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9)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15)
오늘은 난주(蘭州), 즉 란저우로 이동한다. 란저우에 들리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둔황(燉煌, 둔황)인데, 워낙 멀어 아무리 고속열차라도 그곳까지 한 번에 가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에 시안이나 란저우에서 한번 쉬어야 하는데, 중국을 떠날 때 시안 공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란저우를 중간 거점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란저우는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이 되는 도시이다. 실크로드의 시작점인 시안에서 출발한 상단들은 란저우에서 본격적인 사막 지대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란저우는 옛날부터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으로서 중요시되었던 도시였다고 한다. 그래서 란저우에는 실크로드 관련 유적ㆍ유물이 많다고 한다. 란저우에 간 김에 3박을 하면서 관광을 한 후 둔황으로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중국은 10월 1일부터 국경절 연휴에 들어가 중추절까지 사람의 이동이 폭증한다고 한다. 그 때문에 란저우에서 둔황까지 가는 기차 편이 거의 매진되다시피 하였다. 당초 10월 2일 둔황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표를 못 구해 하루 더 머물기로 하였다.
예약한 열차는 낙양용문역에서 10시 54분에 출발한다. 시간 여유를 갖기 위해 9시 반 호텔을 나왔다. 그런데 평소에 그 많던 택시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호텔이 위치한 곳은 넓은 네거리 근처였는데, 아직 아침시간이라 교통순경 두 명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택시가 없는 상황에서 간혹 빈택시가 보이더라도 차를 세울 듯하다가는 그냥 가버린다. 아마 이곳은 정차금지 구역인 듯하다. 그런데 교통순경까지 있으니 택시가 서지 않는 것 같다. 시간은 자꾸 지나고 초조해진다. 이럴 땐 정공법이 최고다. 교통순경에게 택시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교통순경은 길 가운데로 가서 반대편 차선의 택시를 유턴시켜 우리를 태우도록 해준다.
낙양용문역에서 기차를 탔다. 이번에도 기차 출발 10분을 앞두고 개찰을 시작한다. 서둘러서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완전 만석이다. 란저우까지는 약 1,000킬로의 길이다.
중국 고속철 열차를 타면 젓번째 받는 느낌이 우리 KTX에 비해 승무원 수가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열차 출발 후 젊은 남자 승무원이 카트에 물건을 잔뜩 싣고 들어오더니 팔기 시작한다, 먹을 것인지 기념품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주 고급스러운 상자에 든 것이다. 그는 단순히 물건만 가지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나라 지하철 잡상인처럼 얼마나 좋은 상품인지 열변을 토하며 광고한다.
수시로 승무원들이 큰 비닐 주머니를 들고 지나간다. 쓰레기 수거 담당이다. 중국 승객들은 우리보다 차 안에서 훨씬 많이 먹는다. 그래서 쓰레기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수시로 수거해 가는 것이다.
조금 있으니 이번에는 젊은 여승무원이 비닐봉지에 든 과자를 판다. 이번에도 역시 얼마나 맛있는 과자인지 설명하고 시식까지 권한다. 중국 열차에는 대개 식당차가 붙어있다. 도시락을 추문하니 좌석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고는 자리로 돌아가라고 한다. 조금 있다가 자리로 도시락이 배달된다. 우리보단 훨씬 인간적 남새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다.
기차가 낙양을 출발한 이후 창밖에는 역시 끝없는 평야가 펼쳐진다. 정말 넓고 평탄한 땅이다. 중간중간에 도시가 보인다. 어떤 도시나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러한 광경은 시안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된다. 열차가 시안을 출발하자 바깥 풍경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점점 산이 많아지고 터널이 계속된다. 산에는 큰 나무가 거의 없고 풀이 듬성듬성 나있을 뿐이다. 들판에도 황토흙이 그대로 드러난 곳이 많다. 점점 사막 지대로 들어서는 것 같다.
