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30)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16)
오늘은 황하풍경선과 란저우 박물관을 찾아갈 예정이다. 황하풍경선이란 란저우 시내를 흐르는 황하 강변을 따라 조성된 길이 약 40km에 이르는 종합 관광지대로서, 란저우의 얼굴에 해당하는 명소이다. 중산교를 중심으로 다리, 공원, 광장, 조각상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열린 공원이다. 백탑산과 중산교도 이 황하풍경선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오늘 가는 곳은 황하풍경선에 설치된 “황하 어머니 조각상”이다. 이 조각상에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근처의 산책로와 풍경이 좋다고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로 먼저 황하 어머니 조각상으로 갔다. 아기를 안은 어머니의 모습을 한 거대한 조각상으로, 어머니는 황하를, 아기는 중화 민족을 의미합니다. 최근에 건조된 조형물이라 한다. 이 조각상을 지나면 바로 황하 산책로로 연결된다.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산책로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이쪽은 황하의 상류라서 그런지 강폭도 좁고 수량도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강물은 누르스름한 연한 황토색이었다.
황하를 따라 산책로는 계속 연결된다. 탐방객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느긋하고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한참 가다 보면 수차원(水車園)이 보인다. 물레방아처럼 보이는 수차를 복원해 전시한 공원이다. 여기서는 과거 황하에서 물을 퍼 올려 농업에 이용하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수차원을 나와서 다시 강변을 산책했다. 이 길을 계속 가면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어제저녁에 갔던 중산교가 나온다. 계속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다음 행선지인 감숙성 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니 금방 박물관에 도착한다. 감숙성 박물관(甘肃省博物馆)은 실크로드 문명을 중심으로 한 중국 서부 지역 최대의 종합성 박물관 중 하나라고 한다. 이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동한(東漢) 시대의 마답비연(馬踏飛燕) 동상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감숙성 박물관은 란주시 한가운데 있다. 꽤 긴 역사를 가진 듯한 건물이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이다. 아마 중국 어디서나 국공립 박물관은 거의가 무료인 것 같다. 박물관 안은 사람들로 붐빈다. 전시관은 2층과 3층이다. 젓 전시관은 지구의 역사이다. 이건 너무 수준이하의 전시관이다. 그냥 대충 패스.
다음은 선사시대 유물관이다. 신석기, 청동기 시대의 유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신석기시대의 유물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8천에서 1만 년 전의 토기 제품이 정교하고 화려하기 짝이 없다. 역시 중화문명이라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서 실크로드 유물관이 계속된다. 토기, 청동제, 철제 유물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 기원전후 시기의 유물들이다. 거의 2000년이나 된 유물입에도 불구하고 보관상태가 아주 좋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마답비연(馬踏飛燕) 동상으로서, 중국 국가일급문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동상의 정식 명칭은 동분마(銅奔馬), 즉 “구리로 된 달리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나는 듯 너무나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고, 또 그 말이 날다람쥐로 보이는 동물을 밟고 있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말이 밟고 있는 동물이 비연(飛燕), 즉 “날다람쥐”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그래서 별명이 마답비연, 즉 “날다람쥐를 밟은 말”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학자들이 다시 정밀 분석해 본 결과 말이 밟고 있는 것은 매나 송골매와 같은 맹금류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여 “마답천준”(馬踏天隼)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마답비연이라는 말이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비연”(飛燕)이라는 말을 “나르는 송골매”로 번역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어 마답비연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고생물관이다. 삼엽충, 암모나이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고대생물이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 작은 생물 화석이었으나, 황소보다 더 큰 검룡 화석이 볼만했다. 그 외는 별로 볼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나오는데, 다음 전시관에 고생물관의 하이라이트라 할 마멘치사우르스의 전신 골격이 보인다. 마멘치사우루스(Mamenchisaurus)는 중생대 쥐라기 후기부터 백악기 전기까지 아시아 대륙, 특히 오늘날의 중국 지역에 서식했던 대형 초식 공룡이다. 마멘치사우루스는 지구 역사상 목이 가장 긴 동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에 전시된 마멘치사우르스의 화삭은 몸길이가 15미터도 넘는 듯했다. 이건 정말 볼만하다.
박물관 마당에는 최근에 제작되었다고 생각되는 전차대의 상이 만들어져 있다. 문득 전차대를 보고는 과연 저것이 고대전투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했을까 의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전차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전투에서는 많이 등장하던 병력이었다. 그러나 5세기 이후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전투에서 효용을 가졌으면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아마 보기는 근사하지만, 실제 전투수행 능력은 그다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쨌든 괜찮은 박물관이었다.
하루 종일 걸었기 때문에 힘이 든다. 이동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15,000보 이상 걷게 된다.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 저녁 식사 겸 야시장을 찾았다. 란저우 야시장은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찾아야 할 명물 거리이다.
긴 골목 양쪽으로 음식점이 줄을 지어 들어서있다. 이들 음식점은 길옆에다 의자와 탁자를 내놓고 그 앞에서 고기를 굽는다. 대부분 꼬치인데, 양고기가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야시장에서 사람들에게 섞여 길을 걷노라면 한편으로 피곤하기도 하지만 두근두근한 흥분감도 느끼게 된다. 메뉴는 거의가 비슷했다.
한 곳에 자리를 잡아 꼬치를 주문했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아 3인분이 나왔다. 3인분이라고 하지만, 1인분의 양이 보통이 아니다. 우리나라 식당의 거의 2인분에 해당한다. 중국에서는 특히 꼬치 요리가 많은데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별로 맛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고기요리의 경우에도 단맛에 익숙해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고기 요리는 단맛이 거의 없고, 소금과 매운 고추로만 양념을 하였다. 그렇기에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결국 반도 못 먹고 항복.
호텔까지의 거리가 2킬로 정도 된다. 슬슬 걸어서 돌아오는데, 제법 재미있는 도시다. 어딜 가나 시끌시끌하고 활기가 넘친다. 가장 중국다운 도시라 할까, 낙양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낙양에서 란주로 오니 도시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아주 대조적인 두 도시이다.
낙양은 아주 현대적이며 깨끗하고 잘 정돈된 도시였다. 도로는 이주 넓고, 가로수는 잘 심어져 있으며, 도로 주위의 도시숲은 아주 풍요스러웠다. 고층마파트가 즐비한 가운데 도시 전체가 조용하며 차분한 분위기였다.
난주는 완전히 반대다. 어딜 가나 시끄럽고 요란하며,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거리 이곳저곳에 야시장이 들어서 고기꼬치를 굽고, 사람들은 길가에 앉아 술과 음식을 즐긴다. 어딜 가나 고함소리이다. 서역지방이기 때문에 회교도들도 많이 보인다. 도시교통은 혼잡하기 짝이 없다. 차들이 서로 얽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가뜩이나 무질서한 상황에서 운전도 난폭하기 그지없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접촉사고도 자주 보인다. 이제야 중국에 온 기분이 난다. 오랜만에 이런 분위기에 젖어본다.