에 있다. 관림은 관우(關羽)의 묘와 사당으로서, 낙양의 중요 명소 가운데 하나이다. 관우는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로서 중국 전역에 수많은 관우 사당이 있다. 그렇지만 관우의 실제 머리가 안장된 곳은 이곳 관림으로서, 관우의 성지(聖地) 중 하나라 한다.


그런데 관우의 무덤이라면서 왜 묘(墓, 廟)가 아닌 림(林)이라 할까? 일반적으로 성현의 사당은 묘(廟)라고 부르지만 최고의 성인의 사당이나 무덤에 대해서는 '림(林)'이라는 최고의 칭호를 사용한다고 한다. 현재 중국에서 림으로 불려지는 무덤은 두 곳, 관우의 관림과 공자의 공림 두 곳뿐이다. 관우는 무(武)의 극치로 추앙받아, 공자에 버금가는 예우로 그의 무덤을 관림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관우는 오의 여몽의 책략에 당해 죽었다. 손권은 관우를 참수한 후 책임을 위나라에 돌리기 위해 관우의 목을 베어 조조에게 보냈다. 노련한 조조는 손권의 속셈을 간파하고, 제후(諸侯)의 예법으로 관우의 머리에 목각으로 몸을 만들어 낙양(洛阳)에서 성대하게 장사 지냈다. 그곳이 바로 이곳 관림이다. 한편 관우의 몸은 손권이 당양(當陽)에서 장사 지냈으며, 그곳은 관릉(關陵)이라 한다. 또한 유비는 성도(成都)에서 관우를 기리기 위해 의묘를 세웠다. 이렇게 하여 관우의 묘는 세 곳이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이곳 관림이 최고의 성지라 한다.


(중국인의 신, 관우가 잠든 곳)

관림 주차장에서 택시를 내리자 비가 심하게 내린다. 다행히 우산을 가져와 비는 피할 수 있지만, 관광에 아주 성가시다. 관림 앞은 넓은 광장이다. 광장을 지나면 입구가 나오는데, 여기서도 입장료 40위안을 받는다.


관림도 낙양의 중요 명소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외로 규모는 크지 않다. 입구에 들어서면 그다지 넓지 않은 터에 여러 건물이 들어와 있어 좀 복잡한 느낌이다. 관림의 중심 건물로서 관우의 상이 모셔진 대전(大殿)을 중심으로 관우의 위업을 기리는 후경전, 관우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이전 등이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관우의 머리가 안장되었다는 관총(關塚)과 그 앞에 세워진 팔각정이 보인다.


관우는 죽어서 중국인들로부터 신으로 추앙받았다. 그는 충의와 신의의 화신으로서 특히 상인들과 무술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관우는 재신(財神)으로 받아들여져 재물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 그 앞에서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의리의 사나이 관우와 재신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인 것 같은데, 중국인들에게는 그 두 가지가 잘 연결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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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짜리 베이징 코야)

호텔로 돌아왔다. 집사람은 발마사지를 받고 아주 편하게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저녁을 먹으로 나왔는데, 마음에 드는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북경오리(北京燒鴨, 베이징코야) 테이크 아웃 가게가 보인다. 메뉴를 보여주는데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작은 간판에 팩에 포장된 오리고기 사진과 54위안이란 가격표가 있길래 그것을 달라로 했다. 아마 오리 반 마리 정도 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준비하는 것을 보니 제법 큰 오리 한 마리이다. 주인은 능숙한 솜씨로 오리를 잘라내어 스티로폼 팩에 담는다. 수북하게 두 팩이 나오며, 또 내장과 뼈를 별도로 포장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따로 뼈를 분리해 죽까지 끓여주려고 한다. 이것만 해도 다 먹기 힘든데, 죽은 그만두라고 했다. 겨우 11,000원에 이렇게 풍성한 북경오리를 먹을 수 있다니...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로 가서 과일과 빵을 샀다. 그리고 북경오리를 산 김에 반주로 200밀리짜리 백주 한 병을 샀다. 그래도 모두 합해 만원도 안된다. 북경오리를 안주로 백주까지 한 잔 하고 나니 기분이 아주 그만이다.


(소림사 관광 예약, 위챗 설치는 덤으로!)

내일은 소림사(少林寺)에 갈 예정이다. 그런데 소림사로 갈 교통편을 잘 모르겠다. 딥시크에게 물어보니 낙양역 근처의 버스 터미널에 가면 직통버스가 있다고 하는데, 딥시크의 이런 대답은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믿고 무턱대고 갔다가는 차가 없어 낭패를 볼 수 있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래더니 호텔 직원은 직통버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여행사 팸플릿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소림사 여행상품이 소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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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관광버스로 갈 경우 1인당 약 200위안이라고 한다. 소림사 입장료만 80위안이므로 괜찮은 상품이다. 이 상품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종의 단체관광이므로 가이드와 소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국의 카카오톡이라 할 수 있는 위챗을 깔아야 한다. 내 핸드폰에 위챗 앱을 깔기는 했지만 본인인증 등의 문제로 인해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이 기회에 위챗도 활성화시킬 겸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생각보다 활성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일단 위챗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미 위챗에 가입한 사람의 승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호텔 직원이 승인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는다. 위챗이 안되면 단체관광 참가도 불가능하다. 두 명의 호텔 여직원과 함께 근 한 시간을 씨름한 끝에 겨우 위챗을 활성화 시켰다. 이 덕택에 이후의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중국 자유여행은 정말 쉽지 않다. 대금을 치르고 나니 내일 아침 7시에 호텔로 픽업하러 오겠다고 한다.


▪ 중국 단상(4): 중국의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


이번 중국여행에 결정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중국 인공지능 딥시크이다. 곤란을 겪을 때마다 딥시크의 도움을 받는다.


알리페이의 시용에 좀 익숙해지나 했더니 며칠 전부터 갑자기 알리페이가 안된다. 지불버튼을 누르면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며 결제가 안된다. 낭패다. 일상적인 거래는 그렇다고 하지만, 열차를 비롯하여 명승지 등 예악을 할 수 없다. 영문을 알 수 없다. 카드 확인을 해보니 사용한도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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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에게 물어보았다. 4가지 가능성을 알려준다. 그중 둘은 확인해 보니 문제가 없고, 남은 가능성은 알리페이에서 지급을 정지시켰거나, 비지카드에서 지급을 정지한 경우이다. 먼저 알리카드 정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동카드를 제거했다가 다시 연동시켜 보라고 한다. 제거방법, 재연동방법까지 절차를 소상히 알려준다.


알려주는 대로 카드를 제거하고 다시 연동시켜 보았다. 알리페이에서 거부한다. 의심 카드라고 하면서 다시 인증을 받으라고 한다. 카드정보, 여권정보, 여권을 든 머그샷까지 올리니 다시 심사를 하겠다고 하며, 결과는 2시간 뒤에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안된다.


다시 딥시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집사람 카드를 연동시켜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딥시크는 그러면 큰일 난다고 한다. 금융범죄자 취급을 받아 자칫하면 모든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고 한다. 본인이 가진 다른 새 카드를 연동시켜 보라고 한다. 세종시 교통카드를 연결시켜 보니 연동이 된다.


딥시크가 없었으면 도저히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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