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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길 낭떠러지 숭산 소실봉 삼황채(三皇寨)

(2025-09-28)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14)

by 이재형

(가이드가 어디로 갔나?)

가이드를 따라다니려니 아주 신경이 쓰여 제대로 관람을 할 수 없다. 항상 가이드가 어디 가있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 가이드는 여행 팀원 모두에게 무선 이어폰을 나누어주고 그걸로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무용지물이라 아예 받지도 않았다. 버스 귀환시간에 맞추어 승차장소에 가면 되겠지만, 삼황채로 가는 케이블카 요금을 가이드에게 이미 지불하였으므로, 최소한 삼황채에 갈 때까지는 가이드와 행동을 같이 하여야 한다.


소림사 본원 경내를 관람하는 동안 가이드를 잃어버렸다. 사람이 워낙 많아 복잡하기도 했고, 또 우리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어 독자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소림사를 모두 돌아본 후 문 밖으로 나왔다. 가이드와 우리 일행은 아직 나온 것 같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거의 30분 가까이 기다린 것 같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갔나 생각하고, 다음 장소로 가기로 했다. 소림사 본원을 나와 300~400미터 정도 경내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탑림이 나온다.


(스님의 공덕의 계급표 탑림)

탑림(塔林)은 소림사의 역대 고승들과 주지 스님들의 사리탑이나 기념탑이 모여 있는 곳이다. 소림사의 1,500년에 가까운 역사와 선종 문화가 응집된 장소로, "살아있는 중국 불교 건축 박물관"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여기에는 당, 송, 금, 원, 명, 청 등 여러 왕조에서 건립된 240여 기의 석탑과 전탑이 있다. 탑은 대부분 1층에서 7층 사이이며, 스님의 공덕과 지위가 높을수록 층수가 많고 크기가 크다고 한다. 7층을 넘는 탑은 극히 드물단다.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에는 탑립은 그냥 크고 작은 탑들의 군집이다. 많은 탑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전체 불교 사원의 탑림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수량이 많으며 시대적 스팩트럼이 가장 넓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탑림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삼황채로 가는 케이블카 승강장이 나온다. 삼황채까지 도보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케이블카를 이용한다고 한다.


(천애절벽 삼황채(三皇寨))

먼저 숭산(嵩山) 삼황채(三皇寨)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무협소설을 좀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소림사가 위치한 숭산(嵩山)이 이주 익숙할 것이다. 숭산은 중원오악(中原五岳) 중 중악(中岳)에 해당하는 산으로서, 주봉인 소실봉(少室峰)은 높이가 1,512미터이다. 중산은 태실봉과 소실봉 두 개의 봉으로 나뉘는데, 주봉인 소실봉에 삼황채가 있다. 대구에 있는 우리 집안의 선산이 "속실산"이므로, 나는 이름이 비슷한 이 소실봉을 기억 않으래야 않을 수 없다. 소림사는 이 소실봉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삼황채(三皇寨)는 소실봉 서쪽에 위치한 절벽이다. '삼황'은 중국 신화시대의 복희(伏羲), 신농(神農), 수인(燧人)을 의미한다고 한다. "소실봉에 가지 않으면 숭산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것이고, 삼황채에 가지 않으면 소실봉의 정수를 보지 못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절경으로 유명하다. 이 문구는 삼황채 입구에 쓰여있다. 현재는 소실봉 절벽길을 따라 현수교와 잔도가 설치되어 있어 관광객들은 쉽게 숭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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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언제 오나?)

삼황채 케이블카 승차장 입구에 갔으나 가이드와 여행팀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이 케이블카를 타려면 티켓을 끊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미 가이드에게 돈을 지불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핸드폰 배터리가 아웃되어 핸드폰이 꺼져 버렸다. 보조 배터리를 가져왔는데 연결 잭을 잊고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 그러자 직원은 공용 보조배터리를 연결해 준다. 알고 보니 중국에는 어떤 관광지에 가더라도 곳곳에 공용 보조패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직원이 가이드와 겨우 연결하여 통화를 하더니 여기서 기다리라고 한다. 한참 뒤에 가이드와 여행팀이 이곳에 도착했다.