란저우를 두 시간 정도 앞두고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터널의 연속이다. 긴 터널을 지난 후 잠깐 동안 높은 산 사이로 달리다가 다시 터널로 들어간다. 기차의 속도도 보통 시속 300킬로미터가 넘었으나, 250킬로미터 정도로 낮아진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막과 황무지가 드러난 벌판이 많지만 농경지만은 아주 푸르다는 점이다. 수리시설을 제대로 갖춘 모양이다. 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건 신축아파트건 대부분 누런색이다. 어차피 페인트칠을 하는 건데, 왜 저렇게 우중충한 색을 선택하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란저우에 도착했다. 란저우는 실크로드의 중간 도시이기 때문에 비록 감숙성(甘肅省)의 성도라고는 하지만, 변방의 조그만 도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엄청난 대도시였다. 인구가 약 440만 명 정도로 부산보다도 더 크다. 수많은 고층 빌딩과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넓은 도로는 자동차로 넘친다. 도시권 인구만 하더라도 부산과 비슷한 정도이다. 교통체증은 서울보다 더한 것 같다.
란저우는 실크로드의 관문으로서 과거 중원에서 서역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필수적인 교통과 군사 요충지였다. 서역으로 가는 길, 즉 “하서조랑”(河西走廊)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란저우에는 도시를 가로질러 황하가 흐른다. 또 서역과 가깝기 때문에 회교도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란저우서역에서 호텔까지 택시로 꽤 달렸다고 생각되는데 20위안(4,000원)의 요금이 나왔다. 교통체증이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운전사들의 운전습관도 난폭하기 짝이 없다. 낙양과 제남에서 3만 원 이하의 호텔에서 묵었던 데 비해 이번 호텔은 일박에 65,000원 정도였다. 방에 들어가니 아주 넓고 깨끗해서 좋았다. 준 스위트급의 객실이었다.
호텔 근처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산책 겸 백탑산 공원으로 갔다. 난주의 제일명소는 백탑산공원과 중산교이다. 둘 다 시내 가운데 있는데, 시내에서 중산교를 건너면 바로 백탑산공원으로 연결된다.
난 중산교는 황량한 황하 상류에 외롭게 걸쳐진 오래된 다리 정도로 생각했다. 중산교 근처에서 택시를 내렸다. 예상과 달리 이곳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중산교 옆에는 "황하제일교"(黃河第一橋)라는 비가 세워져 있다. 중산교는 붉고 푸른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다. 중산교는 황하에서 가장 처음 건설된 근대식 철교이기 때문에 황하제일교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황량한 황톳빛 벌판을 흐를 것이라 생각했던 황하는 빌딩숲 사이로 흐른다. 강위로는 화려한 조명의 유람선이 떠다니고 있다. 보행자 전용 철교인 중산교는 오가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중산교 건너편 백탑신에는 날아갈 듯한 중국 전통 스타일의 건물들이 화려한 조명을 뽐내고 있다. 황하 위에는 여러 척의 유람선들이 떠다니고 있다. 상상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들이다.
산책을 마치고 중산교를 빠져나오니 근처에 안경점이 보인다. 1개에 20위안, 두 개를 샀다. 눈에 꼭 맞는 안경은 아니지만 아쉬운 대로 쓸 만은 하다.
수년만에 중국에 와보니 오토바이가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이전엔 자동차는 그다지 많지 않고 자전거가 많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이번에 보니 자동차가 많아졌고, 그 이상으로 오토바이가 아주 많아진 것 같다. 자전거는 이전보다 많지 준 것 같다.
도시마다 대형 고층 아파트단지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쏟아 오른다. 이들 아파트 단지는 대개가 넓은 도로변이 아니라 도로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걸어서 대중고통이 다니는 도로까지 나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를 연결하는 단거리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또 중국의 도시는 무척 넓다. 같은 인구라면 면적이 우리나라 도시의 10배는 될 것이다. 이렇다 보니 대중교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미줄처럼 세세하게 대중교통망을 설치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자가용 자동차의 급증은 불가피할 것이다. 차를 구입한다고 해서 교통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은 자를 이용한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결국은 개별 교통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앞으로도 오토바이가 급증한 것 같다. 물론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타는데 힘도 들고 좀 먼 거리를 가기는 부담스럽다. 이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오토바이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소형 전기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무지 많다. 이들은 인도에서도 무리를 지어 달린다. 몇 번이나 깜짝깜짝 놀랐다.
이곳엔 공유 자전거와 함께 공유 오토바이가 일반화되었다. 도로 곳곳에 수십대의 공유 전기오토바이가 길게 늘어서있다. 크기도 아주 작아, 세발자전거 크기의 오토바이도 많다. 사용료도 아주 싼 것 같다. 앞으로도 중국에서 오토바이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