(만고기연(萬古奇緣)을 만날 것 같은 삼황채의 절경)

여전히 비가 그치지 않는다. 빗속에 케이블카를 타고 삼황채에 올랐다. 비 때문인지 관광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산 위 케이블카 종점에 내리니 공기가 차다. 집사람은 걷기가 힘들다면서 그냥 종점에서 기다리겠으니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삼황채 가는 길은 숲 속으로 난 데크길로서, 걷기가 편했다. 20분쯤 걸었을까, 갑자기 숲이 없어지고 탁 트인 하늘이 보인다. 저 건너 쪽에 절벽이 보이고, 그 절벽 옆에는 잔도가 설치되어 있다. 절벽 아래쪽은 끝없는 낭떠러지이고 저 멀리 아득히 산 아래 경치가 펼쳐진다. 정말 최고의 경치이다. 잔도에 올랐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잔도를 걷노라면 이런 절경이 다시없다. 이번 중국 여행에서 지금껏 방문한 명소 중 최고다.

잔도는 크게 높낮이가 없다. 대체로 평탄한 길이 계속된다. 잔도의 끝부분에 현수교가 있는 것 같다. 현수교를 향해 걷다가도 케이블카 종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집사람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잔도에서 걷다가 사진을 찍다가 하다 보니 그렇게 빠르게 갈 수가 없다. 잔도에 오른 지 30분쯤 지났으나 아직 현수교에 이르지 못했으나, 돌아가기로 했다. 아니다 다른까, 그때 전화벨이 울리면서 집사람이 언제 돌아올 거냐며 성화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뒤돌아 나왔다.


중국 무협소설을 읽어보면 절세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먼저 절벽에서 떨어져야 한다. 그러면 그곳에는 반드시 동굴이 기다리고 있고, 주인공은 그곳에서 은둔 기인을 만나거나 만고 영약을 발견하여 초절정 고수로 다시 태어난다. 까마득한 삼황채 절벽을 보노라면, 정말 아래에는 만년기연을 만날 수 있는 동굴이 기다리고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천당명당 좋다지만 비 맞으며 보긴 싫다)

오수 4시 반에 하차한 곳에서 버스를 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으므로 좀 일찍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돌아갈 시간이 되니 주위가 상당히 복잡하다. 가이드와 연락도 쉽지 않다. 버스를 찾느냐고 우왕좌왕 서두르는 통에 안경을 잃어버렸다. 가뜩이나 작은 글씨를 보기 힘든데, 앞으로의 여행이 꽤 어렵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 운전자에게 부탁하여 낙양시내 최고 명소인 천당명당(天堂明堂)에 내렸다. 이곳에는 당나라 시대의 황궁인 '수당 낙양성 국가유적공원' 내부에 복원된 두 개의 상징적인 건축물 천당(天堂)과 명당(明堂)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인 측천무후(則天武后) 시대에 건설된 건물로서, 그녀의 황권과 불교 신앙을 상징하는 핵심 공간이었다고 한다. 당나라의 강대한 국력과 황제의 위엄을 상징하는 거대하고 화려한 건축물이었는데, 최근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입장하려 했으나 여긴 경노 무료입장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최소 입장료가 120위안인 데다가 건축물마다 또 별도의 요금이 붙는다. 모두 관람이 가능한 통합요금은 거의 300위안에 가깝다. 잠시 망설였다. 그런데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비는 더욱 심하게 내리고 있다. 게다가 하루 종일 걸어 온몸은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었다. 들어가 봐야 제대로 관람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입장을 포기하였다.


▪ 중국단상(6): 택시요금


은퇴를 한 후 택시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일 년에 거의 몇 번 셀 수 있는 정도로 이용하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 택시요금에 대해서는 감이 없다. 가끔 택시를 타는 경우 생각보다 요금이 많이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중국에 와서 시내교통은 완전히 택시에 의존한다. 대중교통 체험도 하고 싶지만, 버스 노선이 워낙 복잡하고, 요금계산 방법도 신경 쓰이고, 말도 통하지 않아 그만두었다.


그런데 이곳엔 택시가 참 편하다. 어딜 가나 빈 택시가 넘친다. 차량 공유서비스인 디디출행 앱을 깔았지만 이용할 일이 전혀 없다. 어디서나 손만 들면 택시가 바로 선다. 복잡한 여행지나 관광지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빈 택시들이 길게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택시 요금이 이주 싸다. 느낌상으로 우리나라의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어제 호텔에서 24킬로 떨어진 용문석굴까지 갔으나, 택시 요금은 불과 7,200원. 그러니 택시를 타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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